SMALL 문학의세계/시의향기24 약속 약속(約束)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를 보내던 날교정엔 꽃비 내리고 내 가슴엔 흙비가 내렸네 산 넘고 물 건너 아스라이 세상 끝에 있어도 그리움은 붉은 노을 되어 온 하늘 물들이네 다시 온다는 맹세 얼마나 虛妄한지를 아나니약속 없이 간 그대이기에 돌아올 것을 믿네 무심한 수수꽃다리는 몇 번이나 피고 졌던고꽃잎은 별이 되어 은하수가 된 지 오래일세 2025. 2. 18. 봄을 맞이하다 봄을 맞이하다(迎立春) 옹장물 냄새가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니봄이 움직이기 시작함을 그윽이 알겠네 기러기 울음소리 아직 하늘 끝에 있지만초목 깊은 곳 꽃망울이 시작됨을 보노라 앞날이 보이지 않아도 희망을 품어 보고妄想임을 잘 알지만 잡으려 애써 보나니 그대여 양말산 봄 물결 푸르지 않더라도한 바람의 바램이라도 저버리지 마소서 옹장물(甕藏水) : 가축의 분뇨를 모아 놓는 웅덩이. 분뇨의 누설(漏泄)을 방지하기 위해 땅을 웅덩이 모양으로 판 다음에 옹기 같은 것을 묻어서 만든다. 이곳에 모인 분뇨를 두엄에 뿌려 발효시켜서 농사에 쓸 거름을 만든다. 겨울에 얼었던 분뇨가 녹으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봄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입춘을 전후하여 옹장물의 냄새가 시작되는데, 가장 빠른 봄소식이라고 할 .. 2025. 2. 2. 烏鵲聲 烏鵲聲 추운 날 눈 내려 앞은 더욱 보이지 않는데요란한 烏鵲의 소리만 허공을 가로지르네 까마귀는 까치가 억지부려 못 살겠다 하고까치는 까마귀의 내로남불로 힘들다 하네 사람은 안 보이고 까막까치만 우짖어대니두 동강 난 나라에는 어둠만이 내려앉네 단군의 검 내게 있다면 일도양단하련마는하늘은 말이 없고 땅은 소리없이 흐느끼네#오작성 #까마귀까치 #까마귀 #민적당 #民敵黨 #까마귀 #까치 #내로남불 #烏鵲聲 2025. 1. 31. 세밑 세밑멀고 먼 남방의 객창에서 눈감고 세밑을 맞이하니 흰 눈은 오지 않고 궂은 비만 하염없이 내리네 슬프다 꿈에서도 삼각산 낙락장송 사랑해보지만 사무라온 안개에 희미한 모습이 어지러울 뿐이네푸른 용은 꽃뱀에 잡혀 하늘로 오르지 못하니인두겁을 쓴 독사에게 국운을 맡기고 말았네쉼없이 흐르는 세월이니 반드시 새해는 올것인데먹구름이 뒤덮을 내일 일상이지 못할까 두렵네 2024. 12. 29. 첫눈 오신 날(來新雪的日) 첫눈 오신 날(來新雪的日) 새벽녘이라 甲辰年 태양 더 이상 뜨지 않는데 서쪽에서 먹구름이 천군만마처럼 밀려서 오고 어두움 속에서 묵은해 보내는 新雪을 맞이하니 푸른 뱀의 지혜 바라는 마음 더욱 간절해 지네 첫눈 오시는 날은 사람들 모두 마음 설레는데 나쁜 것 덮어 없애버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리라 옛날에는 첫눈을 축하하는 행사도 있었다는데지금은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거짓만 있을 뿐이네 2024. 11. 27. 가을 날의 슬픔 秋日有感 가을이 와도 청개구리는 나무에서 울고 三角山 아래 강가에는 안개만 자욱하네 언제쯤 龍山과 너븨섬의 花蛇를 몰아내고 용궁과 양말산을 민의의 물에 잠기게 할까 2024. 10. 17. 가을 단상 가을 단상(秋想) 귀뚜라미 소리 호박잎을 이울게 하는데기러기는 임을 찾아 남으로 날아서 오네 봄꽃보다 붉은 잎새 온 뫼를 덮을 때면단풍보다 붉은 마음 그대여 잊지 마소서 하늘에 올라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다면훗날의 기약을 굳이 잊으라고 말하련만 제비 따라 남으로 가지 못한 마음만이허공에 맴돌며 흰 서리만 내리게 하네 2024. 9. 24. 여름날의 흥취 여름날에(夏日卽事) 기이한 구름 산봉우리처럼 일어나더니어느새 하늘 덮어 사방이 캄캄해 지네 우뚝 솟은 나무가지 끝에 까치 한 마리누구를 기다리기에 정성껏 깃을 다듬나 맹꽁이 소리 들으며 님 기다려 보지만먼 우레처럼 그 모습 아득하기만 하네 구름을 따라 내리는 비가 될 수 있다면세찬 소나기 되어 그대 창문 울리리라 2024. 7. 17. 나는 바보다 나는 바보다 나는 공인(公人)이었는데술을 먹고 운전하다충돌 사고를 냈다모든 것을 조작하고 거짓말로 덮으면서돈을 잔뜩 챙기며그냥 넘어가려 했다 뉴스에 나오는 공인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무조건 버티기를 해도잡혀가지 않길래나도 그렇게 해봤다 국민을 배신해 가면서입시부정을 하고2심에서 유죄가 되어도구속은 되지 않고국회의원이 되고대표도 되니공인은 다 그러는 줄 알았다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고부정부패로 엄청난 돈을 챙겨도감옥에 가기는 고사하고국회의원이 되고대표도 되고여의주 대통령도 되길래공인이면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나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공인 중 공인인지라그들처럼 따라 했더니구속되어 감옥으로 갔다이성적으로는 잘못이 큼을아주 잘 알고 있지만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가매우 어렵고 힘들다 .. 2024. 5. 25. 강물 강물 높은 산의 골짜기 깊은 곳 작은 샘에서 강이 시작되는데 대지 적시며 굽이굽이 돌고 돌아 광활한 바다로 들어가네 강물은 만물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는 것도 서슴없으니 오직 좋고 싫음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뿐이라 그렇다네 물이 모이면 그 힘은 거대함을 넘어 한계가 없다고 하는데 웅덩이는 채운 후 나아가고 장애물은 치워버리고 흐르누나 세상의 무엇인들 강물의 무분별함을 막아설 수 있으리오만 물로 세상을 망하게 했다는 말이 신화 아님을 이제 알겠네 2024. 4. 14. 우수 절기에 내리는 봄 눈 雨水의 봄눈 雨水를 지나자 버들가지에 물이 잔뜩 올라 연두색인데 버들피리 꺾어 부는 아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눈과 찬비 섞어 내리는 봄날은 날씨가 몹시 사무라우니 어디를 가더라도 걸음걸음 모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네 야트막한 언덕 저 너머에는 봄 햇살이 정겹기는 하지만 인생의 복병인 양 숲속에는 검은 안개가 웅크리고 있네 革新은 가죽 벗기는 것이라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설치니 진달래 필 때 나라가 우스워지는 꼴 볼까 두렵기만 하네 革新이란 표현은 털이 있어서 가공할 수 없는 동물의 거죽(皮)에서 털을 제거함으로써 그것을 쓸모 있는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 가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글자는 皮와 革이 있는데, 두 글자는 엄연히 다르다. 皮는 껍데기라는 뜻으로 바깥에서 알맹이를 둘러.. 2024. 2. 21. 春雪 春雪 장닭이 맨발로 다녀서 오뉴월인 줄만 알았더니 백설이 어지럽게 흩날리니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그래도 흰 눈은 나름대로 질서 있게 내리는데 貪瞋癡에 사로잡힌 사람 마음 어지럽기만 하네 枯骨觀을 수련하며 그 마음 떨쳐내 보려 하지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날려 보낼 수가 없네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결심도 사라지려니 어느 때가 되어야 번뇌에서 벗어나 도를 얻을꼬 2024. 1. 22. 정년을 맞은 그대에게 정년을 맞은 그대에게(致來停年的你) 辛未年 꽃피는 춘삼월에 처음 그대를 만나니 옥골선풍 고고한 모습에 저절로 마음이 갔네 세월은 무정하여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어도 그대의 모습은 예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도다 영예로운 그대의 정년을 한 잔 술로 축하하니 하늘도 내 마음인 양 무지개로 수를 놓았도다 우정은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깊어만 가는데 우리는 세월 따라 순한 모습으로 익어만 가네 #정년퇴임 #정년 #停年 #우정 #30년의만남 #강산이세번변함 #辛未年 #1991년 #입사동기 辛未年은 1991년으로 김보원 선생과 내가 처음 만난 해이다. 같은 해에 방송대 교수로 임용되었다. 사진의 배경은 북한산의 칼바위능선 2023. 6. 28.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한 최고의 시(개여울, 김소월) 개여울(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개여울’은 나눔과 연결의 미학, 전지적 시점의 화자, 이별에 대한 해석, ‘굳이’라는 표현이 갖는 시적 의미 등을 분석하면 좀 더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시는 외부의 상황과 내부의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 다섯 개의 章으로 되어 있는데, 1, 2, 3장은 떠난 자를 기다리는 사람의 현재 상황을 노래한다. 또한 4, 5장은 왜 기다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마음의 상태를 노래하고 있다. 3장의 마.. 2023. 5. 21. 봄의 끝자락(殿春) 봄의 끝자락(殿春) 제비 날개짓 힘차고 노고지리 높이 지저귀는데 산 너머 하늘 저편엔 천둥 들은 구름 가득하네 버들가지 바람 불러 갈수록 날은 따듯해지는데 어째서 그대는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져 가는가 청개구리 맑은 색조 띠면 봄이 가는 줄 알겠고 가는 비소리 창밖에 들리면 그대 떠난 줄 아네 뭉게구름 피어날 때 나의 마음 남으로 달려가고 나뭇잎 푸르러 가면 그대 향한 그리움만 쌓이네 #殿春 #늦봄 #제비 #노고지리 #그리움 #細雨 #뭉게구름 #여름으로 #봄비 #봄의끝 #청개구리 #버들가지 2023. 5. 14. 봄비 오시는 날 봄비 오시는 날 봄비는 곱게 내리고 새소리는 교태로워지는데 그대는 내 곁을 떠나서 어느 곳으로 가시는가 깊고 깊은 사랑의 향기 찬 서리처럼 흩어지니 구름 너머는 하늘인데 마음의 바깥은 어디인가 떨어진 눈물 강이 되어 그대를 향해 흐르리니 홀로 지샌 수많은 밤도 모두 그대 가져가소서 창밖 가랑비 내리면 그대 노래인가 생각하리니 머문 곳에 버들잎 날리거든 나 본듯이 하오소서 2023. 3. 12. 가을 단상(秋想) 가을 단상(秋想) 맑고 서늘한 황금 들판을 나 홀로 거니노라니 온-가지 들풀들이 앞다투어 열매 내밀고 있네 하늘에는 흰구름과 낮달이 서로 숨바꼭질하는데 땅에서는 농부의 여름땀이 하나둘 결실을 맺었네 기러기 오지 않아도 붉은 여뀌(紅蓼) 고운 자태 뽐내고 갈매기 날지 않아도 흰마름꽃(白蘋) 수줍음 머금었도다 그대가 있는 남쪽 하늘 아래 아련히 바라다보니 맑고 고운 목소리 지금도 내 귓가에 쟁쟁하도다 2022. 10. 12. [스크랩] 대동강과 부벽루 김황원이 올라 하루 종일 시를 지었으나 마무리 하지 못한채 통곡을하고 내려왔으며, 고려 말에는 목은 이색이 이곳에 올라 고려를 걱정하면서 시를 남기기도 했던 부벽루, 여기는 언제나 되어야 가볼 수 있으려나............. 金黃元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으로 대동강 용솟음쳐 흐르.. 2018. 1. 3. [스크랩] 성남의 서원에서(송나라 장식) 송나라 張栻(장식, 1133년 출생)이란 사람이 지은 절구 두 편을 감상합니다. 장식은 관료 집안에서 태어난 문인으로 사천성 출신입니다. 호굉에게 사사했고, 주희와도 교류했던 인물입니다. 城南書院 絶句 八首 중 제6, 7수입니다. 新涼修竹意逾靜 初日芙蓉色倍鮮 物態直須閒.. 2017. 7. 8. [스크랩] 題畫竹 十一首 元나라 倪瓚이 지은 題畫竹十一首 중 10번째 작품을 감상합니다. 右臨青嶂左澄江 오른쪽은 푸른산 임하고, 왼쪽은 맑은 강이니 未覺羲皇逺北窓 희황이 북창으로부터 멀어짐을 깨닫지 못하네 安得茅君酒斟酌 언제 모군 같은 벗 만나 술잔을 두고 받을까 幽人許.. 2017. 7. 8. 무제 1. 작품 未題 제목 없음 一間茅屋在深山 白雲半間僧半間 白雲有時行雨去 回頭卻羡老僧閒 한 칸 초가집이 깊은 산 속에 있는데 흰 구름 반 칸 중이 반 칸을 차지했네 흰 구름 때때로 지나가고 비 내리는데 고개 돌리니 노승의 여유 부러울뿐이네 2. 어구풀이 有時 : 때때로 雨去 : 비가 내리다. 卻羡 : 매.. 2010. 9. 24. 비오는 날 감상하는 한시 오늘이 초복인데,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습니다. 조선후기의 시인인 유득공이 비가 오는 것과 솔개의 울음소리를 음차하여 지은 시 중에 아주 재미있는 것이 있어서 함께 감상해 볼까 합니다. 이 작품은 유득공의 문집인 泠齋集卷之一 儒城柳得恭惠甫著 古今軆詩 一百九十九首에 실려 있는 것입니.. 2009. 7. 14. 이별시 한 편 이별시로는 최고라고 해도 좋을 한시 한 편이 있어 소개합니다. 送靈巖使君鄭來仲 영암 태수가 되어 지방으로 가는 정내주를 보내며 肺肺庭前柳。折之花如雪。 뜰 앞에 무성한 버드나무는, 꺾인 꽃이 희기가 눈 같은데 (이별의 징표로 주는 버들가지를 너무 많이 꺾어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 2009. 5. 18. 난초 그림에 제하다-이방응- 좋은 한시를 감상합니다. 다음 작품은 중국 청나라의 화가 이방응이 자신이 그린 그림에 써넣은 題畵詩입니다. 동양화의 경우 화폭의 여백에 그림과 관계된 내용을 담은 절구, 또는 율시를 첨록하는데, 그러한 시를 일컬어 제화시(題畵詩)라고 하며 화제시(畵題詩)라고도 합니다. 또는 구분하여 그림을.. 2009. 1. 21. 이전 1 다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