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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시의향기

나는 바보다

by 竹溪(죽계)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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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다

 

나는 공인(公人)이었는데

술을 먹고 운전하다

충돌 사고를 냈다

모든 것을 조작하고

거짓말로 덮으면서

돈을 잔뜩 챙기며

그냥 넘어가려 했다

 

뉴스에 나오는 공인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무조건 버티기를 해도

잡혀가지 않길래

나도 그렇게 해봤다

 

국민을 배신해 가면서

입시부정을 하고

2심에서 유죄가 되어도

구속은 되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표도 되니

공인은 다 그러는 줄 알았다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치고

부정부패로 엄청난 돈을 챙겨도

감옥에 가기는 고사하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표도 되고

여의주 대통령도 되길래

공인이면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나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공인 중 공인인지라

그들처럼 따라 했더니

구속되어 감옥으로 갔다

이성적으로는 잘못이 큼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

 

돈도 있고 인지도도 높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권력의 차이일까

뻔뻔함의 차이일까

 

음주를 인정하는 게 아니었다

끝까지 거짓말했어야 했다

그 순간 나는 바보가 되었다.

어쩌면 원래부터 그랬을지 모른다

잘못 하기는 했지만

참으로 슬프고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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