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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一字一言32

一字一言, 裏우리말에 ‘속, 겉, 안, 밖’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裏(속 리), 表(겉 표), 內(안 내), 外(바깥 외)이다. ‘속’은 물체의 안쪽 부분, 무엇인가로 둘러싸인 부분,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 현상이나 일의 가운데, 감추어진 일의 내용,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의식이나 생각 등의 뜻을 가지면서 매우 복잡하게 쓰인다. 한자어인 ‘裏’도 비슷한데, 글자의 구성요소와 만들어진 과정이 무척 흥미로워서 관심을 끈다.裏는 衣(옷 의)와 里(마을 리)의 두 글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두 개의 구성요소 중 하나는 뜻을 나타내는 부분을 담당하고 하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글자로 만들어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형성자(形聲字)에 속한다. 裏.. 2025. 2. 7.
一字一言, 興우리말로는 약하거나 희미하던 것이 성(盛)하게 되거나 위로 솟아오르다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興은 몇 개의 글자 요소가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이다. 이 글자는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 문자에서는 글자의 중앙에는 들것, 혹은 가마처럼 생긴 모양이 있고, 네 귀퉁이에는 네 개의 사람 손이 그려져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즉, 사람 넷이 네 귀퉁이에서 중간에 있는 물건을 들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興은 여러 개의 손으로 힘을 합쳐서 무거운 어떤 물체를 들어서 올리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였음을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올린다)는 뜻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후대로 오면서 이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의미로 확.. 2024. 12. 16.
一字一言, 朝 우리말로 아침을 뜻하는 한자어인 朝(아침 조)는 세 개의 구성요소가 모여서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국어사전에서 아침이란 어휘는,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한자 사전에서 정의하는 朝의 뜻은 우리말의 아침과는 시간의 차이가 좀 있다. 해가 떠오른 때로부터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해는 이미 떠 올랐지만, 달도 아직 지지 않은 때를 朝라고 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 글자의 구성요소는 “日(해 일)”,“月(달 월)”, “茻(풀 우거질 망)”이다. 朝는 商나라 시대의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데, 초기 모양은 글자의 중간 왼쪽에는 네모 모양으로 된 口가 있고, 왼쪽에는 달 모양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글자의 아래위에는 어린 풀을 나타.. 2024. 12. 4.
一字一言, 華 빛나다, 화려하다, 번성하다, 꽃, 꼭대기, 세월, 시간, 중화(중국) 등의 뜻을 가지는 華는 모양이 매우 복잡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글자이다. 이 글자는 기원전 11세기에 존재했던 西周 시대부터 있었는데, 이 당시에는 글자 꼭대기의 艹가 없는 모양으로 꽃의 모양을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초목의 맨 꼭대기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꽃(花), 혹은 꽃봉오리를 지칭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꽃봉오리는 아름다우므로 光彩, 華麗, 文彩 등의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華의 가장 빠른 글자는 𠌶(꽃 화)로 위에 艹가 없는 상태였다. 西周 시대의 金文에 이런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식물의 꼭대기에 피어 있는 꽃송이(꽃봉오리)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花(.. 2024. 11. 25.
一字一言, 昆 우리 말에서 昆은 ‘맏이’라는 뜻(訓)을 대표적인 것으로 하지만 글자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글자 형태로 보면 해를 나타내는 일(日), 둘, 혹은 세 사람을 의미하는 비(比)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인데, 두 구성요소에 대한 해석에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청동기 같은 그릇에 새겨진 문자인 서주(西周) 시대의 금문(金文)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의견이 나뉠 수 있다. 금문의 글자를 보면 위에는 태양을 나타내는 日이 있고, 아래에는 양 날개를 가진 새가 있는 모양이어서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자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아래에 있는 모양은 해를 등에 업거나 입에 물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조(神鳥.. 2024. 9. 14.
一字一言, 秋 秋는 사계절의 세 번째 순서에 해당하는 가을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곡식을 의미하는 禾와 불을 나타내는 火가 좌우로 결합한 모양인데, 이것이 왜 가을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글자의 형성과 변천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어떤 인터넷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秋의 원래 글자에서는 禾가 아니라 메뚜기의 모양을 그린 모양의 글자가 있었다고 하면서 가을이 되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메뚜기를 불에 구워 먹는 계절이라서 이런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소전(小篆)에 이르러 메뚜기 대신에 禾를 넣어서 지금처럼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낭만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갑골문에서 .. 2024. 8. 6.
一字一言, 麗  우리말로 곱다, 고운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고 알려진 麗(고울 려)는 매우 흥미로운 글자이다. 곱다, 아름답다, 보기 좋다 등은 본래의 뜻이 아니라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기본적인 의미로 하는 데에는 약간의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만들어질 당시의 글자 모양에서 변화된 것까지를 살펴보면 이러한 의문이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이 글자는 윗부분에 丽(고울 려)가 있고, 아랫부분에 鹿(사슴 록)이 상하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형태다. 丽의 아래는 사람을 나타내는 人을 두 개 나란히 놓은 모양의 글자가 변형된 형태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위에 一을 놓았다. 그래서 이 글자는 부부, 짝을 의미하게 된다.  鹿은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 2024. 7. 30.
一字一言, 窓 우리말로도 창이라고 말하는 窓은 집이나 방, 담장 등에 만든 네모난 구멍으로 빛이나 바람, 연기 등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창은 사람이 사는 집 지붕이나 방의 벽에 만드는 것과 담장의 중간에 만드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집에 만든 것을 窓이라하고, 담장에 만든 것을 牅(용)이라고 한다(在墙曰牅,在屋曰囱).  이 글자의 원래 모양은 囱(창 창)이었다. 이것은 채광창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집의 위에 하나의 구멍을 뚫어서 빛이 들어오거나 연기가 빠져 나가도록 만든 네모난 것을 나타냈다. 그 뒤에 구멍을 나타내는 穴(구멍 혈)을 더해서 窗으로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처음에는 象形字였으나 形聲字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현재도 窗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窓.. 2024. 5. 4.
一字一言, 老 늙다. 노련하다. 경험이 많다. 익숙하다. 오래되었다 등의 뜻을 가진 老(늙을 노)는 대상의 모양을 보고 그려서 만들어 낸 象形字에 속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서 쇠약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시간의 흐름을 누구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 많은 시간이 흘러 몸이 쇠약해져서 몸을 구부리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는 늙은이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글자가 바로 老다. 이 글자는 갑골문(甲骨文)에 등장하는데, 왼쪽을 바라보면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몸을 구부린채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나타난다. 갑골문에서는 老와 考(살필 고)와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은 .. 2024. 4. 11.
一字一言, 雪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색의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雪이다.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모습인 雪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나타내는 비를 의미하는 雨와 사람의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가 변형된 형태인 彐(돼지머리 계)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甲骨文에서는 雨와 羽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리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문학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雨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象形字인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2024. 2. 8.
一字一言, 敎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자가 바로 敎(가르칠 교)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 의해서랄 것도 없이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교권을 무너뜨렸고, 학습권은 사라지게 했는데, 그런 상태가 바로 작금의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어려우면 처음, 혹은 기본을 생각하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敎의 초기 모양은 爻(본받을 효, 엇갈려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효)와 攴(최초리로 칠 복)이 좌우로 결합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면서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글자의 왼쪽 아래에 추가되었고, 이를 說文解字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爻는 耂(늙을 로)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어른은 많은 것을 알고,.. 2023. 7. 30.
一字一言, 滅 없어지다. 멸하다, 죽다 등의 뜻을 지닌 滅은 기본적으로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글자이다. 滅은 사람을 죽이는 도끼나 창과 같이 전쟁을 하기 위한 무기,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물,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들이 모두 전쟁, 죽음, 없앰 등을 나타내는 글자들이기 때문이다. 무기와 물, 불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전쟁할 때는 불을 놓아 태워버리거나 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거나 하는 것처럼 되기도 하고, 물과 불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없애버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에 이런 것들이 붙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滅은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水(물 수), 불이라는 의미를 지닌 火(불 화), 전쟁할 때 쓰는 무기의 일종인 도끼라는 뜻을 가진 戉.. 2023. 6. 13.
一字一言, 鄕 ‘시골’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발음은 ‘향’으로 하는 鄕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채로운 변화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흥미로운 글자다. 우리말에서 시골이라고 하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개발이 덜 된 지역, 혹은 도시로 떠나온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을 왜 訓을 붙여서 이해해야 하는지 의아할 정도다. 왜냐하면 鄕은 시골이란 뜻보다는 都市, 城市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골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설문해자에 등장하는 小篆과 같은 초기의 형태에서 鄕은 글자의 양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형상으로 된 사람의 모습이 있었고, 중앙에는 음식을 담은 그릇을 나타내는 모양의 글자가 있었다. 그러다가 楷書가 등장하기 전인 漢나라 시.. 2023. 5. 4.
一字一言, 德 會意字이기도 하고, 形聲字이기도 한 ‘德’은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구실을 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자의 재료가 되는 구성요소 역시 각각 상당히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한자 중에서 德만큼 좋은 뜻을 가진 글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아예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德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오르다, 위로 올라가다(昇, 登上)인데,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도덕성과 인품 등을 갖춘 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되었다. 德은 彳(천천히 걸을 척)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이 결합하.. 2023. 4. 1.
一字一言, 春 봄, 젊음, 정욕 등의 뜻으로 쓰이는 春은 일부 한자 사전에서 풀(艸)과 해(日)가 결합한 모습으로 해 위로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보기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글자에 대한 이해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春은 3개의 木(나무), 1개의 日(해), 글자의 중간에 1개의 屯(새싹과 뿌리)이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글자이다. 그러니까 원래 형태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木과 日은 뜻을 나타내고, 屯은 소리를 나타낸 것으로 形聲字에 속한다. 원래 뜻은 “따뜻한 볕이 어루만지며 쪼이니 모든 초목이 번성하고 우거진다”이다. 그러므로 春은 생명이 있는 모든 식물이 새로.. 2023. 2. 15.
一字一言, 省 살피다, 깨닫다, 관청, 궁궐, 덜어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省은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글자이다. 商나라 시대의 초기 글자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글자의 윗부분에는 나무, 혹은 풀의 모양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의 눈 모양이 그려져 있다. 秦나라 시대에 와서는 目과 生이 결합한 모습으로 변했고, 漢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자에 대해서는 生과 目의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야만 그 본뜻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태어나다, 살다, 날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生이라는 글자는 식물의 움이 돋아 싹이 나서 땅 위로 나온 모습을 본떠서 만든 象形字이다. 맨 아래의 一은 평평한 모습을 한 땅을 나타내고, 위의 것은 작은 풀이 흙 위로 나.. 2022. 12. 25.
一字一言, 藏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인 의미로 하.. 2022. 11. 9.
一字一言, 處 곳, 때, 장소, 거주, 처리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글자인 處(곳 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미가 이런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곳, 장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멈추다,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하다 등 상대 부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은 원래의 그것에서 확장된 의미라는 것이다. 글자의 구성요소와 결합 방식을 살펴보자. 處는 虎(범 호), 夊(천천히 걸을 쇠), 几(안석 궤)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글자인데, 갑골문(甲骨文),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진 소전(小篆) 등에 보이는 초기의 모양은 処(곳 처)로 되어 있다. 処에 虎.. 2022. 9. 1.
一字一言 賢 어짐, 현명한, 도덕적인, 재능이 있는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현(賢)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속하며, 두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賢은 아래에 있는 貝가 뜻을 담당하고, 위에 있는 臤(어질 현, 굳을 견)이 소리를 담당한다. 아래에 있는 貝가 없는 글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賢의 고자(古字), 혹은 속자(俗字)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래와 위의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글자의 본래 뜻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賢의 기본적인 뜻은 재물이나 재산 늘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 재능.. 2022. 7. 16.
一字一言 省 살피다, 깨닫다, 명심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省(살필 성)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왜냐하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잘못이나 실수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잘 살펴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도록 힘쓴다는 의미를 가진 반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省이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論語?에 등장하는 증자의 말씀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증자가 말하기를, “나는 날마다 나 자신을 세 번 살핀다.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함에 정성을 다하지 않았는지, 벗과 사귐에 믿음을 잃지 않았는지, 배운 것을 익히지 않았는지이다.”.. 2022. 3. 23.
進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進(나아갈 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글자가 결합하여 새로운 뜻을 가지는 회의자(會意字)에 속하는 進은 새를 지칭하는 隹(새 추)와 다리, 혹은 천천히 걷다 는 뜻을 가진 辵(쉬엄쉬엄 갈 착)이 합쳐진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글자의 유래와 뜻을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서는 隹와 辵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물 현상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象形字)에 해당하는 隹는 새라는 뜻을 가지지만 같은 의미를 지닌 鳥(새 조)와 구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隹는 꼬리가 짧은 새를 총칭하는 것이고, 鳥는 꼬리가 긴 새를 총칭하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꼬리 짧은 새가 앉아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초기의 .. 2022. 1. 14.
一字一言 禮 우리 말에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예법에 따라 치르는 의식. 예의로써 지켜야 할 규범. 공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인사하는 일 등의 의미로 쓰이는 禮의 원래 글자는 豐(굽높은 그릇 례, 매우 많은, 혹은 성한 모습 풍-豊)이었다. 그러다가 豐이 풍성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示(보일 시)와 결합하여 禮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되었다. 禮는 示와 豐이 결합한 것으로 회의자(會意字)이면서 豐가 소리(音)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먼저 살펴야 할 것은 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하늘이나 조상, 신령 등에게 제사를 지낼 때 공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올리는 것이면서 여러 물건을 담는 굽 높은 그릇을 의미하는 豆(콩 두, 제사 그릇 두)와 그 위에 올려놓은 여러 물건이 쌓여있는 모습을 그린.. 2021. 10. 28.
일자일언 容 一字一言 容 容(얼굴 용)은 모양보다 훨씬 복잡한 구성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뜻과 다른 의미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글자여서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우리나라 자전에는 이것의 맨 앞에 나와 있는 訓과 音이 얼굴용으로 되어 있고,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을 때 본래 뜻과 상관없는 다른 한자를 빌려 쓰는 것인 가차(假借)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容은 현재의 모양으로 보아서는 집을 나타내는 宀(집 면)과 골짜기를 나타내는 谷(골짜기 곡)이 결합한 글자로 인식된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초기의 모양에서는 약간 다르게 설명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초기 글.. 2021. 9. 28.
一字一言 亂 亂(어지러울 란)은 모든 것이 뒤섞이거나 뒤얽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나 사회가 혼란스럽고 질서가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기본적으로 어지럽다. 손상시키다 등의 뜻을 가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글자에는 정반대의 뜻도 .. 2019. 12. 8.
一字一言 貪 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것을 탐하다라고 한다. 여기에서 탐은 한자어로 貪(욕심낼 탐)이다. 이 글자는 재물이나 물건에 대해 지나치게 욕심을 내거나 가지려고 하는 것을 가리킨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다른 .. 2019. 11. 22.
一字一言 權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면서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강제력을 가리켜 권력이라고 한다. 이것은 특히 국가나 정부와 같이 일정한 힘과 권한을 가진 조직이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으면서 행하는 강제적인 힘을 지.. 2019. 10. 30.
假 일반적으로 ‘거짓’, 참되지 못한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이 글자는 겉과 속이 달라서 명칭 혹은 이름과 본질이 부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假는 겉으로는 꽉 차 있는 것 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虛라는 글자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된다. 이 글자.. 2019. 10. 10.
一字一言 義 뜻, 옳음, 위용, 위의(威儀) 등의 뜻으로 쓰이는 이 글자는 가축으로 키우는 동물을 나타내는 羊과 자신, 나 등의 의미를 가지는 我(나 아)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다. 양과 나의 뜻이 결합하였는데, 왜 옳음, 혹은 뜻 등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일까? 이 글자의 뜻을 .. 2019. 9. 6.
一字一言 愧(부끄러울 괴) 스스로에게나 세상의 존재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나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이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한 상태를 지칭하는 글자가 바로 愧이다. 이것은 기존의 글자에서 필요한 형태(形)와 소리(聲)를 적절히 결합하여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 2019. 9. 4.
一字一言 狂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된 상태로 미친 것을 지칭하는 狂의 어원은 아주 흥미롭다. 원래 뜻은 ‘미쳐 날뛰는 개’라는 의미를 가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중에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를 지칭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 201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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