裏
一字一言, 裏우리말에 ‘속, 겉, 안, 밖’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裏(속 리), 表(겉 표), 內(안 내), 外(바깥 외)이다. ‘속’은 물체의 안쪽 부분, 무엇인가로 둘러싸인 부분,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 현상이나 일의 가운데, 감추어진 일의 내용,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의식이나 생각 등의 뜻을 가지면서 매우 복잡하게 쓰인다. 한자어인 ‘裏’도 비슷한데, 글자의 구성요소와 만들어진 과정이 무척 흥미로워서 관심을 끈다.裏는 衣(옷 의)와 里(마을 리)의 두 글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두 개의 구성요소 중 하나는 뜻을 나타내는 부분을 담당하고 하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글자로 만들어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형성자(形聲字)에 속한다. 裏..
2025. 2. 7.
華
一字一言, 華 빛나다, 화려하다, 번성하다, 꽃, 꼭대기, 세월, 시간, 중화(중국) 등의 뜻을 가지는 華는 모양이 매우 복잡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글자이다. 이 글자는 기원전 11세기에 존재했던 西周 시대부터 있었는데, 이 당시에는 글자 꼭대기의 艹가 없는 모양으로 꽃의 모양을 형상화해서 만든 글자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초목의 맨 꼭대기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꽃(花), 혹은 꽃봉오리를 지칭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꽃봉오리는 아름다우므로 光彩, 華麗, 文彩 등의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華의 가장 빠른 글자는 𠌶(꽃 화)로 위에 艹가 없는 상태였다. 西周 시대의 金文에 이런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식물의 꼭대기에 피어 있는 꽃송이(꽃봉오리)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花(..
2024. 11. 25.
滅
一字一言, 滅 없어지다. 멸하다, 죽다 등의 뜻을 지닌 滅은 기본적으로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글자이다. 滅은 사람을 죽이는 도끼나 창과 같이 전쟁을 하기 위한 무기,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물,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들이 모두 전쟁, 죽음, 없앰 등을 나타내는 글자들이기 때문이다. 무기와 물, 불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전쟁할 때는 불을 놓아 태워버리거나 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거나 하는 것처럼 되기도 하고, 물과 불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없애버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에 이런 것들이 붙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滅은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水(물 수), 불이라는 의미를 지닌 火(불 화), 전쟁할 때 쓰는 무기의 일종인 도끼라는 뜻을 가진 戉..
2023. 6. 13.
省
一字一言, 省 살피다, 깨닫다, 관청, 궁궐, 덜어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省은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글자이다. 商나라 시대의 초기 글자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글자의 윗부분에는 나무, 혹은 풀의 모양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의 눈 모양이 그려져 있다. 秦나라 시대에 와서는 目과 生이 결합한 모습으로 변했고, 漢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자에 대해서는 生과 目의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야만 그 본뜻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태어나다, 살다, 날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生이라는 글자는 식물의 움이 돋아 싹이 나서 땅 위로 나온 모습을 본떠서 만든 象形字이다. 맨 아래의 一은 평평한 모습을 한 땅을 나타내고, 위의 것은 작은 풀이 흙 위로 나..
2022. 12. 25.
藏
一字一言, 藏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인 의미로 하..
2022. 11. 9.
處
一字一言, 處 곳, 때, 장소, 거주, 처리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글자인 處(곳 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미가 이런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곳, 장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멈추다,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하다 등 상대 부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은 원래의 그것에서 확장된 의미라는 것이다. 글자의 구성요소와 결합 방식을 살펴보자. 處는 虎(범 호), 夊(천천히 걸을 쇠), 几(안석 궤)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글자인데, 갑골문(甲骨文),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진 소전(小篆) 등에 보이는 초기의 모양은 処(곳 처)로 되어 있다. 処에 虎..
2022. 9. 1.
賢
一字一言 賢 어짐, 현명한, 도덕적인, 재능이 있는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현(賢)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속하며, 두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賢은 아래에 있는 貝가 뜻을 담당하고, 위에 있는 臤(어질 현, 굳을 견)이 소리를 담당한다. 아래에 있는 貝가 없는 글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賢의 고자(古字), 혹은 속자(俗字)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래와 위의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글자의 본래 뜻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賢의 기본적인 뜻은 재물이나 재산 늘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 재능..
2022.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