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202511 매미 사랑 매미를 사랑하는 이유 오늘 오후부터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초복 하루 전이다.매미가 우는 것은 장마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어떻게 아는지는 모르지만 장마가 끝나는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득달같이 나와서 소리를 낸다. 사람이 온갖 첨단 기계를 동원해서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매미는 오는 때와 가는 때를 어김없이 알리기 때문에 예로부터 신의가 있는 존재로 여겼다.그래서 옛사람들은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어김없이 때를 알려주니 믿음(信)이 있고, 머리 모양이 갓끈을 닮아서 지식인의 모습(文)이다. 이슬이나 수액을 먹고 사니 청렴함(淸)이 있으며, 다른 존재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염치(廉)를 안다. 집 없이도 잘 사니 검소함(儉)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왕과 관료들의 머리에 쓰.. 2025. 7. 19. 화천 광덕계곡 華川(화천)을 다녀오다. 화천은 고구려 말로는 也尸買(야시매)라고 하는데, 이것은 이두다.也尸는 소리만 가져온 것으로 ‘야시’이다. 여우 정도의 뜻으로 풀이되는데, 후대의 지명과 연계시켜 보면 짐승이 많은 곳이라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산이 많다는 뜻이다.買(살 매)가 땅이름의 맨 뒤에 쓰일 때는 내(川)라는 뜻이다. 이 글자가 맨 앞에 오면 水(물 수)라는 뜻이 된다.고구려 이두 지명 표기는 매우 흥미롭다. 그래서 야시매는 신라 때에는 狌(족제비 성)川으로 되었다가 조선 시대에 狼(이리 랑)川으로 되었으며, 지금은 華川으로 되었다. 華는 나무가 아주 무성하다는 뜻이니 산이 매우 많고 높음을 지칭한다. 狌川이나 狼川을 순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이 높고 물이 많은 고을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 2025. 7. 15. 태백산 하늘 전망대 오월은 새로 나온 잎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좋은 시절(綠陰芳草勝花時)이다. 지금쯤이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낮은 지대는 녹음이 짙푸르러 졌지만, 산은 막 시작되는 곳이 많다. 1,566미터 높이의 태백산의 동북쪽 중턱에는 이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태백산국립공원 하늘 전망대가 1년 전에 개장했다. 연두색 잎이 나오고 송화가 막 돋아나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자연의 깊이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월요일이라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충북 제천을 거쳐 정선을 지나 태백에 이르는 길 역시 연초록의 연속이어서 좋았지만 상동, 석항, 영월을 지나서 돌아오는 길은 더 좋았다. 막 돋아나는 연한 푸르름, 구름이 떠가는 높은 하늘, 맑고 깨끗한 공기를 한꺼번에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5. 5. 20. 驪州 어원, 지명 유래 國文四人의 驪州 神勒寺 나들이국문과 출신 대학 동창과 함께 신륵사 나들이를 했다.답사 순서는 丹嵓과 枕石亭터, 神勒寺, 馬巖, 淸心樓터,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였다.이번 나들이의 최대 목표는 驪州라는 지명에 왜 검은 말이 들어가 있는지를 밝히자는 것이었다.역사적으로 여주는 말을 키우던 곳도 아니며 말과 관련이 있는 어떤 것도 있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말을 뜻하는 글자가 지명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여주에는 검은 말과 누른 말과 연관이 있는 전설이 있는데, 이것이 지명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 단서가 된다. 지금 시청이 있는 공간이 신라 때부터 여주의 중심 지역인데, 이곳을 감고 흐르는 남한강의 모습이 검은 말과 누른 말로 상징화된 것이다. 음향오행설에서 물은 검은 색으로 북쪽을 나타낸다. 그래서 평소에 흐르.. 2025. 5. 15. 어버이날 어버이날만 되면 생각나는 두 글귀가 있다. 하나는 愛日이고, 다른 하나는 以養父母日嚴이란 것이다. 愛日은 날을 아낀다는 뜻으로 부모를 섬기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짧은 시간도 아껴서 정성을 다해야 함을 가리킨다. 以養父母日嚴은 어려서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다가 나이가 들어 부모를 봉양하게 되면 그 존엄함을 깨닫게 되어 나날이 공경을 다 한다는 말이다. 어버이를 모실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이 글귀의 뜻을 겨우 알아보니 참으로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말로 변명해 보아도 참괴함은 감출 수 없다. #어버이날 #愛日 #만시지탄 #子欲養而親不待子欲養而親不待 #日嚴 2025. 5. 9. 북한강 유감 북한강 유감(有感) 서울을 휘감고 흐르는 강을 지금은 한강이라 부르고, 양수리에서 충주 방향으로 난 물길을 남한강, 춘천 방향으로 난 강을 북한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편의상 부르던 명칭이 굳어진 것이지 강의 성격을 중심으로 이름을 붙여서 불렀던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특히 양수리를 기점으로 하여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형태를 가지고 있는 강의 이름에는 독특한 의미가 담겨 있어서 눈길을 끈다. 조선 시대까지는 양수리(兩水里)를 중심으로 한 상류 일대의 강 이름을 양강(楊江), 아래쪽은 양호(楊湖)라 불렀고, 동쪽에는 양근(楊根)이라는 지명이 있었다. 양근은 양평의 옛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에 지평과 양근을 합쳐 양평이라고 했는데, 그 뒤에 지평은 분리되어 원래 이름을 되찾았지만.. 2025. 4. 28. 삼회리 벚꽃길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 변 삼회리 벚꽃길 삼회리라는 지명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그 지역에 세 개의 큰 무덤이 있어서 ‘쇠무덤’, 또는 ‘세모듬’이라 부르다가 삼회리로 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따라 청평대교까지 약 25킬로 구간은 강과 벚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다. 올해는 날씨가 변덕스러워서인지 벚꽃이 피자마자 잎도 함께 나와서 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는 어려웠다.오늘이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서 이 길을 다녀왔다. 2025. 4. 17. 登別 등별(登別)이라 쓰고 느푸르 펫(노보리 벳츠)이라고 읽는 지명이 있다. 아이누 말인데, ‘펫’은 강(川)이란 뜻이고, ‘느푸르’는 ‘푸른’, ‘빛깔이 고운’, ‘많은’ 등의 뜻이라고 한다. 등별은 이두(吏讀) 표기인 셈이다. ‘느푸르’는 우리말 ‘늘푸른’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은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이기도 한데, 어디나 푸른 강물이 흐르고 온천이 발달한 곳이다. 잠시 그곳을 다녀왔다. 2025. 4. 13. 반가운 매화(梅花) 요즘 며칠 동안 날씨가 따뜻해지더니 오늘은 매화(梅花)가 핀 것을 볼 수 있었다.지나간 겨울은 유난히 춥더니 수줍은 모습으로 그야말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반가웠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백설이 잦아진 곳에 구름이 험하구나,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라고 노래했던 이색(李穡)의 시조가 생각나기도 한다.나라가 망해가는 고려 말기의 어지러운 상황을 노래한 작품인데, 오늘은 날씨도 이상한 데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그때의 어지러움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수줍으면서도 아름다운 매화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25. 3. 25. 봄날에 쓰다(春日有感) ‘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라는 말이 있다.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올해의 봄이 그런 느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춥다가 갑자기 따뜻해졌다.그래서 가벼운 나들이를 했다.북한강을 따라 걸으면서 점심을 먹고 오는 일정이었다. 강력한 황사가 왔다가 걷히기 시작하는 한강은 그래도 봄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春來不似春도 봄은 봄인지라 그에 대한 감흥이 있었다. 봄날에 쓰다(春日有感) 봄날이 다시 오니 黃沙는 절로 따라오는데처마 밑에 제비 날아도 임은 돌아오지 않네 물안개 앞을 막아 세상천지가 캄캄하더라도임 그리는 붉은 마음 그 무엇으로 막으리오 會者定離의 애달픔을 어느 누가 모르리오만무심한 春波에 부질없는 그리움만 실어 보내네 비 개인 강 언덕에 올라 목메어 불러보아도애끊는 메아리만 하.. 2025. 3. 14. 근하신년 2025 을사년이 밝았습니다.기대가 없어도 기대를 하고,희망이 안보여도 희망을 찾으며,앞이 어두워도 앞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2025.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