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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343

送舊迎新 送舊迎新 2023년 토끼해는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었다. 오늘(12월 30일) 내린 눈이 어려웠던 모든 것을 덮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해는 한층 희망적이고, 밝은 기운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눈이 많이 내리자 모두 밖으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탄 썰매를 끌기 힘들어지자 전기 자전거를 집에서 가져와 뒤에 묶어서 신나게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용은 하늘로 비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해가 더욱 기다려진다. 2023. 12. 30.
화이트크리스마스 성탄절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을 정말로 오랜만에 본다. 나는 1970년대 중반에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 생활을 했는데, 그때 이후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아주 오래되었다. 근력운동을 강하게 한 이후에 동네 주변을 가볍게 걸었다. 지난주는 그렇게 춥더니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아주 상쾌하게 한 운동이었다. 2023. 12. 25.
겨울과 여름의 거리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전체를 고해(苦海)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그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인생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가 와도 그로 인해 받는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과 즐거움에서 고통을 맛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 이상을 쉬어본 적이 없다. 특히 공부를 인생의 목표로 세워서 실천하기로 한 때부터는 거의 매일 .. 2023. 12. 25.
또 한 해를 보내며 겨울 답지 않게 따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고,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어김없이 온다. 겨울이 춥지 않은 것은 얼핏 보아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병해중이 아주 많아지면서 사람과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성탄절, #연말연시 #새해 #2024년 #甲辰年 #청룡 #靑龍 #송구영신 #送舊迎新 2023. 12. 9.
한강 하류의 유적 비가 내리는 겨울 초입에 靑山四友는 한강의 서쪽 하류 지역의 유적을 답사했다. 20세기에 들어와 한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나루터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조선시대까지는 나루터가 강을 건너는 데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한강에는 여러 개의 나루가 있었는데,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공암 나루(孔巖津)는 색다른 의미를 가지는 유적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공암 나루터 바로 옆에는 양천 허씨의 시조가 탄생했다는 신화를 가진 허가바위, 혹은 孔巖(구멍 바위)이 있으며, 이 나루에서 강을 건너던 형제가 황금을 물에 던진 전설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 허씨의 시조인 허선문(許宣文)은 가야 김수로왕 30세 손으로 이 바위 구멍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강 바로 옆에 있는 바위 구멍이었지만 산업화에 밀려 지금은 아주 초라한 .. 2023. 11. 28.
겨울 초입의 낙산사 겨울 초입의 낙산사 의상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지만, 원효는 만나지 못했다는 곳에 세워진 홍련암과 낙산사. 낙산사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 위에 지은 절인데, 보타낙가산을 줄인 것이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오봉산이었으나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굴속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산의 이름을 낙산이라고 했다. 동해를 향한 절벽 끝에서 바다 위에 붉은 연꽃을 타고 나타난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지은 홍련암이고, 그 뒤에 대나무가 솟아난 곳에 지은 절이 낙산사이다. 아마도 붉은 연꽃은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해일 것이고, 그 위에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의상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낙산사의 법당은 圓通寶殿으로 그 안에는 관세음보살상만을 모시고 있다. 마른 옻칠을 한 보살상이기 때문에 乾漆觀音菩薩坐像이라고 부른다. 조선 전기 .. 2023. 11. 19.
다시 찾은 수종사 빗속에 다시 찾은 수종사(雨中再訪水鐘寺) 11월 6일 월요일은 날씨가 참으로 묘한 날이었다. 비가 오다가 해가 나길래 그냥 올라갔더니 다시 비가 내려서 멈춰야 했고, 다시 해가 나길래 운길산까지 가려고 했더니 다시 비가 쏟아졌다. 비에 젖은 낙엽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에 결국 정상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변덕을 부리기를 열 번 정도 하고 나니 우리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도 동창들과 함께 옛이야기도 하면서 비를 맞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가을 비 내리는 수종사의 감흥을 몇 자 적어 본다. 水鍾寺에서 반세기의 벗들과 수종사에 오르려니 비, 구름, 바람도 함께 가자고 하네 세조 杏木은 裸木이 되어도 여전하고 二水頭 江山은 삼신산 옮겨온 듯하네! 북풍에 기러기 울음 맑게 들려오는데 구.. 2023. 11. 6.
늦가을(晩秋)의 감흥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서리 물든 가을 잎이 봄꽃보다 더 붉어서(霜葉紅於二月花)이기도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많이 걸어도 지치지 않고,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오늘도 동네길 7킬로를 걸었는데, 晩秋의 풍경에 빠지는 바람에 걷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이제 비가 한두 번 더 오면 고운 단풍은 사라질 것이다. #단풍 #丹楓 #가을 #晩秋 #만추 #옥정신도시 #가을바람 #秋風 #秋風落葉 #추풍낙엽 2023. 11. 1.
보은의 말티재와 법주사 보은의 말티재와 법주사 말티재는 충북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에서 속리산면 갈목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하단부와 상단부의 높이 차이가 160m나 되기 때문에 매우 가파른 고개다. 이 고개를 말티재라고 부른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의 전설이 있다. 하나는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거처하는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왔을 때 이 고개를 넘기 위해 얇은 돌(薄石)을 깐 다음에 말을 타고 갔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속리산에 머물렀던 조선 세조가 가마에서 말로 갈아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것이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단풍 철이 되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전망대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한눈에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인 553년에 .. 2023. 10. 31.
가을의 수종사 이덕형 별서지(別墅址)와 가을의 수종사 한음 이덕형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때 대활약을 한 인물이다. 그가 말년에 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곳이 남양주시 조안면 용진리에 별서를 짓고 머문다. 이때 노계 박인로(朴仁老)가 그곳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곳의 풍광을 보고 사제곡(沙提曲)이란 가사를 짓기도 했다. 박인로가 경상도 도체찰사로 갈 때는 이덕형이 홍시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때 지은 시조가 조홍시가(早紅柹歌)이다. 네 수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것이 유명하다. ‘盤中 조홍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만은,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가 그것이다. 홍시와 육적(육적회귤(陸績)의 회귤(懷橘)를 연결시켜 효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이 별서터는 돌로 세운 표지석과 .. 2023. 10. 27.
온달이 전사한 곳은? 온달이 전사한 곳은 어디인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590년에 전사함으로써 비극으로 끝난다. 고구려의 장군이었던 온달이 전사한 곳에 대한 기록에는 阿旦城, 阿朝城, 阿且城 등으로 나온다. 아단성, 혹은 아조성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서울의 아차산이라는 주장과 단양 영춘의 온달산성이 있는 곳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두 곳 다 전설이 서려 있는 증거물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은 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록에 나타나는 증거를 중심으로 온달이 죽은 장소를 파악해 볼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공간이 온달의 죽음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분명한 증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영춘면.. 2023. 10. 18.
상주 공검지와 세계 모자 페스티벌 상주 공검지와 세계 모자 페스티벌 경상북도 尙州는 영남지역의 중심지였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와 열차 중심의 교통이 발달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되었다. 경상도라는 명칭이 경주와 상주에서 두 글자를 취해 온 것이니 영남지역의 중심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는 한반도에서 농경문화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못(池)이 하나 있는데, 삼한 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공검지(恭儉池, 공갈못, 공강못)가 그것이다. 고려 때에 개보수하였는데, 현재는 규모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상주 모심기 노래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상주 함창 공강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발 줄밥 내 따줄게 요내 품에 안겨주소 모시야 적삼에 반쯤 나온 연적 같은 젖좀보소 많이야 보면 병난단다 담배씨 만치만 보고.. 2023. 10. 14.
가을날의 풍광 가을의 풍광 추수가 끝난 가을의 들판은 쓸쓸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분주하면서 아름답다. 겨울을 준비하는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자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무엇인가를 찾아 어디론가 가고, 냇가의 여뀌는 곧 돌아올 기러기를 맞기 위해 붉을 꽃을 피운다. 이름하여 紅蓼岸이다. 억새와 갈대 역시 씨를 만들어 종족 보존과 번식을 위해 열심히 꽃을 피워낸다. 작고 앙증맞지만 아름다움을 잔뜩 머금은 둥근잎유홍초도 부끄럽게 꽃은 피운다. 올해는 여름이 길어서 그런지 호박꽃은 아직도 피어 있고, 겨우 작은 열매가 맺히고 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그렁풀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다. 줄기를 자르면 누런 물이 나온다고 하여 .. 2023. 10. 8.
동네길 8킬로 걷기 동네길 8킬로 걷기 옥정동은 작은 신도시로 근래에 조성된 것이라 그런지 걷는 길이 잘되어 있다. 집에서 나와 바깥길로 한 바퀴를 돌면 약 8킬로 정도가 된다. 한가위를 지나니 가을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졌다. 가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모스와 붉은 여뀌꽃은 사방에 피고, 맑고 높은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떠서 흘러간다.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붉은 꽃은 여뀌임. 독풀로 시냇가에 주로 핌. 속설에는 기러기가 오는 것을 반기기 위해 핀다고 함. 이때쯤 기러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다. #옥정신도시 #코스모스 #여뀌 #紅蓼 #기러기 #조각구름 #높은하늘 #가을 #玉井洞 #걷기 #독바위 #선돌공원 2023. 10. 1.
여주 신륵사 여주 신륵사 여주시 여강(驪江) 가에 있는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지지만 관련 이야기나 자료 등은 남아 있지 않다. 나옹화상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3년 뒤인 1379년에 많은 전각을 신축하고 중수했으며, 1382년에는 대장각 안에 이색(李穡)과 나옹(懶翁)의 제자들이 발원해 인출해 만든 대장경을 봉안하였다. 조선시대 때는 억불정책으로 절이 많이 위축되었으나 1469년에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의 원찰(願刹)이 되면서 1472년에 절이 확장되고 다음 해에 보은사(報恩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1671, 1792, 1858년 등에 각각 중수되었다. 왕릉을 보호하는 원찰로서의 의미가 퇴색하자 신륵사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아서 지금에 이르고.. 2023. 9. 15.
설악산 권금성 설악산 권금성(權金城) 현재 알려진 기록으로 볼 때 설악산에는 돌로 쌓은 성이 두 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토씨 성을 가진 왕이 쌓았다는 토왕성(土王城)이고, 다른 하나는 權氏와 金氏 성을 가진 사람들이 쌓아서 피난했다는 권금성이 그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토씨 성을 가진 왕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권금성도 마찬가지인데, 낙산사의 기문에 몽골족이 세운 元나라가 침략했을 때 피난처로 쌓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왜 권씨와 김씨의 성이 들어가서 명칭이 된 건지에 대한 내용 역시 할 수 없다. 이번에는 권금성을 다녀왔다. 설악산 자체가 아름다운데다가 높은 곳에서 험산 준령과 골짜기 등 설악산 전경을 보는 것은 언제나 .. 2023. 8. 24.
여름에 읽는 시 여름만을 노래한 시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볼 수 있는 풍광을 통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가 있다. 4세기 말 5세기 초의 사람이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연명(陶淵明)의 사시(四時)가 그것이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高松 봄의 물은 온 사방의 연못에 가득한데, 여름의 구름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많네 가을 달은 높이 솟아 휘영청 밝았는데, 겨울 고갯마루에 소나무 홀로 빼어났네 이 시는 참으로 절묘하다. 네 개의 句로 되어 있는 絶句인데, 각 구절은 한 편의 그림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봄물이 사방에 가득 찼다는 것은, 생명의 탄생과 부활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근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얼음이 되어 만물을 죽.. 2023. 8. 7.
담양 면앙정 십 년을 경영하여 草廬삼간 지어내니 한 칸은 명월이요 한 칸은 청풍이라 산천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송순이 이 시조를 짓도록 동기를 제공해준 정자가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俛仰亭이다. 면앙정은 제월봉 서쪽에 있는데, 넓은 들판과 가운데를 흐르는 강, 추월산을 주봉으로 하는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면앙정가는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연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자 앞의 나무들이 너무 자라서 시야를 모두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무들을 정리해서 앞을 보이게 해달라고 여러 번 건의해 보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으로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이.. 2023. 7. 30.
두물머리 세미원 두물머리의 洗美苑(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인 兩水里(두물머리)에 세미원이라는 경기도 지정 정원이 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연꽃을 비롯하여 여러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데다 걷기도 좋고 두물머리 나루터로 연결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미원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알아봤더니 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온 것으로 莊子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장자와 관련된 기록에는 이런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자의 본고장인 중국의 자료에도 없는데, 양평군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글쓴 사람의 실력이 모자라서 근거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 2023. 6. 30.
山河之情 왕궁 기행 퇴임 교수 환송을 위한 山河之情 모임-경복궁, 경회루, 향원정, 七宮- 경복궁이 처음 지어진 시기는 1395년으로 조선 시대 임금이 정사를 보던 궁궐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전란을 거치면서 모두 불타버렸고, 현재의 경복궁은 1867년에 다시 지은 것인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훼손되었다가 근래에 복원되었다. 勤政殿은 국가의 중요한 儀式을 거행하던 궁궐 건물이다. 勤(부지런할 근)은 堇(진흙 근)과 力(힘 력)이 합쳐진 글자로 진흙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힘을 써야 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을 勤이라고 한다. 政은 正과 攴이 합쳐진 것으로 攴은 다스린다는 뜻인데, 무력과 관련이 깊다. 正은 성읍 같은 것을 정벌하여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역시 전쟁이나 정복과 .. 2023. 6. 22.
매월대, 구은사, 매월폭포를 찾다 九隱祠, 梅月臺, 梅月瀑布 김시습의 영민함을 알아본 세종이 다섯 살 된 그를 불러서 비단을 하사할 정도로 장래가 보장받는 사람이었으나 수양대군이 조카인 端宗을 몰아내자 공부를 하던 삼각산의 움막을 불태우고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근남면 사곡리로 은거한다. 이때 김시습과 함께 한 사람이 조상치와 박도를 위시한 일곱 형제였다. 단종복위 운동을 은밀히 진행했으나 사육신 사건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순조 18년(1818년)에 구은사를 지었다. 김시습이 이곳에 머물 때 福桂山 줄기에 있는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는데, 이곳이 바로 매월대이다. 해발 595m 높이의 산인데, 바위 절벽의 높이가 40여 미터나 된다. 그 아래에는 그가 숨어서 은거했다는 梅月窟.. 2023. 6. 16.
벗과 만나다(逢朋友) 2023년 6월 11일(일요일)에는 내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해 준 벗을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놀기만 하는 나에게 寸鐵殺人의 한마디로 공부를 하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50년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이 사람이다. 서울과 대구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살기에 남한산성을 함께 걷고, 가벼운 저녁을 함께 한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마음에 남는 여운이 아주 긴 만남이었다. 느낌이 있어 적어본다. 벗과 만나다(逢朋友) 번개와 천둥 치며 어제밤은 세찬 비 내리더니 오늘 아침은 맑은 하늘에 싱그러운 바람 부네 거미가 긴 줄을 내리며 허공에서 춤을 추는데 반가운 벗의 기별에 기억과 향기가 함께 오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이어지는 우정도 흔치는 않으리 짧은 만남이었지만 三生의.. 2023. 6. 13.
오대산 월정사 강원도 五臺山에 있는 月精寺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서기 643년에 慈藏律師가 창건한 사찰이다. 오대산은 동서남북중앙에 있는 다섯 개의 臺에서 따온 이름으로 文殊菩薩이 있는 곳이다. 臺는 주변의 지형보다 높은 곳에 있는 건축물이나 높고 평평한 곳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臺가 붙는 지명은 모두 부근 지형에 비해 높고 평평하여 전체를 관망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북동 방향으로 설악산을 지고 있는 오대산의 東臺가 있는 滿月山 남쪽에 자리한 월정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신라에 가서 오대산을 찾으라는 명을 받들어 세운 절이다. 자장율사는 오대산의 중앙에 있는 中臺에 적멸보궁을 지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다. 이렇게 되면서 오대산은 월정사를 중심으로 불교성지의 자리를 굳혀가는데, 중앙에 .. 2023. 6. 9.
찬란한 유월 찬란한 유월 밝고 맑으며, 눈부신 유월이다. 유월은 장미꽃, 뭉게구름, 푸른 하늘, 개구리 소리, 꿩 울음소리, 뻐꾸기 소리 등과 함께 시작한다. 올해는 재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월 #찬란한 #눈부신, #장미의계절 #뭉게구름 #꿩 #뻐꾸기 #개구리_소리 #청개구리 #찬란한유월 느낌이 있어 시 한 편을 남긴다. 찬란한 유월에(在燦爛的六月) 별 생각 없이 多有所에서 꽃병을 샀는데 아무개 학생에게서 꽃다발 선물이 왔네 밝히지 않아 그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갸륵한 정성과 마음 들어 있음을 알겠네 맑은 바람은 꽃향기 싣고 남으로 오는데 집 앞 밭두렁 장끼 소리 요란키도 하도다 인생은 그저 잡지 표지처럼 통속하다지만 작아도 즐거운 행복이 가득 담겨 있다네 多有所 : 다이소의 鄕札 표기이.. 2023. 6. 3.
곤지암의 지명 유래 신립 장군의 흔적을 따라 곤지암(昆池巖)의 지명을 살피다. 조선의 명장으로 임진왜란 시 탄금대 전투에서 패해 죽음을 맞은 申砬은 신라 말기에 弓裔를 몰아내고 고려 태조인 王建을 추대하고, 甄萱과 싸웠던 八公山 전투에서 왕건의 목숨을 구한 공 등으로 개국 일등 공신에 봉해진 사람으로 平山申氏의 시조인 申崇謙의 후손이다. 그는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조선 최고의 무관으로 일컬어졌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문경 새재를 버리고 達川 평야에 진을 치고 왜군과 싸우다 패하여 전사하였다. 이 패전으로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고, 宣祖는 義州로 피난길에 오른다. 이렇게 되자 신립은 마치 만고역적처럼 취급되었지만, 조국을 사랑하고 목숨을 버린 조선 최고의 명장임을 틀림없는 사실이다. 신립이 전쟁에서.. 2023. 5. 20.
어버이날 2023년 5월 8일 어버이날 갈수록 희미해져간다고는 하지만 멀리있는 아이들 덕분에 즐거운 외츨을 했다. #어버이날 #부모 #자식 #즐거움 2023. 5. 9.
아차산과 용마산의 백제 山城과 고구려 堡壘 아차산과 용마산의 백제 山城과 고구려 堡壘 서울의 경복궁을 수호하는 것으로 동쪽과 서쪽에 벌려 있는 산을 청룡과 백호라고 한다. 이것은 다시 안쪽에 있는 것과 바깥쪽에 있는 것으로 다시 나누는데, 내백호와 외백호, 내청룡과 외청룡이 그것이다. 仁王山은 내백호, 德陽山은 외백호가 되며, 駱山은 내청룡, 峨嵯山은 외청룡이 된다. 아차산은 한강 광나루 부근에서 시작하여 용마산을 거쳐 망우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로 서쪽에는 中梁川이 흐르고, 동쪽에는 한강이 흐른다. 아차산이나 용마산 정상에 오르면 서울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 등에서는 서울의 일부만 보이지만 아차산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남산, 관악산 등을 비롯하여 한강의 도도한 흐름과 남한산성 등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 2023. 4. 24.
無題 2023. 4. 23.
황사가 덮은 봄 날의 외출 황사가 덮은 봄날의 외출 敦化門을 정문으로 삼고 있는 昌德宮은 조선 시대에 왕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궁궐이었다. 태종 때 세워진 후 여러 번의 화재와 임진, 병자 양 전란을 거치면서 불타고 부서졌지만 계속해서 복원되었다. 동쪽에는 昌慶宮과 含春苑이 있고, 남쪽에는 宗廟가 있으며, 궁의 북쪽에는 큰 규모의 후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모두 합치면 경복궁보다 훨씬 넓고 크며 자연 친화적이다. 오늘(2023년 4월 13일)은 대학원 후배들을 만나 점심을 한 후 창덕궁이 잘 보이는 원서동에 있는 ‘회화나무’라는 찻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중국발 황사가 오는 바람에 답답하기는 했지만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창덕궁 #昌德宮 #敦化門 #돈화문 #어처구니 #魚脊群 #원서동 .. 2023. 4. 13.
상큼한 월요일 상큼한 월요일 경기도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양주시는 고구려 시대에는 買省郡이었다가 고려를 지나면서 見州 등으로 불리다가 楊州로 되었다. 楊州市는 남쪽과 남동쪽, 동쪽 등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하여 廣州, 加平 등과 맞닿아 있고, 북으로는 한탄강을 경계로 하여 赤城, 漣川 등과 맞닿아 있다. 서쪽으로는 험준한 산맥을 경계로 하여 파주, 고양 등과 맞닿아 있는 곳으로 매우 큰 지역이었다. 조선 초기에 도읍지가 지금의 서울에 정해지면서 큰 변화를 겪으면서 漢陽이 분리되었고,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거치면서 의정부시, 동두천시, 남양주시, 구리시 등이 분리되면서 별로 크지 않는 지역으로 축소되었다. 내가 사는 옥정신도시는 도봉산, 불곡산, 감악산, 소요산, 칠봉산, 천보산, 수락산 등의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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