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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고향이야기20

네 가지 가르침과 나의 어머니 네 가지 가르침과 나의 어머니 나는 어머니 연세가 마흔여섯이던 해인 1954년 음력 7월 그믐날(29일) 초저녁에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워낙 老産인 데다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데다가 백두대간의 깊숙한 곳에 있는 산골 마을인지라 아주 길게 이어지는 産痛에도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을 견딘 끝에 은풍면 송월리에서 남쪽으로 20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예천읍에 가서 쌀 한 가마니라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빌려온 겸자(鉗子)와 함께 출산을 돕기 위해 온 산파의 힘을 빌려 겨우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산모는 겨우 진정되었으나 아기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살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는데, 산파가 침착하게 두 발을 잡고 거꾸로 들어서 엉덩이를 여러 번 때리자 입에 물고 있던 양수를 뱉어내면.. 2023. 2. 28.
느티나무에서 내리는 따끈따끈한 비 느티나무에서 내리는 따끈따끈한 비와 처녀에 대한 이야기 느릅나뭇과에 속하는 느티나무는 우리의 삶 속에 가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생활속의 친구로 생각될 만큼 정겨움이 묻어나는 존재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가장 넓은 지역에 심어져 있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신으로 모셔.. 2009. 10. 12.
생애 최초로 가출한 사연 생애 최초로 가출한 사연 경상북도 예천의 하리면 송월동(월감)에서 십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머니께서 노산이었던 관계로 산파의 도움을 받아서, 그것도 기계에 의해서 겨우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산모가 46살인데다가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가 머리만 내민 상태에서 나.. 2009. 10. 10.
농한기의 농촌겨울밤 농한기의 농촌 겨울밤 농촌의 길고 긴 겨울밤엔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나이와 성별에 따라서 노는 방법이 아주 다양했다. 남자 어른들 중 노인 층은 새끼를 꼬거나 멍석 같은 것을 짜면서 옛날이야기로 긴 밤을 보내고, 장년 층은 화투를 해.. 2005. 12. 19.
대보름의 동제와 오곡밥 정월대보름의 동제와 굴뚝막기 몇 달 동안의 싸움 끝에 땅벌을 쫓아낸 것으로 하여 우리들은 스스로 영웅이 되었다고 뻐기면서 더욱 의기 양양하여 산과 마을, 들판 등을 휘젓고 다니면서 말썽을 부리고 놀았는데, 그처럼 정신없이 보내는 동안에도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면서 농한기의 끝.. 2005. 12. 19.
대보름밤의 망워리 달맞이 보다 재미있는 보름날의 망워리(쥐불놀이)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후 우리들은 각자 쥐불놀이 준비에 들어갔다. 쥐불놀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서 행해지는데,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어서 그 안에 나무나 솔방울을 넣고 불을 붙인 다음 긴 철사 줄을 매달아 원을 그.. 2005. 12. 19.
아이들 간을 먹는 참꽃문둥이 아이들의 간을 먹는다는 참꽃문둥이 나는 어릴 때부터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 붉게 타오르는 참꽃을 아주 좋아했는데, 참꽃은 꽃 모양도 아름답지만 여러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매우 친근한 식물이었다. 참꽃은 첫째, 꽃잎을 사용하여 화전을 만들고, 둘째, 아이들의 간식으로 제격이.. 2005. 12. 19.
반짝이 처녀귀신 이야기 반짝이 처녀귀신과의 인연 우리 동네에서 초등학교까지의 거리가 약3킬로 정도였는데, 그 길을 매일 걸어 다닌다는 것이 꼬마들에게는 여간 힘들고 지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그 먼 길을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하.. 2005. 12. 19.
생전 처음 밝히는 비밀-3 처음 밝히는 비밀3 자전거로 통학을 하다가 여학생 앞에서 넘어진 사건이 있은 후로 자전거를 타는 일에도 흥미가 없어졌고, 또 다시 그 여학생을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전전긍긍하다가 버스 통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전거로 다니니까 힘도 들고 시간을 많이 빼앗.. 2005. 12. 18.
처녀귀신과 몽달귀신의 결혼 처녀귀신과 몽달귀신의 결혼 시집 혹은 장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짝지어 주는 영혼결혼식은 지금은 보기 어려운 광경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내가 살았던 어린시절의 농촌사회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영혼결혼식을 치루어 줌으로써 죽은 사람의 혼령은 한을 품지 않.. 2005. 12. 18.
독수리가 먹게 해준 닭고기 독수리가 먹게 해 준 닭고기 지금은 보기가 어려운 동물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독수리지만 내가 어릴 적에 보았던 독수리는 하늘의 왕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정말 멋진 행동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독수리라는 존재는 절대로 곡선비행을 하지 않는다. 먹이를 쫓을 때도 그렇고 하늘에 높.. 2005. 12. 18.
생전 처음 밝히는 비밀-2 생전 처음 밝히는 비밀2 백두대간이 남서쪽으로 구부러지는 지점인 소백산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고전소설 낭송자인 전기수였던 나는 글을 읽는 것은 어른보다 더 잘 할 수 있었고, 그동안 읽은 소설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 2005. 12. 18.
생전 처음 밝히는 비밀-1 생전 처음 밝히는 비밀1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이 집이었던 나는 영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3학년 1학기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었다.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북바우, 피끈, 장수고개, 귀네, 서천교를 거쳐 학교까지 가곤 했는데, 겨울에는 죽령재를 넘어서 풍기를 거쳐 내리치는 북.. 2005. 12. 18.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뜸부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새이다. 뜸부기에 대하여 실제로 잘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람들에게 불리는 동요에 등장하는 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요를 듣고 있으면 뜸부기는 상당히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뜸부기는 낭만적인 새가 아니라 농부들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미움을 받는 새이다. 왜냐하면 애써 지은 벼농사를 뜸부기가 망쳐서 쌀의 생산량을 줄여 놓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뜸부기는 논 한가운데에 집을 지어서 알을 낳고 새끼를 쳐서 키우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뜸부기가 논 한가운데 집을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논에는 수많은 종류의 벌레들이 살고 있어서 새끼들에게 먹일 양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뜸부기가 아무 때나 논에 들어가서 집을 짓는 것은.. 2005. 12. 18.
소백산중의 최연소 꼬마 전기수 小白山中의 最年少 꼬마 전기수 내가 태어나 일곱 살 때까지 자란 마을은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달려 내리는 가운데 있는 예천군 하리면 월감이란 곳이다. 마을 뒤 북쪽으로 저수(低首)재라는 고개는 너무 가파라서 고개를 낮추고 넘어야 했는데, 그 골짜기의 길이는 수 십 킬로에 달했.. 2005. 12. 18.
씻을 수 없었던 표대등의 상처 씻을 수 없었던 表臺嶝의 傷處 일곱 살 되던 해까지 동네 할머니들의 꼬마 전기수로 활약했던 나는 그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던 무렵에 순흥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버스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어머니와 둘째 누나와 나는 이삿짐 트럭에 앉아서 험하고 험한 산길 수십 굽이를 돌고 돌아 .. 2005. 12. 18.
개구쟁이들과 땅벌의 한판 전쟁 개구쟁이들과 땅벌의 한판 전쟁 푯대등 사건이 있은 후로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가방을 집어던지고 동네로 놀러 가곤 했었다. 우리들은 몰려다니면서 놀거리를 찾기가 일쑤였는데, 우리들에게 있어서 좋은 놀이감으로 보이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왜 항상 말썽을 피우는 것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대강 따져보면, 집에 있는 종이를 모두 모아서 딱지를 만든 다음 그것으로 하는 딱지치기, 무밭에 가서 무의 파란 부분을 발로 차서 잘라먹는 것, 밀이나 보리가 익을 때면 그것을 잘라서 불에 구워먹는 것, 수박 같은 것이 익으면 가끔가다가 그것을 하나씩 따먹는 것, 고구마나 감자를 캐다가 산에 가서 구워먹는 것, 여기 저기 불장난을 하는 것 .. 2005. 12. 18.
늑대가 돼지를 물어가는 마을의 아이 늑대가 돼지를 물어 가는 마을의 아이 늑대는 산에서 육식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늑대가 동물만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열매도 즐겨 먹으며, 들꿩, 멧닭과 같은 야생 조류도 잡아먹는다. 식욕이 대단하여 송아지나 염소 1마리를 앉은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다. 지금부터 내가 .. 2005. 12. 18.
쥐와 사람의 머리싸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쥐와 사람의 머리싸움 이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가장 나중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은 누구일까? 나는 주저 없이 쥐와 바퀴벌레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쥐와 바퀴벌레는 번식력과 생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쥐는 .. 2005. 12. 18.
하늘에서 물고기는 떨어지고 하늘에서 물고기는 떨어지고 백두대간의 험산준령이 남으로 달려오다가 잠시 멈춰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꺾은 곳에 소백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남동쪽으로 뿌리를 틀어 내린 야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바로 순흥이며 내가 어릴 때 살던 고향집이 있던 곳이다. 삼국시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엄청나게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서 한강유역에 진출하여 중국과 교역을 하려는 욕망을 지닌 신라의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소백산만 넘으면 바로 단양과 영월로 이어지면서 한강의 상류에 이르게 되니 신라로서는 북진을 위한 온 힘을 이곳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영향으로 인하여 고려시대와 조선초기까지만 해도 북쪽에는 개경이 있고 남쪽에는 순흥이 있다는 뜻의 남순북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봉화대가 있었다는 비봉산 아래 펼쳐진 이곳의.. 200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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