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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시는 날 눈 오시는 날(雪日) 아침부터 해는 구름 뒤로 숨고 穹蒼이 변하더니 점심을 지나자 하늘로부터 함박눈이 내리는도다 산수유 붉은 열매 찬바람 속에 더욱 붉어지는데 흰 눈 사이로는 초가 한두 채 아득하게 보이누나 겨울눈은 朔風을 타고 북으로부터 온다고 하지만 눈 속에 보이는 그대 소식은 남에서 오는 듯하네 陽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冬至를 지나고 나면 즐겁게 다시 만나 봄맞이할 술 한잔 기울여보세나 #눈오시는날 #雪日 #冬至 #동지 ##산수유 #폭설 #삭풍 #朔風 #陽 #穹蒼 #궁창 #함박눈 2022. 12. 15.
낙산 주변의 유적들 駱山 주변의 유적들 1 서울의 동쪽에 있는 것이면서 혜화문에서 남쪽의 동대문 방향으로 한양도성이 지나가는 산을 낙산이라고 하는데, 낙타의 등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駞駱山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것을 줄여서 낙산이라고 한다. 풍수상으로 보면 궁궐을 지키는 좌청룡 중 내청룡에 해당하는 산으로 내백호인 인왕산과 상대된다. 옹주들이 거처하는 곳으로 궁궐의 동쪽 끝에 있는 含春苑의 바로 앞에 있으며, 그 사이에 興德洞川이 흐르고 있는 데다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선 시대의 유적들이 아주 많다. 이번 기행은 端宗의 왕비인 定順王后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반세기의 벗들과 함께했다. 출발지는 청계천 7가와 8가의 중간 지점에 있는 다리인 永渡橋이다. 이 다리는 남쪽에 있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왕심평.. 2022. 12. 15.
花信風 花信風 이번 겨울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하다. 매서운 추위가 아직 오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기온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겨울의 절정으로 해가 가장 짧은 시기인 冬至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二十四番花信風의 두 번째인 大寒이 되어야 핀다는 난초가 벌써 수줍은 꽃을 열어젖혔다. 이십사번화신풍은 줄여서 花信風이라고도 하는데, 꽃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을 이렇게 표현한다. 小寒부터 穀雨에 이르는 기간은 여덟 개의 절후가 들어 있는 기간으로 120일인데, 이것을 5일씩 나누어 그것을 一候로 할 때 24候가 된다. 각 절기 마다 세 개 정도의 꽃이 핀다고 하는데, 난초는 大寒 절기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2023년 1월 25일을 넘겨서 피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지를 지나면 그때부터 태양.. 2022. 12. 9.
초겨울의 襄陽 강원도 襄陽은 흔히 일컬어지기를, 해 오름의 고장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 해석에 대해서는 좀 살펴볼 것이 있다. 양양의 원래 이름은, 고구려 때는 翼峴이었고, 신라 경덕왕 때에는 翼嶺으로 고쳤다. 그러다가 고려 때에 이르러 襄州로 되었는데, 별칭으로 襄山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 태종 때에 襄陽으로 고쳤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翼과 襄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翼은 일반적으로 날개, 오르다, 돕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襄은 오르다, 돕다 등의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翼은 ‘엄숙하고 근신하여 공경함’의 의미를 지진 관계로, 공경하다, 높이다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襄도 이와 비슷한 뜻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襄은 일을 함.. 2022. 12. 2.
우이령길 걷기 우이령길 걷기 한자로는 牛耳峴이라고 해야 맞을 것으로 보이는 우이령은 서울시 우이동에서 양주시 교현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牛耳洞이라는 지명이 조선 초기부터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쇠귀바우(牛耳巖)이라는 이름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쌍문동 보문사 사찰 뒤에 소의 귀를 닮은 암봉이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유래는 알기 어렵다. 이번 걷기는 양주시 교현 탐방센터에서 시작하여 오봉 전망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중간에 오봉 쪽 언덕배기에 있는 석굴암까지 갔다 왔더니 10킬로 정도의 거리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오래전에 함께 공부했던 후배들 몇 명과 함께 했다. 2022. 11. 25.
질서의 붕괴 질서의 붕괴 뉴제주일보 승인 2022.11.24 18:2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를 진단한다면 사회적 질서가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치부터 국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게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건, 사고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에 ‘묻지마’가 붙으면 한층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정쟁, 투쟁, 폭력, 살인, 스토킹, 사기, 거짓말, 분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스스로에 의한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법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질서의 붕괴가 가속되는 양상인데, 이것은 사회구성체의 바탕을 이루는 체계가 뒤틀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체계란 일정한 원리에 의해 부분과 부분이 잘 연결되어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모양을 갖춘 전체이다. 그중.. 2022. 11. 25.
努肸夫得과 怛怛朴朴 努肸夫得과 怛怛朴朴의 흔적을 찾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신라 성덕왕 시대의 염불승이다. 두 사람은 백월산의 남쪽과 북쪽 기슭에 암자를 짓고 불도를 닦았는데, 관세음보살의 도움으로 살아 있는(生佛) 阿彌陀佛이 되어 사람들에게 설법을 한 후 구름을 타고 서쪽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두 생불이 불도를 닦던 암자는 각각 남암, 북암, 혹은 남사, 북사라고 불렀다. 지금 사찰은 사라졌고, 그 흔적만 곳곳에 남이 있다. 특히 白月山은 보름이면 중국의 왕궁에 만들어놓은 연못에 비쳤는데, 실물을 찾아 헤매던 사신이 이산을 발견하고 신 한 짝을 걸어놓은 후 돌아가 왕에게 고하니 그 달 보름에 그대로 비쳤다고 하여 이름을 백월산이라고 지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경상남도 창원시 북면 백월로에 있는 남사 자리는 매우 컸던 것으로.. 2022. 11. 22.
무악산을 오르다 안산(鞍山)을 오르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은 말안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말이나 소의 등에 짐을 실을 때 쓰는 길마처럼 생겼다고 하여 길마재라고도 한다. 경복궁에서 보면 서쪽에 있는 돌산이 인왕산이고, 그 너머에 있는 산이 바로 안산이다. 안산은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경복궁의 왼쪽과 오른쪽을 지키는 산을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는데, 낙산이 내청룡, 인왕산이 내백호이며 용마산이 외청룡,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이 외백호가 된다. 안산은 내백호와 외백호 사이에 있는 작은 산이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방송대 선생님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 그 후 가볍게 저녁을 함께 했다. 2022. 11. 19.
송강 정철의 유적을 찾아 송강 정철의 유적을 찾아 반세기의 벗들과 함께 이번에는 조선 최고의 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송강 정철의 유적 일부를 돌았다. 전라남도 담양을 정철의 고향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서울 청와대 서쪽에 있는 청운초등학교 자리가 바로 정철이 태어난 곳이다. 특별한 유적은 없고 학교 정문 앞에 작은 돌비석이 하나 서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송강마을은 강화도에서 굶어 죽은 정철이 묻혔던 곳이다. 마을 중앙에서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송강 고개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동쪽으로 산길을 좀 가면 정철의 부모와 형의 묘소가 나온다. 부모의 묘소 바로 아래에 송강 정철 초장지라는 팻말이 있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작은 사찰이 있는 곳에서 산자락을 보면 작은 묘소가 하나 보.. 2022. 11. 9.
一字一言, 藏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인 의미로 하.. 2022. 11. 9.
가을을 보내다 가을을 보내다(送秋) 코로나 덕분인지 올해 가을은 매우 가을다웠다. 날씨도 온화한데다 공기도 좋아서 가을다운 날씨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서 가을의 어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한자의 秋는 유래를 잘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秋(가을 추)의 초기 글자는 𪛁(가을 추)였다. 禾는 모든 곡물(곡식)을 나타내고, 火는 불을 질러 태운다는 뜻이다. 그리고, 龜는 곤충의 알이 딱딱한 껍질을 뒤집어써서 마치 거북의 등 같다는 뜻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𪛁는 매우 현실적이며, 기능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가을은 모든 곡식이 열매를 맺어 풍성하면서도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메뚜기나 기타 여러 종류의 해충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껍질로 몸을 .. 2022. 11. 9.
Blood Moon sonjongheum 태양, 지구, 달이 일직 선상에 놓일 때 생기는 개기월식이 있는데, 이 때는 달이 붉은 색을 띤다고 한다. 블러드문이라고 불리는 데 오늘은 천왕성까지 가리는 월식이 나타난다고 하며, 이것은 20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난다고 한다. 현재의 월식 현장 사진이다. #블러드문 #개기월식 #200년 #부분월식 #붉은달 #적월현상 #월식 #불길한징조 #bloodmoon #赤月 #赤月現象 #現象 #現象 해시태그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www.instagram.com 2022. 11. 8.
인천지역 출석수업 오늘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시작된 방송대 출석수업을 다녀왔다. 인천 지역 1학년 강의였는데, 모두 열성적으로 공부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잘 따라와 줘서 아주 재미있게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여러 선후배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면 가르치는 나도 신이 나서 더 많은 것들을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한층 알찬 강의가 되었던 것 같다. 아무쪼록 인천 지역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2. 11. 7.
霜降 霜降에 대하여 서리가 내린다는 뜻을 가진 상강은 寒露와 立冬 사이에 드는 24절기의 18번째 절후이다. 양력으로 10월 23일경이 되는데, 이 시기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매우 커서 건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날씨는 맑고 쾌청하지만,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나기 때문에 식물의 잎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때이기도 하다. 또한 추수가 마무리되는 시기여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상강을 지나면 겨울의 절기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음양론으로 말하자면 陽의 기운은 쇠하여 땅으로 들어가고, 陰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만물은 모든 것을 마치고 이루어져서 움직임을 끝내고 소멸하는 경지로 들어가는 때이다. 사실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 말은 이치상 맞지 않는다. 왜냐.. 2022. 10. 22.
숨은 코드로 부석사 보기 이상적 사랑의 현실태인 浮石寺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의 승려 의상(義湘)과 중국의 여인 선묘(善妙)의 사연을 간직한 사찰로 華嚴宗刹이기도 하다. 원효와 의상은 당나라로 유학 가다 비를 피해 무덤에 들어갔었는데,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는 원효는 신라로 돌아오고, 의상 혼자 바다를 건넌다. 동방에서 온 의상을 사랑한 선묘는 그가 머무는 동안 모든 바라지를 다했는데, 정작 의상이 신라로 돌아갈 때는 만나지를 못했다. 世世生生에 의상을 따르겠다는 서원을 하고 황해에 몸을 던진 선묘는 용이 되어 의상을 보호했다. 의상이 봉황산 중턱에 절을 지으려 할 때 수백 명의 이교도가 격렬하게 반대했다. 선묘용이 큰 바위를 공주에 띄워 그들을 내쫓고 절을 세워 이름을 부석사라고.. 2022. 10. 20.
희방사의 역사적 의미 희방사(喜方寺)의 역사적 의미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인 소백산 연화봉 아래에 자리한 희방사는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에 있다. 신라 643년인 선덕여왕 12에 두운(杜雲)이 창건하였으며, 호랑이에 얽힌 창건 설화가 전하고 있다. 태백산 심원암에서 지금의 희방사 자리에 있는 동굴로 옮겨 암자를 짓고 수도하였다. 암자 아래에 호랑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아 두고 항상 왕래했는데, 하루는 호랑이가 스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마치 답답함을 하소연하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이 살펴보니 호랑이의 목에 비녀가 걸려 있었다. 스님이 손을 넣어 빼주니, 호랑이가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흔들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시늉을 하였다. 어느 날 저녁에 호랑이가 큰 돼지를 지고 왔으므로 스님이 그 뜻을.. 2022. 10. 14.
가을 단상(秋想) 가을 단상(秋想) 맑고 서늘한 황금 들판을 나 홀로 거니노라니 온-가지 들풀들이 앞다투어 열매 내밀고 있네 하늘에는 흰구름과 낮달이 서로 숨바꼭질하는데 땅에서는 농부의 여름땀이 하나둘 결실을 맺었네 기러기 오지 않아도 붉은 여뀌(紅蓼) 고운 자태 뽐내고 갈매기 날지 않아도 흰마름꽃(白蘋) 수줍음 머금었도다 그대가 있는 남쪽 하늘 아래 아련히 바라다보니 맑고 고운 목소리 지금도 내 귓가에 쟁쟁하도다 2022. 10. 12.
여의도 불꽃놀이 어제 저녁에 있었던 汝矣島 불꽃놀이 영상이다. 汝矣島라는 지명은 한자로 되어 있지만 이것은 이두표기이다. 너븨섬이 원래 이름이고, 그것의 뜻은 넓은 섬이라는 것이다. 한강에서 가장 크고 넓은 섬이 바로 여의도인 셈이다. 너는 汝로, 븨는 矣로 되었으며, 마지막 섬은 島로 되었다. 븨의 ㅂ은 순경음 비읍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왕실의 제사에 희생제물로 쓸 짐승들을 키우던 곳이기도 했던 섬이 지금은 우리나라 정치, 금융의 중심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桑田碧海라고 할 수 있다. 2022. 10. 9.
너 자신을 알라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0. 8.
경주의 승가람 터 초가을의 경주와 가람터 이번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문학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주의 사찰 터를 돌았다. 前佛時代의 일곱 개 사찰 터인 七處伽藍 중 天鏡林에 세웠던 신라 최초의 사찰인 興輪寺는 그 터조차 흔적이 묘연한데다 근래에 들어선 이상한 비구니 사찰이 있어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사찰 터에는 아무것도 없고, 국립경주박물관 뒤 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水曹 만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이차돈의 순교를 기리기 위한 石碑가 전시되어 있는데, 흰 피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양을 그린 것이 이채롭다. 감포에 있는 감은사터는 거대한 삼층석탑과 용이 들어와 쉴 수 있도록 설계한 금당 아래의 공간이 매우 특이하다. 과거에는 금당 바닥 아래까지 물이 들어오도록 해서 동해 용이 된 문무왕의 혼백이 쉬도록 만.. 2022. 10. 1.
대학원 후배들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들판의 색깔이 바뀌기 시작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구름은 높이 난다. 가을의 정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추분이 곧이니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면서 머지 않아 추위가 다가올 것이므로 추수를 서둘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은 오래전에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후배들 몇 명을 만나서 옛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함께 공부했던 시절에 만들었던 공통 관심사와 다양한 에프소도가 많았기 때문인지 점심 겸해서 만나 저녁이 될 떄까지 일어설 줄을 모를 정도로 談笑和樂에 푹 빠졌었다. 사진 몇 장으로 그 시간의 흔적을 잘라내어 현실적 삶의 공간 속에 남겨 본다. 2022. 9. 20.
一字一言, 處 곳, 때, 장소, 거주, 처리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글자인 處(곳 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미가 이런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곳, 장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멈추다,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하다 등 상대 부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은 원래의 그것에서 확장된 의미라는 것이다. 글자의 구성요소와 결합 방식을 살펴보자. 處는 虎(범 호), 夊(천천히 걸을 쇠), 几(안석 궤)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글자인데, 갑골문(甲骨文),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진 소전(小篆) 등에 보이는 초기의 모양은 処(곳 처)로 되어 있다. 処에 虎.. 2022. 9. 1.
가을비 내리는 익선동 거리 가을비 내리는 익선동 거리 조선 제24대 군주인 헌종이 후사가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자 강화도에 유배 가서 살고 있던 이변(李昪)을 모셔와 덕원군으로 삼고 보위를 이으니 그가 바로 철종이다. 철종은 영조의 증손이면서 자신의 아버지인 이광을 전계대원군(全溪大院君)으로 추봉하고 종로구 누동(樓洞) 지역에 사당을 만들었다. 누동은 다락우물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매우 깊은 우물이 있어서 이다. 이 우물은 위는 좁지만 아래는 넓어서 마치 다락 같다고 하여 지명으로 되었고, 다락골, 혹은 다락우물골 등으로 불렸다. 이 지역에 만들어진 전계대원군의 사당은 규모가 매우 큰데다 양옆으로 날개처럼 생긴 회랑(翼廊)이 늘어서 있었다. 그래서 동네 이름이 익랑골, 궁골, 궁동 등으로 불렸는데, 익동으로 되었다. 또한.. 2022. 8. 31.
광릉수목원 (광릉) 국립 수목원 조선 제7대 군주였던 世祖와 貞熹王后의 릉을 광릉이라고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건국 초기부터 매우 어려웠던 혼란 상황을 정리함으로써 조선 사회를 획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군주가 바로 세조였다는 것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선은 태종과 세종의 치세가 좋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러 가지 불안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방법에 바람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왕권의 확실한 강화를 통해 나라를 안정시키면서 성종의 치세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놓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에 있는 국립 광릉수목원은 조선 시대에는 세조의 사냥터였다. 매우 넓은 공간을 확보하여 조선 말기까지 철저하게 보호하.. 2022. 8. 26.
더위의 끝을 잡고 더위의 끝(末暑, 處暑)을 아쉬워함. 오늘은 더위의 끝, 혹은 마지막 더위라는 뜻을 가진 처서다. 처서는 말서라고도 하는데,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세 가지 중 마지막 것이다. 더위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小暑, 大暑, 處暑의 세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가을에 들어섰다고 본면 된다. 시절을 아는 자연은 너무나 정확하여 이틀 전부터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절묘하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더위는 우리를 많이 괴롭혔지만 그래도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서운함이 앞선다. 입이 삐뚤어진 모기와 헤어지는 것도 시원섭섭하고, 짜증을 내면서 원망하던 더위가 물러가는 것도 약간은 서운하고, 푸르기만 하던 잎들이 서서히 시들어간다는 것도 마음.. 2022. 8. 23.
처서(處暑)의 의미 處暑(2022년 8월 23일) 처서는 24절기의 하나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立秋와 흰 이슬이 내린다는 白露 사이에 들며, 음력 7월, 양력 8월 23일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0°에 있을 때를 가리킨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면서 풀이 더 자라지 않으므로 논두렁의 풀은 베어내고 산소(山所)의 풀을 깎는 벌초 등을 한다. 가을의 기운이 생겨난다는 것을 지칭하는 입추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入이 아니라 立을 쓴다는 점이다. 立은 일어서다, 생겨나다, 기운이 시작되다 등의 뜻을 가지기 때문에 입추라고 해서 가을이 성큼 온다는 뜻은 될 수 없다. 가을의 기운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때가 입추이기 때문에 이 시기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때이기도 하다. 이것보다 더 난해한 것은 처서라.. 2022. 8. 18.
공직자의 자세 공직자의 자세 뉴제주일보 승인 2022.07.31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공직자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대통령 등과 같이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나랏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공복(公僕)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통치행위를 통해 국민이 낸 세금을 집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권력이 뒤따르는 관계로 자칫하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부정부패의 늪에 빠지기 쉬운 단점이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공직자는 그릇된 행동들을 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나라와 사회를 위한 공복(公僕)임을 자처할 수 있는 공직자가 얼마나 되는.. 2022. 8. 1.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漱石枕流)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다(漱石枕流) 3세기 무렵 중국에서는 魏吳蜀으로 나누어졌던 삼국시대가 끝나고 잠시 천하를 통일한 것이 魏였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아 司馬炎에 의해 위가 멸망하면서 새로운 왕조가 등장했으니 바로 晉이었다.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면서 다시 쪼개져 남북조시대가 열린다. 이런 혼란의 시대를 魏晉南北朝時代라고 하는데, 너무나 자주 바뀌는 왕조와 오랜 전쟁으로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하면서 老壯과 같은 道家思想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은거하는 竹林七賢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나라 시대의 인물 중에 孫楚라는 사람이 있었다. 글재주는 뛰어났지만 너무나 의기양양하여 세상을 우습게 여기는 성향이 있었다. 그가 젊을 때 세상을 떠나 산속에 은거하려.. 2022. 7. 21.
一字一言 賢 어짐, 현명한, 도덕적인, 재능이 있는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현(賢)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속하며, 두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賢은 아래에 있는 貝가 뜻을 담당하고, 위에 있는 臤(어질 현, 굳을 견)이 소리를 담당한다. 아래에 있는 貝가 없는 글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賢의 고자(古字), 혹은 속자(俗字)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래와 위의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글자의 본래 뜻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賢의 기본적인 뜻은 재물이나 재산 늘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 재능.. 2022. 7. 16.
청산도로 내려가는 벗을 보내며 전라남도 완도에서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청산도로 내려가 생활하고 있는 반세기의 친구(松音)가 서울에 왔다가 다시 내려간다기에 급하게 몇 명이 만나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전송했다. 그때 느낀 것이 있어(有感)서 몇 자 적어보았다. 아래 글에서 三疊은 王維가 양관에서 친구를 보내며 지은 陽關三疊을 말한다. 이별 시로 가장 유명하며, 벗과 헤어질 때 세 번씩 연창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청산도로 내려가는 벗에게 청산도는 날아가는 봉황 모양의 섬인데 그대 집은 봉 새의 날개 자리에 있네 오늘 술 한 잔과 三疊으로 헤어지지만 내일은 봉황새의 품에서 다시 만나리라 푸른 바다에 물고기 뛰고 갈매기 날거던 청운의 꿈을 키우던 그때를 기억하시게나 우정은 반세기를 지나 세기를 넘어서리니 청사에 남지 않더라..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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