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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3.09.20 19:0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개별적 존재를 강조하는 ‘나’만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임을 나타내는 ‘우리’가 없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우리’가 없는 사회가 계속될 경우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에는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다가 결국에는 폭발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일정한 경계가 설정된 공간 안에서 종교, 가치관, 규범, 언어, 문화 등을 상호 공유하고 특정한 제도와 조직을 형성해 질서를 유지하며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통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존속해가는 인간 집단이다. 사회에 속하는 모든 조직은 그것을 발전적으로 유지하면서 성장시키기 .. 2023. 9. 22.
여주 신륵사 여주 신륵사 여주시 여강(驪江) 가에 있는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지지만 관련 이야기나 자료 등은 남아 있지 않다. 나옹화상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3년 뒤인 1379년에 많은 전각을 신축하고 중수했으며, 1382년에는 대장각 안에 이색(李穡)과 나옹(懶翁)의 제자들이 발원해 인출해 만든 대장경을 봉안하였다. 조선시대 때는 억불정책으로 절이 많이 위축되었으나 1469년에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의 원찰(願刹)이 되면서 1472년에 절이 확장되고 다음 해에 보은사(報恩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1671, 1792, 1858년 등에 각각 중수되었다. 왕릉을 보호하는 원찰로서의 의미가 퇴색하자 신륵사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아서 지금에 이르고.. 2023. 9. 15.
백로(白露) 白露 2023년은 9월 8일이 백로다. 백로는 더위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處暑와 가을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秋分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15번째 절기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해지고 서늘하면서 찬 기운이 도는 때이다. 열기에 눌려 있으면서 힘을 쓰지 못하던 냉기가 수동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바뀌는 시간이 바로 백로다. 낮에는 덥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급강하함에 따라 음기(陰氣)가 강해지면서 수증기가 엉켜서 매달리게 되니(陰氣渐重 凌而爲露) 풀잎에 하얀 이슬이 맺히는 시기라고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이름하여 가을의 시작(孟秋)을 알리는 절기로 하늘은 높아지고, 기운은 상쾌한 시간이다. 추운 기운이 살아나면서 이슬이 맺히는 것을 백로라고 한 이유는, 이때가 오행(五行)으로 보면 금(金).. 2023. 9. 7.
여주(驪州) 지명 유래 여주(驪州)의 지명 유래 주(州)가 붙은 지명을 가진 지역은 조선시대 각 지방 중요 거점 도시에 설치된 지방행정의 명칭인 목(牧)이 설치된 곳이다. 전국에 20곳의 목이 설치되었는데, 모두 지명에 州가 붙어 있다. 목이 설치된 곳에는 지방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목사(牧使)가 부임하여 넓은 지역을 다스렸다. 경기도에는 네 군데에 목이 설치되었는데, 여주도 그것 중 한 곳이었다. 이곳의 앞 글자가 검은 말을 뜻하는 驪(려)인 것을 보면 말과 관련이 있는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조선시대에 청심루(淸心樓)가 있었던 驪江을 가보면 실제 말과 관련이 있는 유적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여주 지역은 고구려 땅이었는데, 이때는 골내근현(骨乃斤縣)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굴레 끈(勒)의 한자식 .. 2023. 9. 5.
슈퍼문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달이 크게 보이는 것을 슈퍼문이라 부른다고 한다. 오늘 저녁의 달이 바로 그렇다고 하는데, 핸드폰 카메라 정도로는 가늠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평소 보다 좀 더 크게 보이는 데다가 아주 밝은 것 같아서 별로 좋지 않은 카메라이지만 담아 보았다. 옛날식으로 보면 오늘 달의 음기가 가장 강해지는 날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슈퍼문 #밝은달 #보름달 #블루문 #구름과달 #구름위로뜬달 2023. 8. 31.
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30 18:59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만 18세 미만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있는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완전한 성인이 된다. 미성년자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이끌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는 세 요소가 슬기로운 조화를 이루면서 힘을 합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교육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는 점차 피폐해지면서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출산율이 낮아져서 그런지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이기심과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져서 교육자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함으로써 .. 2023. 8. 31.
사나이의 어원 사나이의 유래와 어원 ‘사나이’라는 표현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온 어원을 보면, ‘사나이’는 ‘ᄉᆞᆫ’과 ‘아해’가 결합한 것으로 ‘산’은 장정(壯丁)이란 뜻으로 건장한 남자라고 풀이하여 건장한 남자와 아이가 결합해서 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1527년에 발행된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필두로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다른 몇 개의 문헌에서 ‘丁’을 ᄉᆞᆫ 뎡이라고 하고 있으니 꽤 오래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ᄉᆞᆫ’이라는 말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세 개의 문헌에만 나타날 뿐 다른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졌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즉, ‘ᄉᆞᆫ’을 장정이라는 한.. 2023. 8. 27.
설악산 권금성 설악산 권금성(權金城) 현재 알려진 기록으로 볼 때 설악산에는 돌로 쌓은 성이 두 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토씨 성을 가진 왕이 쌓았다는 토왕성(土王城)이고, 다른 하나는 權氏와 金氏 성을 가진 사람들이 쌓아서 피난했다는 권금성이 그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토씨 성을 가진 왕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권금성도 마찬가지인데, 낙산사의 기문에 몽골족이 세운 元나라가 침략했을 때 피난처로 쌓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왜 권씨와 김씨의 성이 들어가서 명칭이 된 건지에 대한 내용 역시 할 수 없다. 이번에는 권금성을 다녀왔다. 설악산 자체가 아름다운데다가 높은 곳에서 험산 준령과 골짜기 등 설악산 전경을 보는 것은 언제나 .. 2023. 8. 24.
여름에 읽는 시 여름만을 노래한 시는 아니지만 더운 날씨에 볼 수 있는 풍광을 통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가 있다. 4세기 말 5세기 초의 사람이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연명(陶淵明)의 사시(四時)가 그것이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高松 봄의 물은 온 사방의 연못에 가득한데, 여름의 구름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많네 가을 달은 높이 솟아 휘영청 밝았는데, 겨울 고갯마루에 소나무 홀로 빼어났네 이 시는 참으로 절묘하다. 네 개의 句로 되어 있는 絶句인데, 각 구절은 한 편의 그림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봄물이 사방에 가득 찼다는 것은, 생명의 탄생과 부활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근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얼음이 되어 만물을 죽.. 2023. 8. 7.
성찰, 반성, 조언의 수용 성찰과 반성, 조언의 수용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02 18:42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시간만큼 생명을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고 발전적이기를 희망하면서 살아간다.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과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것 두 가지가 상호보완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적인 성찰과 외적인 조언의 수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내면의 소리는 물론 다른 이의 충고나 조언에도 귀를 막으면서 소통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찰이란 자기 생각과 행동에 대한 회의(懷疑)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되돌아.. 2023. 8. 2.
칠월 백중 百中 2023년 8월 1일은 음력 7월 15일로 백중절이다. 중국에서는 중원절(中元節)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 하며, 일본에서는 오봉(お盆)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까지는 百種節이라고 했다. 도교의 행사에서 유래한 것인데, 민간에서는 조상과 부모에게 효도하는 명절이다. 백중날에는 새로 나온 과일이나 농작물 등으로 조상에게 제사 지내기, 호미씻이(풋굿), 토지신에게 제사 지내기 등을 한다. 우란분절은 불제자인 목련(目蓮)이 못된 행위를 한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고려시대의 노래인 동동(動動) 7월 조에, “칠월 보름에 온갖 종자(百種)를 늘어놓아 두고(排) 임과 함께 가기를 비옵노이다”에서도 알.. 2023. 8. 1.
一字一言, 敎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자가 바로 敎(가르칠 교)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 의해서랄 것도 없이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교권을 무너뜨렸고, 학습권은 사라지게 했는데, 그런 상태가 바로 작금의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어려우면 처음, 혹은 기본을 생각하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敎의 초기 모양은 爻(본받을 효, 엇갈려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효)와 攴(최초리로 칠 복)이 좌우로 결합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면서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글자의 왼쪽 아래에 추가되었고, 이를 說文解字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爻는 耂(늙을 로)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어른은 많은 것을 알고,.. 2023. 7. 30.
담양 면앙정 십 년을 경영하여 草廬삼간 지어내니 한 칸은 명월이요 한 칸은 청풍이라 산천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송순이 이 시조를 짓도록 동기를 제공해준 정자가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俛仰亭이다. 면앙정은 제월봉 서쪽에 있는데, 넓은 들판과 가운데를 흐르는 강, 추월산을 주봉으로 하는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면앙정가는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연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자 앞의 나무들이 너무 자라서 시야를 모두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무들을 정리해서 앞을 보이게 해달라고 여러 번 건의해 보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으로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이.. 2023. 7. 30.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의 유래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 어린 시절 키가 작은 아이를 놀릴 때 우리가 많이 하는 표현 중에 ‘팔마구리만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거나 힘없는 사람이 크고 힘이 센 사람에게 덤비거나 할 때, 혹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 말로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라고도 한다. 이 말은 어릴 때 유난히 키가 작았거나 싸움할 때 상대에게서 주로 들었던 표현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거나 상대가 안 된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에 왜 팔마구리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 팔마구리는 산에 사는 나방의 유충인데, 번데기의 형태로 산에서 겨울을 나는 녹황색의 고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유리산누에나방이라고 하는 해충의 나방이 그것인데, 겨울을 나는 수단으로 만든 녹황색의 고치가.. 2023. 7. 17.
장마철의 진귀한 손님, 맹꽁이 장마철의 진귀한 손님, 맹꽁이 개구리 종류이면서 매우 특이하게 생긴 맹꽁이는 여름 장마철의 진귀한 손님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하는데, 숲의 웅덩이나 냇가, 논 등에 서식한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려 여기 저기에 웅덩이가 생겼고, 물이 흐르지 않던 작은 도랑까지 물이 가득찼다. 으슥한 숲속 작은 도랑에 맹꽁이 가족이 모여 있는 것을 몰래 찍었다. #장마철 #장마 #장마철손님 #맹꽁이 #엉머구리 #무겁나응_가볍다애 #개구리 2023. 7. 14.
복날의 의미 伏날과 개의 관계 伏이란 글자는 개가 사람의 옆이나 발 뒤에 엎드려서 주인을 지키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엎드려 있다는 것은 복종하다. 순종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또한 숨어서 노리다. 기회를 엿보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을 숨기고 싶을 때는 대개 엎드리거나 누워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매복하다, 숨다 등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가 왜 여름의 절정을 의미하는 복날에 쓰이게 된 것일까? 의견이 분분할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이것이 더운 여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글자로 쓰이게 된 것은 제사(祭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여러 종류의 기념일을 만들어서 축하하거나 일정한 날을 기리는 행사를 많이 만들었는데, 冠婚喪祭와 名節, 節候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어느 집.. 2023. 7. 14.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찬성하는 이유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찬성하는 이유 KBS는 더 이상 국영방송이 아니다. 민주(民呪-국민을 저주하는, 혹은 국민이 저주하는)라는 표현이 들어간 어떤 조직이 장악한 이래 그 방송국은 그 조직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송국에 국민의 세금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국민의 편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공정과 중립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기관에 세금을 쓰는 것은 크나큰 낭비다. 정치권에서 시작하여 말도 안 되는 논란을 일으킨 서울 양평-고속도로 건에 대한 KBS의 주장을 보면 정말로 기가 막힌다. 팩트만 살펴본다고 하면서 2023년 7월 8일자로 올라온 기사인데, 어느 한쪽의 주장을 중심으로 하는 데다 그쪽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2023. 7. 8.
존나, 혹은 졸라 라는 말의 유래 달팽이와 존나 빠른 거북이 달팽이는 여름의 진귀한 손님이다.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바깥 출입을 하는 경우는 비가 올 때인데, 장마가 시작되는 요즈음 한적한 시골길을 가면 볼 수 있다. 등에 집을 등에 지고 다닌다고 하여 집달팽이라고 하는데, 이런 참달팽이는 보기가 어렵다. 장마가 시작되는 어제 마침 보였다. 주로 논밭의 돌 밑, 풀숲에 사는 녀석들이 비만 오면 왜 바깥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달팽이와 관련을 지닌 말 중에 지금 우리가 아주 많이 쓰고 있는 표현이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상태나 일의 정도가 매우 심해서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를 가리켜 엄청나다는 말을 쓰는데, 이에 해당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아이, 어른을 할 것 없이 요즘 많이.. 2023. 6. 30.
두물머리 세미원 두물머리의 洗美苑(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인 兩水里(두물머리)에 세미원이라는 경기도 지정 정원이 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연꽃을 비롯하여 여러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데다 걷기도 좋고 두물머리 나루터로 연결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미원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알아봤더니 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온 것으로 莊子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장자와 관련된 기록에는 이런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자의 본고장인 중국의 자료에도 없는데, 양평군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글쓴 사람의 실력이 모자라서 근거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 2023. 6. 30.
정년을 맞은 그대에게 정년을 맞은 그대에게(致來停年的你) 辛未年 꽃피는 춘삼월에 처음 그대를 만나니 옥골선풍 고고한 모습에 저절로 마음이 갔네 세월은 무정하여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어도 그대의 모습은 예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도다 영예로운 그대의 정년을 한 잔 술로 축하하니 하늘도 내 마음인 양 무지개로 수를 놓았도다 우정은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깊어만 가는데 우리는 세월 따라 순한 모습으로 익어만 가네 #정년퇴임 #정년 #停年 #우정 #30년의만남 #강산이세번변함 #辛未年 #1991년 #입사동기 辛未年은 1991년으로 김보원 선생과 내가 처음 만난 해이다. 같은 해에 방송대 교수로 임용되었다. 사진의 배경은 북한산의 칼바위능선 2023. 6. 28.
속절없다 어원 ‘속절없다’의 어원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속절없다’, ‘속절없이’, ‘속절없는’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표현의 어원이나 유래 등에 대한 것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단념할 수밖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라고만 되어 있고, 유래나 어원 등에 대해서는 一言半句의 설명도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사전(辭典)이란 어휘의 뜻을 보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쓰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설명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현재의 언어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의미만을 실어놓고 있을 뿐 어원에 대한 것은 눈을 씻고 .. 2023. 6. 22.
山河之情 왕궁 기행 퇴임 교수 환송을 위한 山河之情 모임-경복궁, 경회루, 향원정, 七宮- 경복궁이 처음 지어진 시기는 1395년으로 조선 시대 임금이 정사를 보던 궁궐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전란을 거치면서 모두 불타버렸고, 현재의 경복궁은 1867년에 다시 지은 것인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훼손되었다가 근래에 복원되었다. 勤政殿은 국가의 중요한 儀式을 거행하던 궁궐 건물이다. 勤(부지런할 근)은 堇(진흙 근)과 力(힘 력)이 합쳐진 글자로 진흙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힘을 써야 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는 것을 勤이라고 한다. 政은 正과 攴이 합쳐진 것으로 攴은 다스린다는 뜻인데, 무력과 관련이 깊다. 正은 성읍 같은 것을 정벌하여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역시 전쟁이나 정복과 .. 2023. 6. 22.
이념 부재의 시대 이념 부재의 시대 뉴제주일보 2023.06.21 18:3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인류는 대대로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회적 이념을 만들고 간직하고 사용하면서 살아왔다. 일정한 성향을 지닌 이념은 사람들의 삶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을 주었으므로 정치의 동반자로 역사의 전면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일정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려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 행태를 보면 과연 저것을 이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이념을 말하지만 철저하게 주관적인 데다 아무런 원칙도 없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라고도 하는 이념은 체계.. 2023. 6. 22.
매월대, 구은사, 매월폭포를 찾다 九隱祠, 梅月臺, 梅月瀑布 김시습의 영민함을 알아본 세종이 다섯 살 된 그를 불러서 비단을 하사할 정도로 장래가 보장받는 사람이었으나 수양대군이 조카인 端宗을 몰아내자 공부를 하던 삼각산의 움막을 불태우고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근남면 사곡리로 은거한다. 이때 김시습과 함께 한 사람이 조상치와 박도를 위시한 일곱 형제였다. 단종복위 운동을 은밀히 진행했으나 사육신 사건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순조 18년(1818년)에 구은사를 지었다. 김시습이 이곳에 머물 때 福桂山 줄기에 있는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는데, 이곳이 바로 매월대이다. 해발 595m 높이의 산인데, 바위 절벽의 높이가 40여 미터나 된다. 그 아래에는 그가 숨어서 은거했다는 梅月窟.. 2023. 6. 16.
벗과 만나다(逢朋友) 2023년 6월 11일(일요일)에는 내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해 준 벗을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놀기만 하는 나에게 寸鐵殺人의 한마디로 공부를 하도록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50년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이 사람이다. 서울과 대구라는 먼 거리에 떨어져 살기에 남한산성을 함께 걷고, 가벼운 저녁을 함께 한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마음에 남는 여운이 아주 긴 만남이었다. 느낌이 있어 적어본다. 벗과 만나다(逢朋友) 번개와 천둥 치며 어제밤은 세찬 비 내리더니 오늘 아침은 맑은 하늘에 싱그러운 바람 부네 거미가 긴 줄을 내리며 허공에서 춤을 추는데 반가운 벗의 기별에 기억과 향기가 함께 오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이어지는 우정도 흔치는 않으리 짧은 만남이었지만 三生의.. 2023. 6. 13.
一字一言, 滅 없어지다. 멸하다, 죽다 등의 뜻을 지닌 滅은 기본적으로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글자이다. 滅은 사람을 죽이는 도끼나 창과 같이 전쟁을 하기 위한 무기,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물,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들이 모두 전쟁, 죽음, 없앰 등을 나타내는 글자들이기 때문이다. 무기와 물, 불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전쟁할 때는 불을 놓아 태워버리거나 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거나 하는 것처럼 되기도 하고, 물과 불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없애버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에 이런 것들이 붙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滅은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水(물 수), 불이라는 의미를 지닌 火(불 화), 전쟁할 때 쓰는 무기의 일종인 도끼라는 뜻을 가진 戉.. 2023. 6. 13.
오대산 월정사 강원도 五臺山에 있는 月精寺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서기 643년에 慈藏律師가 창건한 사찰이다. 오대산은 동서남북중앙에 있는 다섯 개의 臺에서 따온 이름으로 文殊菩薩이 있는 곳이다. 臺는 주변의 지형보다 높은 곳에 있는 건축물이나 높고 평평한 곳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臺가 붙는 지명은 모두 부근 지형에 비해 높고 평평하여 전체를 관망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북동 방향으로 설악산을 지고 있는 오대산의 東臺가 있는 滿月山 남쪽에 자리한 월정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신라에 가서 오대산을 찾으라는 명을 받들어 세운 절이다. 자장율사는 오대산의 중앙에 있는 中臺에 적멸보궁을 지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다. 이렇게 되면서 오대산은 월정사를 중심으로 불교성지의 자리를 굳혀가는데, 중앙에 .. 2023. 6. 9.
먹구름, 천둥, 비 한송이의 국화꽃은 피지 않아도 오늘밤 천둥은 먹구름장 속에서 울며 비를 내리고 있다. 2023. 6. 8.
찬란한 유월 찬란한 유월 밝고 맑으며, 눈부신 유월이다. 유월은 장미꽃, 뭉게구름, 푸른 하늘, 개구리 소리, 꿩 울음소리, 뻐꾸기 소리 등과 함께 시작한다. 올해는 재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월 #찬란한 #눈부신, #장미의계절 #뭉게구름 #꿩 #뻐꾸기 #개구리_소리 #청개구리 #찬란한유월 느낌이 있어 시 한 편을 남긴다. 찬란한 유월에(在燦爛的六月) 별 생각 없이 多有所에서 꽃병을 샀는데 아무개 학생에게서 꽃다발 선물이 왔네 밝히지 않아 그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갸륵한 정성과 마음 들어 있음을 알겠네 맑은 바람은 꽃향기 싣고 남으로 오는데 집 앞 밭두렁 장끼 소리 요란키도 하도다 인생은 그저 잡지 표지처럼 통속하다지만 작아도 즐거운 행복이 가득 담겨 있다네 多有所 : 다이소의 鄕札 표기이.. 2023. 6. 3.
진보는 죽었다 진보는 죽었다 뉴제주일보 승인 2023.05.30 19:5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진영의 대립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진영 간의 대립과 갈등은 점차 확산돼 국민 전체가 둘로 쪼개지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으며 감정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이 난무하다 보니 중도와 화합 같은 말은 누구 하나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거짓과 불공정,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사회지도층과 이기적이면서도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이 국가의 존립 자체를 통째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도록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커다란 책임을 져야 ..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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