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23 靑山四友 봄나들이 靑山四友 봄나들이 청산사우 3월 답사는 한강과 산수유꽃을 중심으로 봄나들이했다. 도미나루, 배알미마을, 파사성, 양평산수유마을, 남한산성 침괘정(枕戈亭) 들을 돌았다. 도미나루와 배알미마을은 하남시 팔당댐 아래에 있다. 도미 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백제에 도미(都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인이 행실도 바르고 매우 아름다웠다. 소문을 들은 개루왕이 도미와 내기를 하여 부인의 절개를 시험해 보려 했다. 도미는 궁궐에 머무르게 한 다음, 신하에게 왕의 옷을 입혀 부인과 동침하도록 했는데, 부인은 하녀를 들여보냈다. 속은 것을 안 왕이 도미의 눈을 빼버리고 배에 태워 멀리 보냈다. 도미 부인과 강제로 동침하려하니 생리 중이라 속이고 도망 나와 배를 탄 곳이 도미나루로 불린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 2024. 3. 22. 망국으로 가는 정치 망국으로 가는 정치 뉴제주일보 승인 2024.03.13. 18:3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는 혼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념도 없고, 체계도 없으며, 논리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모든 정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인데, 정치인은 국민에 의해 위임된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수도 있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권력을 .. 2024. 3. 14.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노파심으로 하는 소리’라는 표현이 있다. 노파심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풀이하고 있는데, 노파심이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이고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 하나가 좀 잘못되었다고 그게 뭐 그리 큰일이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온갖 매체를 비롯한 모든 자료에서 이를 근거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노파심이란 말을 부정적으로 풀이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면, 노파(老婆)를 늙은이, 할머니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파라는 단어를.. 2024. 3. 11. 봄(春)의 다양한 이름 봄이 왔다. 사계절 중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봄에 대한 이름(名稱)은 매우 많다. 많다 못해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봤다. 1. 달(月)로 나누어서 부르는 봄의 이름 맹춘(孟春) 음력 정월 후반기 發春이라고도 한다. 입춘에서 경칩에 이르는 시간의 봄. 중춘(仲春) 봄의 중간, 음력 2월, 이 시기에 경칩과 춘분이 들어 있다. 계춘(季春) 봄의 마지막 달, 늦봄. 2. 명절, 혹은 절기로 나누어 부르는 이름 입춘(立春) 봄의 서는 시기, 음력 섣달 말경, 설날 며칠 앞 타춘(打春) 입춘을 전후한 시기, 설 명절을 쇠기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비용을 모으는 행사. 3. 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부르는 이름 초춘(初春) 음력 정월 입춘 이후,.. 2024. 3. 5. 혁신의 의미 혁신(革新)의 의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왜 그런 의미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같은 것은 없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뜻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이 표현에 대한 뜻을 설명할 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아예 잘못된 해석을 올바르게 된 것인 양 올려놓은 자료도 보인다. 한자어 표현인 혁신이란 말은 글자가 지닌 뜻을 제대로 알면 그 뜻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革新이라고 쓰는데,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글자는 革이다. 우리말로는 가죽 혁이라고 읽는데, 이것만으로는 이 .. 2024. 2. 22. 폭설의 즐거움 봄맞이 春雪치고는 상당히 많은 눈이 어젯밤에 내렸다. 폭설을 즐거워한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마음이 오히려 따뜻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산길을 걷는 것도 좋고, 아파트 안을 걸어도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눈을 쓸어서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雪이란 글자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실적이지 못한 4차원의 꿈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해서 인지도 모르지만, 눈이 펑펑 오는 날만큼은 그런 생각이 든다. 2024. 2. 22. 우수 절기에 내리는 봄 눈 雨水의 봄눈 雨水를 지나자 버들가지에 물이 잔뜩 올라 연두색인데 버들피리 꺾어 부는 아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눈과 찬비 섞어 내리는 봄날은 날씨가 몹시 사무라우니 어디를 가더라도 걸음걸음 모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네 야트막한 언덕 저 너머에는 봄 햇살이 정겹기는 하지만 인생의 복병인 양 숲속에는 검은 안개가 웅크리고 있네 革新은 가죽 벗기는 것이라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설치니 진달래 필 때 나라가 우스워지는 꼴 볼까 두렵기만 하네 革新이란 표현은 털이 있어서 가공할 수 없는 동물의 거죽(皮)에서 털을 제거함으로써 그것을 쓸모 있는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 가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글자는 皮와 革이 있는데, 두 글자는 엄연히 다르다. 皮는 껍데기라는 뜻으로 바깥에서 알맹이를 둘러.. 2024. 2. 21. 조종암 靑山四友 2월 답사 경기도 가평군 朝宗面에 특이한 유적이 하나 있는데, 朝宗嵓(巖)이 그것이다. 朝宗은 온갖 시내와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세상의 모든 제후와 신하들이 황제를 흠모하고 존경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朝宗縣이라고 했는데, 고려 때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고구려 때는 심천현(深川縣)이었다가 신라 때에는 준천(浚川)으로 고쳤다가 고려 때에 조종으로 바꾸어서 지금까지 내려온다.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산 176-1에 있는 조종암은 바위 절벽에 여러 글씨를 새긴 유적이다. 조선 시대의 유적인데,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것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 두 종류의 글이.. 2024. 2. 17. 부모의 역할 부모의 역할( 뉴제주일보 승인 2024.02.15 17:28 )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되면서 크게 일그러지고 뒤틀린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식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공경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무리한 요구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부모는 자식에 대한 희생과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이 대부분 무너지면서 존속과 비속에 대한 살해나 폭력 등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2024. 2. 15. 눈비가 섞어치는 날 오늘은 봄이 왔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날이다. 눈과 비가 섞어치기 때문이다. 높은 공중에서는 얼어서 눈이 되었다가 온도가 높은 땅 위로 오면서 반은 녹은 상태에서 내리는 것이 바로 섞어치는 눈비다. 봄은 이미 와 있지만 심술궂은 겨울이 마지막 고집을 부려보는 것이다. 조선 중기 문인인 宋純이 지은 시조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風霜이 섯거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金盆에 가득 담아 玉堂에 보내오니 桃李야 곶이 온 양 마라 님의 ᄯᅳᆺ을 알괘라 2024. 2. 15. 갑진년 새해 甲辰年 새해입니다. 복 많이 받으소서. 2024. 2. 10. 雪 一字一言, 雪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색의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雪이다.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모습인 雪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나타내는 비를 의미하는 雨와 사람의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가 변형된 형태인 彐(돼지머리 계)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甲骨文에서는 雨와 羽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리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문학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雨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象形字인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2024. 2. 8. 待春 요란하게 오는 봄 봄은 조용히 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계절 중 봄이 가장 요란스럽게 온다. 더우면 여름이 온 줄 알고 낙엽이 지면 가을이 온 줄 알며 눈이 내리면 겨울이 온 줄 안다. 봄은 색이나 기온 등으로 오기 전에 매우 다양한 소리로 저가 왔음을 알린다. 그래서 봄은 매우 시끄럽다. 이것은 자연을 조금만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다. 며칠 전부터는 뻐꾸기가 짝 찾는 소리 내더니 이틀 전에는 거미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고 오늘은 장끼가 꿩꿩 요란한 소리를 냈고 까치는 들뜬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 외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새로운 소리가 난다. 봄은 이처럼 매우 소란스럽고 호들갑스럽게 온다. 자연의 색(色)이 바뀌기 전에 나는 소리가 바로 봄이다. 2024년의 봄은 며칠 전부터 이.. 2024. 2. 1. 春雪 春雪 장닭이 맨발로 다녀서 오뉴월인 줄만 알았더니 백설이 어지럽게 흩날리니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그래도 흰 눈은 나름대로 질서 있게 내리는데 貪瞋癡에 사로잡힌 사람 마음 어지럽기만 하네 枯骨觀을 수련하며 그 마음 떨쳐내 보려 하지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날려 보낼 수가 없네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결심도 사라지려니 어느 때가 되어야 번뇌에서 벗어나 도를 얻을꼬 2024. 1. 22.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1.18 18:0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희생이란 어떤 일이나 사물, 혹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내가 가진 것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정한 대상이나 상대를 위해 진심으로 이바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발적 의지에 따라 진심으로 이루어지는 희생은 조직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그것을 행한 본인에게도 감동을 수반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 때문에 가정이나 국가가 잘 유지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러한 희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고 희망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그것을.. 2024. 1. 19. 눈 내리는 수요일 눈 내리는 수요일 새해 들어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서 우리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뒤처리가 까다롭거나 얼어붙어서 빙판을 만들기도 해서 불편을 주기도 한다. 눈을 의미하는 한자는 雪인데, 이 글자가 매우 재미있다. 글자의 윗부분은 비를 나타내는 雨이고 아래는 손을 나타내는 彐가 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에 눈을 나타내는 글자에도 쓰였다. 갑골문 같은 초기 글자에서는 현재와는 달리 아랫부분에 羽(깃털 우)가 쓰였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周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빗자루를 나타내는 彗(빗자루 혜)로 바뀌었고, 그것이 다시 변형되어 현재처럼 彐(사람의 손을 나타냄)로 되었다. 이때부터는 깃털 같다.. 2024. 1. 17. 靑山四友 새해모임 2024년 靑山四友 첫 모임은 서울의 강남구 유적 답사였다. 조선 초기 한명회의 별장이었던 狎鷗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조그만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이 아파트는 한강 한가운데에 있던 楮子島(닥나무 섬)를 폭파한 흙으로 제방을 만든 후 1976년에 지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유적지다. 청담 근린공원 안에는 조선 중기 譯官인 洪純彦을 기리는 기념비가 함초롬히 서 있다. 약수터 부근의 쉼터 의자 바로 앞에 있다. 이분은 명나라에 갔을 때 妓樓에 들렀는데, 그날 처음 나온 기생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공금으로 기생의 빚을 갚아주었기 때문에 돌아온 뒤에는 공금 횡령죄로 감옥에 갔다.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태조 李成桂 아버지의 성.. 2024. 1. 6. 謹賀新年 甲辰年인 2024년은 푸른 용의 해이다. 청색은 동쪽을 뜻하고,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니 희망과 생명이 충만하다. 올해는 그런 해가 될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지난 어느 해보다 밝고 힘찬 일 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팔청춘의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을 염두에 두면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4. 1. 1. 여의도(汝矣島)의 어원 여의도(汝矣島) 어원(지명 유래) 한강 가운데에 있는 섬(河中島)으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속해 있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 금융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으며, 동쪽 끝에는 63빌딩이 있고, 가운데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 (IFC), LG트윈타워, 전경련회관, 파크원 타워, 증권거래소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의 사옥들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여의도는 대한민국 수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이 원래부터 중요시되었던 곳은 아니었다. 여의도는 조선이 세워지면서부터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제사 희생물을 공급하기 위해 돼지와 양 등의 가축을 기르는 장소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소속되어 음식을 만들거나 가축을 기르는 일을 했던 노비(典僕)들이 이곳에 거주하.. 2023. 12. 30. 送舊迎新 送舊迎新 2023년 토끼해는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었다. 오늘(12월 30일) 내린 눈이 어려웠던 모든 것을 덮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해는 한층 희망적이고, 밝은 기운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눈이 많이 내리자 모두 밖으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탄 썰매를 끌기 힘들어지자 전기 자전거를 집에서 가져와 뒤에 묶어서 신나게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용은 하늘로 비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해가 더욱 기다려진다. 2023. 12. 30. 화이트크리스마스 성탄절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을 정말로 오랜만에 본다. 나는 1970년대 중반에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 생활을 했는데, 그때 이후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아주 오래되었다. 근력운동을 강하게 한 이후에 동네 주변을 가볍게 걸었다. 지난주는 그렇게 춥더니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아주 상쾌하게 한 운동이었다. 2023. 12. 25. 겨울과 여름의 거리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전체를 고해(苦海)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그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인생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가 와도 그로 인해 받는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과 즐거움에서 고통을 맛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 이상을 쉬어본 적이 없다. 특히 공부를 인생의 목표로 세워서 실천하기로 한 때부터는 거의 매일 .. 2023. 12. 25.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란 무엇인가? 뉴제주일보 승인 2023.12.11 18:4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어 내는 중이다. 불법행위와 그것을 통해 취한 이득은 그 깊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는 데다 세상 어디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은 탄핵과 국민의 삶을 망가트릴 수 있는 악법들이 끊임없이 남발되는 현상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언행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당당하게 거친 의견을 개진하며 폭력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일들이 정당화되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추잡한 형태의 독재라고 할 수 있다. 홀로라는 뜻을 지닌 獨(독)은 싸움을.. 2023. 12. 25. 또 한 해를 보내며 겨울 답지 않게 따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고,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어김없이 온다. 겨울이 춥지 않은 것은 얼핏 보아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병해중이 아주 많아지면서 사람과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성탄절, #연말연시 #새해 #2024년 #甲辰年 #청룡 #靑龍 #송구영신 #送舊迎新 2023. 12. 9. 한강 하류의 유적 비가 내리는 겨울 초입에 靑山四友는 한강의 서쪽 하류 지역의 유적을 답사했다. 20세기에 들어와 한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나루터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조선시대까지는 나루터가 강을 건너는 데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한강에는 여러 개의 나루가 있었는데,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공암 나루(孔巖津)는 색다른 의미를 가지는 유적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공암 나루터 바로 옆에는 양천 허씨의 시조가 탄생했다는 신화를 가진 허가바위, 혹은 孔巖(구멍 바위)이 있으며, 이 나루에서 강을 건너던 형제가 황금을 물에 던진 전설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 허씨의 시조인 허선문(許宣文)은 가야 김수로왕 30세 손으로 이 바위 구멍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강 바로 옆에 있는 바위 구멍이었지만 산업화에 밀려 지금은 아주 초라한 .. 2023. 11. 28. 겨울 초입의 낙산사 겨울 초입의 낙산사 의상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지만, 원효는 만나지 못했다는 곳에 세워진 홍련암과 낙산사. 낙산사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 위에 지은 절인데, 보타낙가산을 줄인 것이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오봉산이었으나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굴속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산의 이름을 낙산이라고 했다. 동해를 향한 절벽 끝에서 바다 위에 붉은 연꽃을 타고 나타난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지은 홍련암이고, 그 뒤에 대나무가 솟아난 곳에 지은 절이 낙산사이다. 아마도 붉은 연꽃은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해일 것이고, 그 위에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의상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낙산사의 법당은 圓通寶殿으로 그 안에는 관세음보살상만을 모시고 있다. 마른 옻칠을 한 보살상이기 때문에 乾漆觀音菩薩坐像이라고 부른다. 조선 전기 .. 2023. 11. 19.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뉴제주일보 승인 2023.11.13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상은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다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처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혼란스러웠던 경우는 없었다. 외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일어나는 인구 감소로 인해 민족의 소멸과 국가의 멸망이 가장 빨리 실현될 나라라 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의식 역시 그러한 방향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노력 대비 결과가 비례하여 따라오지 못한다는 절망감,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몰아간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 2023. 11. 14.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뜻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 사납다. 2. (주로 같잖은 꼴로 쓰여서) 말하거나 생각할 거리도 못 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의미로 보면 말하려고 하는 대상(사람, 사물, 현상 등)에 대해 매우 무시하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의 구조, 어원, 속뜻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하는 사람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하찮은 존재라고 스스로 드러내는 뜻이 더 강해서 매우 흥미롭다. ‘같잖다’라는 표현은 ‘같지 않다(不似)’의 줄임말이다. 중세국어 표기로 하면 ‘ᄀᆞᆮᄒᆞ다+ᄋᆞᆫ하다’이다. 앞은 긍정이고 뒤는 부정이다. 이 두 개가 합쳐져서 지금의 ‘같잖다’라는 표현이 만들.. 2023. 11. 12. 다시 찾은 수종사 빗속에 다시 찾은 수종사(雨中再訪水鐘寺) 11월 6일 월요일은 날씨가 참으로 묘한 날이었다. 비가 오다가 해가 나길래 그냥 올라갔더니 다시 비가 내려서 멈춰야 했고, 다시 해가 나길래 운길산까지 가려고 했더니 다시 비가 쏟아졌다. 비에 젖은 낙엽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에 결국 정상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변덕을 부리기를 열 번 정도 하고 나니 우리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도 동창들과 함께 옛이야기도 하면서 비를 맞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가을 비 내리는 수종사의 감흥을 몇 자 적어 본다. 水鍾寺에서 반세기의 벗들과 수종사에 오르려니 비, 구름, 바람도 함께 가자고 하네 세조 杏木은 裸木이 되어도 여전하고 二水頭 江山은 삼신산 옮겨온 듯하네! 북풍에 기러기 울음 맑게 들려오는데 구.. 2023. 11. 6. 늦가을(晩秋)의 감흥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서리 물든 가을 잎이 봄꽃보다 더 붉어서(霜葉紅於二月花)이기도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많이 걸어도 지치지 않고,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오늘도 동네길 7킬로를 걸었는데, 晩秋의 풍경에 빠지는 바람에 걷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이제 비가 한두 번 더 오면 고운 단풍은 사라질 것이다. #단풍 #丹楓 #가을 #晩秋 #만추 #옥정신도시 #가을바람 #秋風 #秋風落葉 #추풍낙엽 2023. 11. 1. 이전 1 2 3 4 5 6 7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