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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어처구니의 유래와 어원

by 竹溪(죽계)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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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으며,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것만으로 볼 때는 두 표현에서 어처구니가 어떤 연결성을 가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이 어떻게 해서 너무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설명 중에서 하나는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 되는 관계로 어처구니없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어사전이나 여타 사전 등에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어렵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잡귀를 쫓기 위한 목적으로 지붕의 추녀에 흙으로 만들어 세운 동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가리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맷돌의 손잡이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주장 모두 왜 그것을 어처구니라고 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서 어느 것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처구니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제부터 이 유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어처구니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19세기 말에 편찬된 사전과 20세기 초에 창작된 소설 등인데, 여기에는 모두 어쳐군이로 나온다. , ‘어쳐군이어처군이로 되고, 이것이 다시 어처구니로 변화되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는 의존명사로 사람이나 그와 비슷한 존재를 예사롭게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처구니어처군, 어쳐군으로 쓰이는 말에 가 붙은 형태가 된다. 이렇게 해놓고 보면 이제는 어처군’, 혹은 어쳐군에 대한 어원이나 뜻을 밝히면 이 문제는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맷돌 손잡이로 볼 경우, ‘어처군과 연결할 근거가 전혀 없으므로 흙으로 만들어서 지붕의 추녀에 올려놓는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지칭한다는 데에서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다.

나쁜 귀신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궁궐이나 전각, 성문 등의 여러 축조물 위에 올려서 을 막는 용도로 쓰기 위해 흙으로 만든 형상(土偶)을 잡상(雜像)이라고 하는데, 다른 표현으로는 어척군(魚脊群)’이라고 한다. 어척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를 지칭하는데, 옛사람들은 여기에 양기(陽氣)가 충만하다고 믿었다. 물고기의 등 모양을 한 지붕의 추녀 꼭대기 부분에 지느러미처럼 위로 솟은 여러 종류의 토우를 만들어 올려서 사악한 것들을 쫓아내거나 그런 것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막는 용도로 사용했다. 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귀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 성질을 가진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물고기의 등을 닮은 지붕의 꼭대기에 귀신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신성한 동물이나 서유기의 주인공들 등을 토우로 만들어 올렸던 것이다. 그것의 숫자는 일정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성시하는 열 개 정도의 어척군을 만들어 올렸고, 중국에서는 신선을 필두로 하여 용을 비롯해 신성한 동물들을 열두 개 정도 만들어서 올렸다.

잡상혹은 어처구니道敎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는데, 唐太宗 때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통설이다. 도교를 매우 숭상했던 당태종은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서 형과 아우 등의 형제들을 죽인 죄책감으로 악몽에 시달렸는데, 꿈에 종규(鐘馗)라는 인물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악귀들을 모두 잡아먹었다고 한다. 종규는 당태종의 아버지인 唐高祖 때의 인물로 문무를 겸비하였고, 표범 머리에 고리 모양의 눈, 무쇠 얼굴과 곱슬머리, 기이한 외모에 정직하고 강직하면서 아첨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과거 시험에서 장원을 했으나 등용되지 못하자 궁궐의 기둥에 머리를 박아 죽었다고 한다. 그는 죽어서도 나라와 군주에 대한 원망을 갖지 않고, 오히려 태종을 위해 악귀를 물리쳐주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종규는 황제를 보좌하여 악귀를 물리치는 신(天師)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민간에까지 퍼져서 그의 초상화를 문에 붙여 악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삼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까지 이것에 대한 기록이나 흔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유입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어척군, 혹은 잡상에 대한 기록으로는, 조선 중기에 柳夢寅이 지은 󰡔於于野談󰡕, 20세기 초에 지어진 󰡔像瓦圖󰡕, 󰡔朝鮮道敎史󰡕 등이 있다. 어우야담에 의하면 관리로 부임해오는 신임관에게 선임관들이 첫인사를 받을 때 잡상의 이름을 외우게 해서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인사를 받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열 개 잡상의 이름은 대당사부(大唐師傅), 손행자(孫行者) , 저팔계(豬八戒), 사화상(沙和尙), 마화상(麻和尙), 삼살보살(三殺菩薩), 이구룡(二口龍), 천산갑(穿山甲), 이귀박(二鬼朴), 나토두(羅土頭) 등이다. 조선도교사에 의하면, 이것은 살()을 막기 위한 장치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잡상, 혹은 어척군은 나쁜 귀신을 막거나 물리치는 주술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신선이 맨 앞에 높이고 그 뒤로 용, , 사자, 해마, 천마 등 신성한 동물들이 놓여 있다.

다시 어처구니로 돌아가 보자. 한자어인 魚脊群의 우리 말 발음은 어쳑군이었다가 이 탈락하면서 어쳐군으로 된다. 조선 후기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면 여기에 가 붙어서 어쳐군이로 되었다가 어처군이로 바뀌고, 현재의 어처구니로 변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기와지붕 꼭대기에 올리는 어처구니란 말이 왜 없다와 결합하여 지금과 같은 뜻을 가지게 된 것일까? 궁궐이나 공공 건축물을 지을 때는 민간의 기술자들을 불러서 일을 시켰는데, 이들은 민간에서 집을 지을 때는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가끔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임금님이 살면서 업무를 보는 궁궐에 어처구니를 빠뜨리는 것은 황당한 일인데다가 대단히 큰 사건이므로 검사하는 관리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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