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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2

낙산 주변의 유적들

by 竹溪(죽계)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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駱山 주변의 유적들 1

서울의 동쪽에 있는 것이면서 혜화문에서 남쪽의 동대문 방향으로 한양도성이 지나가는 산을 낙산이라고 하는데, 낙타의 등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駞駱山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것을 줄여서 낙산이라고 한다. 풍수상으로 보면 궁궐을 지키는 좌청룡 중 내청룡에 해당하는 산으로 내백호인 인왕산과 상대된다. 옹주들이 거처하는 곳으로 궁궐의 동쪽 끝에 있는 含春苑의 바로 앞에 있으며, 그 사이에 興德洞川이 흐르고 있는 데다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조선 시대의 유적들이 아주 많다.

이번 기행은 端宗의 왕비인 定順王后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반세기의 벗들과 함께했다. 출발지는 청계천 7가와 8가의 중간 지점에 있는 다리인 永渡橋이다. 이 다리는 남쪽에 있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왕심평대교(旺尋坪大橋)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성종 때에 다리를 보수하여 영도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다리는 영도교는 흥인지문을 거쳐 왕십리, 살곶이다리, 뚝섬, 광나루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였으며, 남쪽에 있는 光熙門을 통해 나오던 장례 행렬도 이 다리를 지났다. 영도교는 단종과 정순왕후가 마지막으로 이별한 곳이어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다리를 지나 화양정에서 하룻밤을 묵은 단종은 광나루에서 배를 타고 영월로 유배길을 떠나고, 정순왕후는 사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낙산의 동쪽 기슭에 있는 淨業院으로 들어가 8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게 된다. 영도교에서 헤어진 두 분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순왕후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나자 남양주에 있는 思陵에 안장했다. 이곳은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가 출가한 집안인 해주 정씨 가족 묘역이었는데, 정순왕후를 안장하면서 나중에 능으로 지정되었다.

세조가 이 다리에서 헤어지게 한 이유는 영도교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건너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가 바로 영도교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서 이런 이별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駱山 #낙산 #駞駱山 #永渡橋 #영도교 #定順王后 #정순왕후 #단종 #端宗 #사릉 #思陵

駱山 주변의 유적들 2

현재 정업원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영조 때에 세운 비석이 있고, 그 자리는 청룡사라는 사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청룡사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력은 전혀 알 수 없고, 현재의 건물은 모두 근래의 것이다. 청룡사 한쪽 구성에 있는 정업원 비석은 청룡사에서 관리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실물은 보기 어렵다. 종로구에서 이곳에 관리를 위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을 하고 있으니 행정부서에서 잘못해도 형편없이 잘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려인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러고도 부처를 모신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淨業院 #정업원 #정업원터 #정업원구기비석 #정순왕후 #청룡사

駱山 주변의 유적들 3

정업원터 비석이 있는 자리에서 동쪽에 있는 봉우리는 정순왕후가 매일 올라가서 동쪽을 바라보고 울었다고 하여 東望峯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런 사연으로 볼 때, 이 꼭대기에는 그것을 기리는 정자나 누각 같은 것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엄청난 크기의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동망정과 동망각 등은 모두 아래로 쫓겨나서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다. 문화 후진국이라는 이름이 아주 잘 어울리는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東望峯 #동 망본 #동망정 #정순왕후 #定順王后 #동망각 #東望閣

駱山 주변의 유적들 4

동망봉에서 서쪽의 낙산 방향으로 한참을 가면 왼쪽 길옆에 庇雨堂紫芝洞泉에 대한 안내판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금 내려가면 비우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집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자지동천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다. 이 우물은 염색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던 정순왕후가 사용했던 우물인데, 李睟光의 유적을 복원한다고 하면서 하필 이 우물 앞에 지었다. 한심하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처참하다. 원래 비우당이 있던 자리는 바로 옆에 있는 쌍용아파트 자리였다. 아늑한 골짜기이면서 터가 아주 넓어서 대형 아파트 단지 하나를 지을 정도인데, 비를 피할 정도로 초라한 집이라는 이름만 보고 이처럼 작은 집을 아무 데나 세워놓은 것이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우당이 있었던 쌍용아파트 2단지 자리는 동남향인데다가 삼면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으면서 물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흘러나가는 곳으로 천하의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오백 원을 줄 테니 알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紫芝洞泉 #庇雨堂 #李睟光 #이수광 #실학자 #쌍용아파트자리 #庇雨堂記

駱山 주변의 유적들 5

걸어서 낙산을 넘어오면 함춘원과 창경궁이 보이는 서쪽 편 낙산정 북쪽에 흥덕이밭이 있다. 나중에 효종이 된 봉림대군이 병자호란으로 심양에 인질로 가 있을 때 궁녀인 홍덕이가 배추 김치를 담아 드렸다고 해서 왕위에 오른 뒤 하사한 밭이다. 효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곳이 이화동 사거리 남쪽이었으니 그때도 김치를 만들어드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에서 다시 내려오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를 세울 때 국무위원을 선발했던 집인 組閣堂이 있는 梨花莊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企齋記異라는 소설을 지은 申光漢의 집으로 申臺로 불렸던 곳이다. 조선 말기를 지나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어찌어찌 하여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거처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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駱山 주변의 유적들 6

이화장에서 다시 내려와 마로니에 공원으로 가면 한쪽 구성에 윤선도 생가터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고, 정면에는 오우가가 세겨져 있는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윤선도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큰아버지에게 양자를 가는 바람에 명동의 여전도회관 자리로 가서 성장했다. 명동성당 입구 오른쪽에 보면 비석이 하나 서 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남쪽으로 좀 내려가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문이 있고, 그곳에서 건널목을 건너 종로 방향으로 10미터쯤 가면 南怡將軍 집터라는 표지석이 하나 서 있는 지금 도로가 나 있는 곳이 흥덕동천이었으니 남이장군의 집은 이곳에서 서울대학교병원 방향으로 언덕배기에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역시 풍광이 좋은 곳이다.

다시 서울대학교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含春苑 터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방을 돌아가며 건물이 서 있어서 이곳에 翁主들이 살았던 궁궐터라는 것을 전혀 실감할 수 없을 정도다. 含春은 봄을 머금고 있다는 뜻으로 생산 능력이 있는 처녀들이 머무는 궁궐이라는 뜻이다. 복원을 12년 전부터 복원 계획이 있다고 써 놓기는 했는데, 언제 그런 일이 생길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원래대로 복원하려면 서울대 병원 자체를 모두 옮기고 전체를 궁궐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語不成說이겠지만 말이다.

#尹善道 #윤선도생가터 #마로니에공원 #南怡장군집터 #남이장군 #含春苑 #함춘원터 #翁主 #함춘원 #五友歌碑 #오우가비 #오우가 #물바위달솔대 #水石松竹月 #수석송죽월

인왕산의 국사당과 선암

인왕산 한양도성 바로 바깥쪽에 있는 國師堂은 한양을 수호하는 남산신을 모시는 곳이었다. 목멱대왕(木覓大王)로 지정하면서 남산 서쪽에 국사당을 짓고 산신을 모셨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신사인 南山神社를 세우면서 지금의 인왕산 선바위(禪岩) 밑으로 쫓겨났다. 해방 이후에는 일본 신사 자리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세우면서 국사당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금은 무속에서 굿을 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1213 오후에는 눈까지 내려서 더욱 분위기가 우울했다. 그래도 의미 있는 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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