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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3

고려의 충신과 마지막 왕을 찾아서

by 竹溪(죽계)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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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지키려다 죽은 사람들(최영, 정몽주, 공양왕)을 찾아서

 

이성계와 조민수가 명령에 불복종하면서 위화도에서 회군한 후 개성으로 쳐들어온 그들과 싸우다 잡혀서 지금의 고양에 유배 갔다가 결국 처형을 당한 고려 최고의 무장이 崔瑩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산70-2에 있는 그의 묘소는 부친인 최형직의 묘소 바로 앞에 있다. 자신의 고향 땅에 안장된 셈이다. 워낙 깊숙한 산속이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양시 관산동에 필리핀 참전비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있고,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묘소가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고려말의 무덤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영 장군 묘소에서 남서 방향으로 약 10킬로 정도 떨어진 공간에 자리한 공양왕릉이 있는 곳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산 65-1이다. 절골, 食寺洞 등의 지명으로 불리는 이곳은 고려 때에 큰 절이 있었고, 고려의 마지막 왕인 恭讓王은 이성계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후 이곳에 숨었다고 한다. 공양왕 부부에게 절의 승려가 밥을 가져다드리곤 했는데, 다음날 가보니 두 분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방으로 찾던 중 왕 부부가 기르던 삽살개가 작은 연못을 향해 슬피 짖길래 보니 물속에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 왕릉 아래쪽에 있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 웅덩이가 연못이었고, 능묘의 바로 앞에 있는 짐승 모양의 돌은 삽살개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공양왕에 대한 조선의 공식 기록은 삼척에서 사형당한 후 그곳에 모셨다가 태종 때에 공양왕으로 다시 올리고 지금의 고양 땅에 안장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178에도 공양왕릉이 있다. 이곳도 공양왕과 관련을 지니는 지명이 여럿 있어서 유배를 왔다가 사형을 당한 곳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공양왕릉과 관련이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양근 함씨 문중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공양왕은 왕위를 빼앗기고 공양군으로 강등되어 원주로 유배 갔다가 다시 간성으로 옮겼는데, 이때 늘 옆에 있었던 사람이 함부열(咸傅說)이었다고 한다. 그의 형인 함부림(咸傅霖)은 이성계를 도운 개국공신이 됨으로써 두 형제가 반대편에 서는 모양이 되었다. 그 일로 인해 형제는 원래 본향이 강릉이었으나 함부열은 楊根(지금의 양평) 함씨로 본을 달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양왕이 삼척으로 유배지를 옮기자 다시 따라갔는데, 그의 형이 왔다고 한다. 함부열은 시신을 빼돌려 간성의 야산에 안장하고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채로 두고 바로 아래에 자신의 묘소를 만들라고 유언했으며, 위의 묘소에 반드시 먼저 제사를 지내라고 후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간성의 산 속에는 다른 모양의 공양왕릉이 또 하나 있게 되었다. 셋 중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공양왕릉은 바로 고양시에 있는 것이다.

 

명나라에서 돌아오는 세자 왕석(王奭)을 마중 나갔다가 말에서 떨어져 상처를 입었다는 李成桂의 병문안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죽교에서 李芳遠이 보낸 자객 조영규(趙英珪)에게 죽임을 당한 鄭夢周는 개성의 풍덕군에 묘소를 모셨으나 나중에 고향인 영천으로 이장하려고 내려갈 때 맨 앞에 있던 명정(銘旌)이 바람에 날아가 이곳에 떨어져 붙어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자리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때는 태종 시대로 알려져 있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묘는 정몽주의 증손녀 남편으로 조선시대의 문신인 李石亨의 것이다. 묘소를 꾸미고 있는 봉분이나 석물 등은 거의다 최근에 한 것들인데, 크기가 작은 일부 석상은 조선 초기의 것으로 보인다. 묘소가 있는 주소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능곡로 45이다.

 

역사적인 유적에 얽힌 사연들을 되새기면서 현장을 답사해보는 것은 無情之物이라고 할 수 있는 事象에 정신과 온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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