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의세계/문학이야기

전우치가 신통력을 갖게 된 사연

by 竹溪(죽계) 2024. 4. 10.
728x90
SMALL

전우치(田禹治)가 신통력을 가지게 된 사연

 

전우치는 조선 중기의 인물로 神仙術, 醫術, 占術, 觀相術 등에 정통하여 많은 전설을 남긴 사람이다. 전우치에 대한 조선시대의 기록은 상당히 많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가정연간(嘉靖年間, 15221566)疫疾을 도술로 예방하였다고 하며,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본래 서울 출신의 선비로 환술과 기예에 능하고 귀신을 잘 부렸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오산설림(五山說林)에는, 죽은 전우치가 산 사람에게 두공부시집(杜工部詩集)을 빌려갔고, 어우야담(於于野談)에는 사술(邪術)로 백성을 현혹했다고 하여 신천옥(信川獄)에 갇혔는데, 옥사하자 태수가 가매장시켰다고 한다. 그 후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니 시체는 없고 빈 관만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에 이미 소설로 나왔으며, 근래에는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전우치가 신통력을 가지게 된 사연이 아주 재미있다.

 

전우치는 전라도 담양(潭陽) 사람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절에 가서 글을 읽었는데, 하루는 중이 술 한 항아리를 빚어 놓고는 그에게 잘 간수하라 부탁하고는 일을 보러 산에서 내려갔다. 그 중이 여러 날 만에 암자에 돌아와서 술 항아리를 보니 술은 없고 술지게미만 남아 있었다. 그러자 중이 전우치에게 술을 훔쳐 마셨다고 책망하였다. 술을 마신 적이 없는 전우치는 결백을 밝힐 길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렇게 되자 전우치는 할 수 없이 중에게 다시 부탁하기를, “또 한 항아리의 술을 빚어 놓으면 내가 틀림없이 도둑을 잡겠다라고 했다.

 

중이 전우치의 말대로 다시 술을 빚어 항아리에 넣었다. 그런데 술이 막 익어갈 무렵에 전우치가 몰래 지켜보니 흰 기운이 무지개와 같이 창문 틈으로 들어와 술 항아리 주둥이에 박혀 있는데 모락모락 술향기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전우치는 흰 기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따라가 보니 그 기운이 앞산 바위 구멍으로 들어갔고 그 바위 구멍 입구에는 커다란 흰 여우가 술에 취하여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우치는 그 여우의 주둥이와 네 다리를 밧줄로 꽁꽁 묶어 짊어지고 돌아와서 절 암자의 대들보에 달아매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글을 읽고 있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여우가 술에서 깨어나 사람의 말로 슬피 울면서 하소연하기를, “만약 나는 놓아준다면 마땅히 당신에게 두터이 보답하겠소라고 하므로, 전우치가, “나에게 무슨 물건으로 보답하겠느냐? 그리고 네가 또 도망간다면 어찌하지. 그러니 너를 죽여서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여우가, “나에게 요술하는 비결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바위 구멍 속에 감추어 두었소. 그 책을 당신에게 줄 것이니 속는 셈 치고 나를 밧줄로 묶어서 그대로 놓아 바위 구멍으로 들어가게 해보시오. 그랬다가 만약 나오지 않거든 그때 그 밧줄을 끌어내어 나를 죽여도 늦지는 않을 것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우치는 여우의 말대로 하였는데, 바위 구멍으로 들어갔던 여우가 한 권의 소서(素書)를 가지고 나와서 바치는 것이었다. 전우치가 여우를 놓아주고 그 책을 펴 보니 모두 다 신령한 법술과 비전(祕傳)의 주문(呪文)이므로 주사(硃砂)를 갈아 그 책 내용 중 쉽게 깨칠 만한 것 수십 가지에 점을 찍어 놓았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그의 집 늙은 종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통곡하며 와서 전우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을 전하였다. 전우치가 보던 책을 버리고 황급하게(蒼黃) 문밖으로 나가니 늙은 종은 간 곳이 없었다.

 

전우치는 그제야 요망한 여우에게 홀림을 당한 것이라 것을 깨닫고 그 길로 들어가 여우가 준 비결 책을 찾아보니, 주사로 점 찍어 놓은 것만 남기고 그 나머지는 여우가 다 찢어서 가지고 가버린 뒤였다. 전우치는 그 후에 환술(幻術)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 주사로 점찍었던 수십 가지 속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LIST

'문학의세계 > 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句와 聯과 章에 대하여  (0) 2006.03.03
韻이란 무엇인가?  (0) 2006.03.03
言, 語, 說, 話, 談, 譚 등의 뜻에 대하여  (0) 2006.01.25
聲과 音에 대하여  (0) 2006.01.25
전형이란 무엇인가?  (0) 200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