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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다'에서 '어이'의 어원 ‘어이없다’의 어원 국어사전에서는 ‘어이없다’의 뜻을,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풀이하면서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어이’와 ‘어처구니’의 뜻을 찾아보면,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풀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표현의 뜻과는 아주 거리가 멀거나 전혀 엉뚱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실제 말을 할 때는 이런 뜻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어이’와 ‘어처구니’가 실제로 쓰인 문장에서 쓰인 뜻과 사전에서 말하는 뜻이 너무 맞지 않아서 아무리 봐도 사전.. 2024. 5. 17.
殿春과 立夏 殿春과 立夏 봄은 마지막을 장식하고, 여름은 막 첫 움을 내려는 시간이 전춘이다. 음력으로는 3월이며 양력으로는 5월 초순 무렵이다. 이때는 햇빛은 따갑고 약간 덥지만,바람은 서늘하게 불고 온갖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이다.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는 꽃이 필 때보다 더 좋다고들 말한다. 5월 10일은 날씨가 맑고 바람도 잘 불어 벗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며,묵은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날이었다.반세기에 걸쳐 비슷한 길을 걸으면서 서로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쌓았던 국문과 동창생 넷이 북한강 나들이를 했다. 강물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때가 바로 지금이니 녹색 나뭇잎과 어우러져 도도히 흐르는 북한강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청평호반을 거쳐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2024. 5. 11.
5월 8일 아카시아꽃 피고  하얀 구름 좋은  오늘 같은 날은 그리운 사람이  더욱 그립다. 2024. 5. 8.
학창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학창 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학창이란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배움의 창가라는 뜻으로, 공부하는 교실이나 학교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설명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풀이한 한심하면서도 매우 무식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窓이라는 글자를 막연히 창가로만 해석함으로써 그 뜻을 완전히 왜곡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을 학창 시절, 학창 생활 등으로 부르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창에서 앞 글자인 學(배울 학)을 먼저 살펴보자. 이 글자는 사람의 두 손(兩手), 본받는다는 뜻을 가진 爻(본받을 효), 집의 모양인 冖(덮을 멱), 아이를 나타내는 子(아이 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글자.. 2024. 5. 7.
철쭉의 계절 오월은 철쭉의 계절이며, 여름의 시작이다. 철쭉이란 이름은 한자어 躑躅(척촉)에서 온 것인데, 텩쵹, 척촉, 철촉 등의 변화를 거쳐 철쭉으로 되었다. 철쭉은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에 분포하며, 중국에서는 동북부에 주로 산다. 특히 중국에서는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것이 山躑躅이다.  이 꽃이 필 때면 농사가 무르익어 가는데, 이즈음에 소쩍새도 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소쩍새는 접동새, 두견새, 不如歸, 望帝魂, 歸蜀道 등으로 불린다. 소쩍새가 이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사연으로는 기원전 10세기 蜀의 첫 황제였던 望帝가 왕위에서 쫓겨나 돌아가지 못해서 두견새가 되어 그 원통함을 하소연하느라고 슬프게 운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상당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4. 5. 5.
一字一言, 窓 우리말로도 창이라고 말하는 窓은 집이나 방, 담장 등에 만든 네모난 구멍으로 빛이나 바람, 연기 등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창은 사람이 사는 집 지붕이나 방의 벽에 만드는 것과 담장의 중간에 만드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집에 만든 것을 窓이라하고, 담장에 만든 것을 牅(용)이라고 한다(在墙曰牅,在屋曰囱).  이 글자의 원래 모양은 囱(창 창)이었다. 이것은 채광창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집의 위에 하나의 구멍을 뚫어서 빛이 들어오거나 연기가 빠져 나가도록 만든 네모난 것을 나타냈다. 그 뒤에 구멍을 나타내는 穴(구멍 혈)을 더해서 窗으로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처음에는 象形字였으나 形聲字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현재도 窗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窓.. 2024. 5. 4.
綠陰芳草勝花時의 靑山四友 나들이 綠陰芳草勝花時의 靑山四友 나들이 푸르게 우거진 잎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좋은 때(綠陰芳草勝花時)라고 불리는 시간이 5월이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인 5월 1일에 靑山四友는 의주대로(義州大路-서울에서 신의주로 가는 큰길)를 따라 유적답사를 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는 혜음령(惠蔭嶺)이라는 고개가 있는데, 그 북쪽 산기슭에는 혜음원지(惠陰院址)가 있다. 혜음원지는 최근에 발견된 고려 시대 유적인데, 삼국사기를 지은 金富軾이 지은 혜음사신창기(惠陰寺新創記)에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문헌에 의하면, 혜음령은 산이 험준하고, 골이 깊어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고, 산적이 행인의 보따리를 빼앗는 폐단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예종 때에 묘향산의 승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절을 짓기 시작해서 .. 2024. 5. 3.
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 ‘문디(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떠군지듯) 한다’의 뜻 매우 싫은 것을 멀리하거나 얼른 치워버리는 행위를 빗대어 ‘문디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다. 문디는 문둥이를 말하는데, 칠창(漆瘡)을 옮기는 옻나무를 만나면 끔찍할 정도로 싫어해서 멀리 던져버리고 만다. 무엇인가에 대해 매우 싫다는 뜻을 강력한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옻의 독이 사람에게 묻으면 염증을 일으켜 부풀어 오르면서 물집이 생겨 매우 흉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그러잖아도 문둥이는 보기 흉한데, 옻까지 오르면 더욱 흉하게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떠’는 동사 ‘뜨다’가 활용된 것으로 어간인 ‘뜨’에 종결어미인 ‘어’가 붙었다가 ‘으’가 탈락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뜨다’는.. 2024. 4. 22.
곡우(穀雨) 곡우(穀雨) 2024년 곡우는 4월 19일이다. 곡우는 24개의 절기 중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穀雨는 비가 내려서 모든 곡식을 키워낸다(雨生百穀)는 뜻이다. 이때가 되면 기온이 올라가고 비가 많이 내린다. 그래서 싹이 나온 온갖 식물이 그 비를 맞으면서 자라난다. 농촌에서는 모심기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가 못자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한다. 볍씨에는 부정을 타면 안 되므로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곡우 절기 역시 5일씩 셋으로 구분(三候)하여 나눈다. 1후는 개구리밥(浮萍草)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2후에는 산비둘기(鳴鳩)나 뻐꾸기가 날개짓을 하며 울음을 울고, 3후에는 오디새(戴胜)가 뽕나무밭에 보이기 시작한다. 곡우 바로 전에 따서 가.. 2024. 4. 17.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4.15 18:2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의 삶에서 주어지는 매 순간은 모두 사회적으로 정해진 법칙, 규범, 관습 등에 따라 해도 되는 것과 차마 할 수 없는 것, 혹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물론 자기 자신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이 조화를 깨뜨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순간 그 사람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다른 영역의 공간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2024. 4. 16.
강물 강물 높은 산의 골짜기 깊은 곳 작은 샘에서 강이 시작되는데 대지 적시며 굽이굽이 돌고 돌아 광활한 바다로 들어가네 강물은 만물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는 것도 서슴없으니 오직 좋고 싫음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뿐이라 그렇다네 물이 모이면 그 힘은 거대함을 넘어 한계가 없다고 하는데 웅덩이는 채운 후 나아가고 장애물은 치워버리고 흐르누나 세상의 무엇인들 강물의 무분별함을 막아설 수 있으리오만 물로 세상을 망하게 했다는 말이 신화 아님을 이제 알겠네 2024. 4. 14.
一字一言, 老 늙다. 노련하다. 경험이 많다. 익숙하다. 오래되었다 등의 뜻을 가진 老(늙을 노)는 대상의 모양을 보고 그려서 만들어 낸 象形字에 속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서 쇠약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시간의 흐름을 누구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 많은 시간이 흘러 몸이 쇠약해져서 몸을 구부리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는 늙은이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글자가 바로 老다. 이 글자는 갑골문(甲骨文)에 등장하는데, 왼쪽을 바라보면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몸을 구부린채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나타난다. 갑골문에서는 老와 考(살필 고)와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은 .. 2024. 4. 11.
전우치가 신통력을 갖게 된 사연 전우치(田禹治)가 신통력을 가지게 된 사연 전우치는 조선 중기의 인물로 神仙術, 醫術, 占術, 觀相術 등에 정통하여 많은 전설을 남긴 사람이다. 전우치에 대한 조선시대의 기록은 상당히 많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가정연간(嘉靖年間, 1522∼1566)에 疫疾을 도술로 예방하였다고 하며,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본래 서울 출신의 선비로 환술과 기예에 능하고 귀신을 잘 부렸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오산설림(五山說林)』에는, 죽은 전우치가 산 사람에게 『두공부시집(杜工部詩集)』을 빌려갔고, 『어우야담(於于野談)』에는 사술(邪術)로 백성을 현혹했다고 하여 신천옥(信川獄)에 갇혔는데, 옥사하자 태수가 가매장시켰다고 한다. 그 후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니 시체는 없고 빈 관만 남아 있었다는 .. 2024. 4. 10.
북한강의 벚꽃길 북한강은 금강산 옥발봉에서 발원하여 인제, 원통, 춘천 등을 거쳐 兩水里(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합쳐서 한강이 된다. 북한강의 마지막 구간이 청평대교에서부터 양수리까지인데, 강을 끼고 달리는 20킬로 정도의 길은 벚나무가 많다. 삼회리를 중심으로 하는 이 길은 꽃을 보면서 강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청명과 한식을 전후하여 하는 踏靑 대신에 북한강 길을 다녀왔다. 꽃이 덜 핀 곳도 있었지만, 해를 잘 받은 곳은 활짝 피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강과 꽃을 함께 본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 중의 하나다. 2024. 4. 7.
청명과 한식 淸明과 寒食 2024년 청명은 4월 4일이고 한식은 4월 5일이다. 청명과 한식은 같은 날이 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하루 차이다. 청명은 하늘이 아주 맑아 공기가 깨끗하고 온화하며(氣清), 봄빛이 좋아서 모든 풍경이 선명하고 고우며 아름다운(景明) 것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체가 다 자신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氣清景明을 줄여서 청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청명이 되면 따사로운 햇볕이 산과 들의 경치를 아름답게 만든다. 모든 풀과 나무에는 연초록의 싹이 나며, 온갖 꽃이 피어난다. 봄의 따뜻한 기운이 모든 것에 나타나면서 기온이 올라간다. 농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물을 잘 관리하면서 병충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한다. 청명절에 주로 하는 일에는 조상의 산소 돌보기, 바깥에 나가 산책하기(踏靑), 쑥떡 해.. 2024. 4. 1.
仲春의 雪景 仲春의 雪景 2024년 3월 25일에서 26일 사이는 봄비가 거세게 내렸다. 특히 이번 봄비는 양이 상당히 많았는데, 높은 산에서는 눈으로 내려 한겨울의 풍광을 만들었다. 대관령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의 산악준령들은 모두 하얀 세상으로 되었다. 마침 강릉에 있었기에 대관령과 횡계 계곡의 눈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밤부터 아침까지 내린 눈으로 한겨울보다 더 멋진 모습이었다. 삼척의 幻仙窟은 두 가지 전설이 있는데, 하나는 환선이란 승려가 들어간 뒤에 나오지 않고 성불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촛대바위에서 목욕하던 선녀가 사람들을 피해 이 굴에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굴의 크기가 매우 크고 신기한 것도 많은 석회 동굴이다. 望洋亭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조선시대 여러 왕들이 직접 찾아서 시를 쓰기도 했던 .. 2024. 3. 28.
靑山四友 봄나들이 靑山四友 봄나들이 청산사우 3월 답사는 한강과 산수유꽃을 중심으로 봄나들이했다. 도미나루, 배알미마을, 파사성, 양평산수유마을, 남한산성 침괘정(枕戈亭) 들을 돌았다. 도미나루와 배알미마을은 하남시 팔당댐 아래에 있다. 도미 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백제에 도미(都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인이 행실도 바르고 매우 아름다웠다. 소문을 들은 개루왕이 도미와 내기를 하여 부인의 절개를 시험해 보려 했다. 도미는 궁궐에 머무르게 한 다음, 신하에게 왕의 옷을 입혀 부인과 동침하도록 했는데, 부인은 하녀를 들여보냈다. 속은 것을 안 왕이 도미의 눈을 빼버리고 배에 태워 멀리 보냈다. 도미 부인과 강제로 동침하려하니 생리 중이라 속이고 도망 나와 배를 탄 곳이 도미나루로 불린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 2024. 3. 22.
망국으로 가는 정치 망국으로 가는 정치 뉴제주일보 승인 2024.03.13. 18:3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는 혼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념도 없고, 체계도 없으며, 논리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모든 정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인데, 정치인은 국민에 의해 위임된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수도 있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권력을 .. 2024. 3. 14.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노파심으로 하는 소리’라는 표현이 있다. 노파심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풀이하고 있는데, 노파심이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이고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 하나가 좀 잘못되었다고 그게 뭐 그리 큰일이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온갖 매체를 비롯한 모든 자료에서 이를 근거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노파심이란 말을 부정적으로 풀이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면, 노파(老婆)를 늙은이, 할머니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파라는 단어를.. 2024. 3. 11.
봄(春)의 다양한 이름 봄이 왔다. 사계절 중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봄에 대한 이름(名稱)은 매우 많다. 많다 못해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봤다. 1. 달(月)로 나누어서 부르는 봄의 이름 맹춘(孟春) 음력 정월 후반기 發春이라고도 한다. 입춘에서 경칩에 이르는 시간의 봄. 중춘(仲春) 봄의 중간, 음력 2월, 이 시기에 경칩과 춘분이 들어 있다. 계춘(季春) 봄의 마지막 달, 늦봄. 2. 명절, 혹은 절기로 나누어 부르는 이름 입춘(立春) 봄의 서는 시기, 음력 섣달 말경, 설날 며칠 앞 타춘(打春) 입춘을 전후한 시기, 설 명절을 쇠기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비용을 모으는 행사. 3. 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부르는 이름 초춘(初春) 음력 정월 입춘 이후,.. 2024. 3. 5.
혁신의 의미 혁신(革新)의 의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왜 그런 의미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같은 것은 없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뜻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이 표현에 대한 뜻을 설명할 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아예 잘못된 해석을 올바르게 된 것인 양 올려놓은 자료도 보인다. 한자어 표현인 혁신이란 말은 글자가 지닌 뜻을 제대로 알면 그 뜻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革新이라고 쓰는데,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글자는 革이다. 우리말로는 가죽 혁이라고 읽는데, 이것만으로는 이 .. 2024. 2. 22.
폭설의 즐거움 봄맞이 春雪치고는 상당히 많은 눈이 어젯밤에 내렸다. 폭설을 즐거워한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마음이 오히려 따뜻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산길을 걷는 것도 좋고, 아파트 안을 걸어도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눈을 쓸어서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雪이란 글자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실적이지 못한 4차원의 꿈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해서 인지도 모르지만, 눈이 펑펑 오는 날만큼은 그런 생각이 든다. 2024. 2. 22.
우수 절기에 내리는 봄 눈 雨水의 봄눈 雨水를 지나자 버들가지에 물이 잔뜩 올라 연두색인데 버들피리 꺾어 부는 아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눈과 찬비 섞어 내리는 봄날은 날씨가 몹시 사무라우니 어디를 가더라도 걸음걸음 모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네 야트막한 언덕 저 너머에는 봄 햇살이 정겹기는 하지만 인생의 복병인 양 숲속에는 검은 안개가 웅크리고 있네 革新은 가죽 벗기는 것이라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설치니 진달래 필 때 나라가 우스워지는 꼴 볼까 두렵기만 하네 革新이란 표현은 털이 있어서 가공할 수 없는 동물의 거죽(皮)에서 털을 제거함으로써 그것을 쓸모 있는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말에서 가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글자는 皮와 革이 있는데, 두 글자는 엄연히 다르다. 皮는 껍데기라는 뜻으로 바깥에서 알맹이를 둘러.. 2024. 2. 21.
조종암 靑山四友 2월 답사 경기도 가평군 朝宗面에 특이한 유적이 하나 있는데, 朝宗嵓(巖)이 그것이다. 朝宗은 온갖 시내와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세상의 모든 제후와 신하들이 황제를 흠모하고 존경한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朝宗縣이라고 했는데, 고려 때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고구려 때는 심천현(深川縣)이었다가 신라 때에는 준천(浚川)으로 고쳤다가 고려 때에 조종으로 바꾸어서 지금까지 내려온다.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산 176-1에 있는 조종암은 바위 절벽에 여러 글씨를 새긴 유적이다. 조선 시대의 유적인데,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한 것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 두 종류의 글이.. 2024. 2. 17.
부모의 역할 부모의 역할( 뉴제주일보 승인 2024.02.15 17:28 )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되면서 크게 일그러지고 뒤틀린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식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공경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무리한 요구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부모는 자식에 대한 희생과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이 대부분 무너지면서 존속과 비속에 대한 살해나 폭력 등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2024. 2. 15.
눈비가 섞어치는 날 오늘은 봄이 왔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날이다. 눈과 비가 섞어치기 때문이다. 높은 공중에서는 얼어서 눈이 되었다가 온도가 높은 땅 위로 오면서 반은 녹은 상태에서 내리는 것이 바로 섞어치는 눈비다. 봄은 이미 와 있지만 심술궂은 겨울이 마지막 고집을 부려보는 것이다. 조선 중기 문인인 宋純이 지은 시조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風霜이 섯거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金盆에 가득 담아 玉堂에 보내오니 桃李야 곶이 온 양 마라 님의 ᄯᅳᆺ을 알괘라 2024. 2. 15.
갑진년 새해 甲辰年 새해입니다. 복 많이 받으소서. 2024. 2. 10.
一字一言, 雪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색의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雪이다.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모습인 雪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나타내는 비를 의미하는 雨와 사람의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가 변형된 형태인 彐(돼지머리 계)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甲骨文에서는 雨와 羽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리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문학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雨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象形字인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2024. 2. 8.
待春 요란하게 오는 봄 봄은 조용히 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계절 중 봄이 가장 요란스럽게 온다. 더우면 여름이 온 줄 알고 낙엽이 지면 가을이 온 줄 알며 눈이 내리면 겨울이 온 줄 안다. 봄은 색이나 기온 등으로 오기 전에 매우 다양한 소리로 저가 왔음을 알린다. 그래서 봄은 매우 시끄럽다. 이것은 자연을 조금만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다. 며칠 전부터는 뻐꾸기가 짝 찾는 소리 내더니 이틀 전에는 거미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고 오늘은 장끼가 꿩꿩 요란한 소리를 냈고 까치는 들뜬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 외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새로운 소리가 난다. 봄은 이처럼 매우 소란스럽고 호들갑스럽게 온다. 자연의 색(色)이 바뀌기 전에 나는 소리가 바로 봄이다. 2024년의 봄은 며칠 전부터 이.. 2024. 2. 1.
春雪 春雪 장닭이 맨발로 다녀서 오뉴월인 줄만 알았더니 백설이 어지럽게 흩날리니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그래도 흰 눈은 나름대로 질서 있게 내리는데 貪瞋癡에 사로잡힌 사람 마음 어지럽기만 하네 枯骨觀을 수련하며 그 마음 떨쳐내 보려 하지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날려 보낼 수가 없네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결심도 사라지려니 어느 때가 되어야 번뇌에서 벗어나 도를 얻을꼬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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