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일상/2024

綠陰芳草勝花時의 靑山四友 나들이

by 竹溪(죽계) 2024. 5. 3.
728x90
SMALL

綠陰芳草勝花時靑山四友 나들이

 

푸르게 우거진 잎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좋은 때(綠陰芳草勝花時)라고 불리는 시간이 5월이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인 51일에 靑山四友는 의주대로(義州大路-서울에서 신의주로 가는 큰길)를 따라 유적답사를 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는 혜음령(惠蔭嶺)이라는 고개가 있는데, 그 북쪽 산기슭에는 혜음원지(惠陰院址)가 있다. 혜음원지는 최근에 발견된 고려 시대 유적인데, 삼국사기를 지은 金富軾이 지은 혜음사신창기(惠陰寺新創記)에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문헌에 의하면, 혜음령은 산이 험준하고, 골이 깊어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고, 산적이 행인의 보따리를 빼앗는 폐단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예종 때에 묘향산의 승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절을 짓기 시작해서 1122년에 완공했다. 바로 옆에는 길손들이 묵어갈 수 있는 원()을 만들어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도록 했고, 왕이 행차했을 때는 대비해서 행궁(行宮)도 마련했다. 절의 이름을 혜음사라 한 뒤로 이 고개의 이름도 혜음령으로 불리게 되었다. 혜음은 임금의 은혜로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혜음원지에서 길을 따라 북쪽으로 1킬로 정도를 가면 용암사 뒤편에 마애이불입상(摩崖二佛立像)이 있다. 신종의 비인 원신궁주(元信宮主)가 꾼 꿈에 근거하여 이곳을 찾아 바위에 마애불을 새기고 왕자를 출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10세기 말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석불상은 쌍을 이루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고려 시대에는 바위에 조각한 마애석불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두 불상이 나란히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왼쪽의 석불 머리 위의 갓 모양이 둥글고, 크기가 약간 작은 오른쪽 석불은 네모난 갓을 쓰고 있다. 둥근 것은 하늘을, 네모난 것은 땅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주 삼라만상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당쟁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4대 사화 중 을사사화(乙巳士禍)를 일으킨 장봉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난정(鄭蘭貞)과 윤원형(尹元衡)의 묘소를 찾으러 파평윤씨정정공파묘역을 갔으나 두 사람의 묘소는 끝내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준비 부족이 낳은 참사였다. 다음으로는 두지리 나루터에서 임진강 황포돗배를 타려고 했으나 이 역시 늦게 가는 바람이 표가 매진되어 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동절 공휴일임을 계산하지 못한 실수 때문이었다.

 

다음으로는 조선 중기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 사람이었던 고죽 최경창(孤竹 崔慶昌)과 홍랑(홍랑(洪娘)의 묘소를 찾아갔다. 최경창과 홍랑의 묘소는 해주최씨 문종 묘역에 있는데, 여러 번 이장을 했고 지금은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수백 년 동안은 지금 엘지디스플레이 단지가 있는 곳에 있었는데, 미군 부대가 들어오면서 다율리로 옮겼다가 택지개발로 인해 몇 달 전에는 다시 법원읍 동문리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옮긴 곳이 최악인데, 묘역이 아니라 산비탈 아래에 아주 초라하게 平葬으로 만들어서 비석도 세울 수 없을 정도의 공간밖에 없다. 안타까움을 넘어 참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LIST

'삶의 일상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8일  (0) 2024.05.08
철쭉의 계절  (0) 2024.05.05
북한강의 벚꽃길  (0) 2024.04.07
仲春의 雪景  (0) 2024.03.28
靑山四友 봄나들이  (1)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