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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寸鐵殺人

반구저기(反求諸己)-나에게서 실패의 원인 찾기

by 竹溪(죽계)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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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저기(反求諸己)

 

뉴제주일보 승인 2024.07.09 18:31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격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바라며, 생활의 질은 점차 나아지고 발전적으로 인생이 펼쳐지는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길고 긴 인생 여정에서는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이나 실패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리를 힘든 상황으로 이끌기도 한다. 성공보다 실패의 경우 사람들이 보이는 마음 자세와 행위는 개인의 삶을 발전시키거나 후퇴시키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 실패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반구저기(反求諸己)란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구한다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는 실패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실패라는 상황이 눈앞에 닥치면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인류는 오랜 시간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증명해 왔다. 이런 현상은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일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특히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공정하면서도 발전적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꼴불견이어서 더욱 참담하다. 일의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명백하게 잘못한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상대를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매섭게 몰아붙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행위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일반 사람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짐으로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남 탓하는 풍조가 나라 전체로 퍼져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기의 최대 적은 자기라는 점을 직시하고 모든 원인을 스스로에게 찾는다면 실패의 확률은 크게 줄어들고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원리조차 작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원리를 강조한 사람으로는 맹자(孟子)를 으뜸으로 꼽는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맹자 이루(離婁)’에서 말하기를, “무엇인가를 행하여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아야 한다(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라고 했다.

 

맹자는 이 글에서 세 가지를 미리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사랑했는데도 친해지지 못하고, 남을 잘 다스려도 그것에 성공하지 못하며, 예를 다했으나 답례받지 못하면 자신의 어짊()과 슬기()와 받듦()이 부족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한다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여 몸이 바르게 되어 공명정대하게 살지 않을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세상과 화합하며 사회는 평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개인과 사회와 국가가 올바르게 발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는 성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으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누군가는 그것의 제공자로 원망의 대상이 돼야 하므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러한 행위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조직, 국가, 사회 등을 대상으로 할 경우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고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부덕함을 성찰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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