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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학창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by 竹溪(죽계)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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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학창이란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배움의 창가라는 뜻으로, 공부하는 교실이나 학교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설명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풀이한 한심하면서도 매우 무식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라는 글자를 막연히 창가로만 해석함으로써 그 뜻을 완전히 왜곡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을 학창 시절, 학창 생활 등으로 부르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창에서 앞 글자인 (배울 학)을 먼저 살펴보자. 이 글자는 사람의 두 손(兩手), 본받는다는 뜻을 가진 (본받을 효), 집의 모양인 (덮을 멱), 아이를 나타내는 (아이 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글자의 윗부분에서 양옆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 두 손을 그린 것이고, 가운데의 는 사물 현상의 변화, 변동 등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사람이 두 손으로 사물 현상을 잡고 있으면서 변화를 보고 받아들여서 지식을 쌓는 것을 지칭한다. 집은 공간을 의미하므로 그런 행위를 하는 장소가 된다. 맨 아래의 는 아이를 나타내므로 지식과 상식 등이 필요한 미성숙의 상태에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는 아이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사물 현상의 변화에 대한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집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배운다는 뜻을 기본으로 가진다.

 

은 구멍을 나타내는 과 똑똑함을 의미하는 (밝을 총)의 변형된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인데, 원래 모습은 이었다가 점차 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을 쓰는데, 이것은 원래 (창문 창)異體字이다. 은 집의 지붕의 가운데나 방의 벽, 담장의 벽 등에 만들어 놓은 네모난 구멍을 그린 것이다. 그러던 것이 네모난 구멍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을 넣어서 으로 만들었다. 이 글자는 집의 벽이나 지붕 등에 나 있는 네모난 구멍으로 빛을 받아들이거나(採光窓) 공기의 순환 등의 의미를 지닌다. 구멍은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그 뜻이 확장되어 사람에게도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총명하다()는 뜻과도 연결되었는데, 이것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지칭한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이런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또한 이것은 반대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도 확대되면서 창이란 글자가 가지는 활용 폭이 대단히 넓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마음 심)과 연결되어 사람이 외부의 정보, 지식 등을 받아들여서 똑똑해지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사람의 눈이 미치는 범위에 있으면서 아침을 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외부의 사물 현상을 보는 것을 (볼 시)라 하고, 눈으로는 닿거나 느낄 수 없는 것이면서 귀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을 (들을 청)이라고 한다. 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이다. 사람은 (가르침 받을 문)을 통해 이치를 깨쳐서 똑똑해지고(), () 이를 통해 받아들이며(), (눈 목)을 통해 밝게() 아는데, 이런 것들이 모여서 만물을 순치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간다().

 

배운다는 뜻의 과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이 결합해서 학창이 되었는데,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어떤 사물 현상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배우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 시절이라고 하지 않고 학창 시절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이란 말은 배우는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서 이 표현에서는 학생 시절보다 학창 시절이 더 적합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만들어서 썼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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