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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상과 벌

by 竹溪(죽계)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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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5.22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전 과정을 통해 상()과 벌()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는 부모나 선생님 등 인생 선배들로부터 칭찬과 꾸중 또는 상장과 경고장 등을 듣고 받으며 성장해 가고,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보다 잘한 업적과 행위에 대해서 그것을 기리고 격려하는 상을 받기도 하고, 잘못한 언행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과 벌은 우리가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내내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은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주는 것이고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은 벌인데, 이것은 가법(家法), 조직법(組織法), 국법(國法)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일정한 규범과 규칙에 따라 정해지므로 상과 벌이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상은 그것을 받는 사람이 일정한 격려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삶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분발하는 동기나 계기를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벌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됨으로써 삶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언행을 조심하여 경계와 반성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戰國)시대의 사상가인 한비(韓非)한비자(韓非子)’에서 상벌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사람들이 점차 영리해져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되면 상을 제정하여 격려하고, 벌을 제정하여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통치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기 때문에, 상을 주지 않아도 아주 뛰어난 일을 하는 사람과 형벌도 무시하고 못된 짓을 하는 도척(盜跖) 같은 자를 표본으로 삼아 상벌을 없앤다면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다루는 방법이 없다. 법과 규칙을 근거로 한다면 저절로 다스려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하나의 국가가 제대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 상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식 체계는 극도로 세분화되어 있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사람의 인식 상태는 앞으로 이루어질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근거가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을 받으면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벌을 받으면 그것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규제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상과 벌은 여러 가지 조건, 체계, 환경 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상태에서 올바르게 행해져야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구성원 모두의 절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잘한 행위에 대해 주어지는 상은 그것을 받는 사람이 만족을 느낄 정도로 합당해야 하고, 잘못한 행위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벌은 지은 죄에 대해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공정하며 엄격해야 한다.

 

상이 합당하게 주어지면 개인과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지만, 합당하지 못하게 주어지면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꺾어버림으로써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반면 죄를 지었음에도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해이해져 죄를 더욱 양산하게 되고,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벌을 받으면 억울함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혼란을 부추기게 된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혼란은 상과 벌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 탓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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