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襄陽
강원도 襄陽은 흔히 일컬어지기를, 해 오름의 고장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 해석에 대해서는 좀 살펴볼 것이 있다. 양양의 원래 이름은, 고구려 때는 翼峴이었고, 신라 경덕왕 때에는 翼嶺으로 고쳤다. 그러다가 고려 때에 이르러 襄州로 되었는데, 별칭으로 襄山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 태종 때에 襄陽으로 고쳤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翼과 襄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翼은 일반적으로 날개, 오르다, 돕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襄은 오르다, 돕다 등의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翼은 ‘엄숙하고 근신하여 공경함’의 의미를 지진 관계로, 공경하다, 높이다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襄도 이와 비슷한 뜻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襄은 일을 함..
2022. 12. 2.
藏
一字一言, 藏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인 의미로 하..
2022. 11. 9.
處
一字一言, 處 곳, 때, 장소, 거주, 처리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글자인 處(곳 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미가 이런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곳, 장소 등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멈추다,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하다 등 상대 부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은 원래의 그것에서 확장된 의미라는 것이다. 글자의 구성요소와 결합 방식을 살펴보자. 處는 虎(범 호), 夊(천천히 걸을 쇠), 几(안석 궤)의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글자인데, 갑골문(甲骨文), 진시황 시대에 만들어진 소전(小篆) 등에 보이는 초기의 모양은 処(곳 처)로 되어 있다. 処에 虎..
2022. 9. 1.
賢
一字一言 賢 어짐, 현명한, 도덕적인, 재능이 있는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현(賢)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에 속하며, 두 글자가 아래위로 결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賢은 아래에 있는 貝가 뜻을 담당하고, 위에 있는 臤(어질 현, 굳을 견)이 소리를 담당한다. 아래에 있는 貝가 없는 글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賢의 고자(古字), 혹은 속자(俗字)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래와 위의 두 글자가 모두 뜻을 담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글자의 본래 뜻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賢의 기본적인 뜻은 재물이나 재산 늘리는 일을 잘하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 재능..
2022.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