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자세
뉴제주일보 승인 2022.07.31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공직자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대통령 등과 같이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나랏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공복(公僕)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통치행위를 통해 국민이 낸 세금을 집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권력이 뒤따르는 관계로 자칫하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부정부패의 늪에 빠지기 쉬운 단점이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공직자는 그릇된 행동들을 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나라와 사회를 위한 공복(公僕)임을 자처할 수 있는 공직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의심하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올바른 입법 활동보다는 정쟁만을 일삼는 국회의원들, 사리사욕으로 사회적 공정과 정의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은커녕 도리어 화를 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고위공직자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버리고 짓밟아 버리는 국가지도자 등이 보여준 그릇된 행위들은 우리 사회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으며, 묵과해서도 안 되는 대표적인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는 파급력과 영향력이 너무나 커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직자는 어떤 자세로 직무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석가모니가 전생에서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중에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인도 수미산의 남쪽에 있는 염부주(閻浮洲)에 어진 정치를 펼치는 시비왕(尸毘王)이 있었다. 어느 날 비둘기가 왕의 품으로 들어오면서 살려달라고 했는데, 곧바로 매가 와서 자신의 먹이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구제하겠다고 발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먹이를 먹지 못해서 내가 죽으면 모든 생명을 구하려는 대왕의 도를 이루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비둘기와 같은 무게의 신선한 고기를 달라고 하였다. 비둘기도 살리고 매도 굶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살을 대신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왕은 넓적다리, 갈비, 팔뚝의 살을 베어내 저울에 달았으나 비둘기 무게가 더 무거웠다. 기진맥진한 왕이 기다시피 해서 저울대에 올라가서야 겨우 같아졌는데, 생명의 무게는 어느 것이든 동일하기 때문이었다. 왕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매우 기뻐했다.’
이것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비둘기는 약자가 될 것이고, 매는 강자가 될 것이며, 왕은 공직자가 될 것이다. 약자는 그들에 대한 보호가 늘 미흡하다고 주장할 것이며, 강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공직자이다. 공공의 이익과 구성원 모두의 만족을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각오로 공정하면서도 정의롭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이 바로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이 야기된 상황에서 공직자가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사회가 대혼란에 빠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공정함, 정의로움, 희생정신, 철저한 공사 구분, 수준 높은 도덕성 등을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공직에서 사퇴하겠다는 각오가 분명해야 비로소 건전하고 발전적인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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