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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우리문화칼럼

처서(處暑)의 의미

by 竹溪(죽계)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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處暑(2022년 8월 23일)

처서는 24절기의 하나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立秋와 흰 이슬이 내린다는 白露 사이에 들며, 음력 7월, 양력 8월 23일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0°에 있을 때를 가리킨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면서 풀이 더 자라지 않으므로 논두렁의 풀은 베어내고 산소(山所)의 풀을 깎는 벌초 등을 한다.

가을의 기운이 생겨난다는 것을 지칭하는 입추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入이 아니라 立을 쓴다는 점이다. 立은 일어서다, 생겨나다, 기운이 시작되다 등의 뜻을 가지기 때문에 입추라고 해서 가을이 성큼 온다는 뜻은 될 수 없다. 가을의 기운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때가 입추이기 때문에 이 시기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때이기도 하다. 이것보다 더 난해한 것은 처서라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글자의 뜻만으로는 정확한 의미를 유추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處의 뜻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暑에 대해서 살펴보자.
더위를 나타내는 뜻이 있는 暑는 해를 나타내는 日과 사람, 혹은 대상을 나타내는 者가 아래위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者의 땔나무를 놓은 모양을 나타내는 윗부분과 불의 모양을 나타내는 아랫부분이 결합한 것으로, 원래 뜻은 ‘불로 태움(燃燒)’이었다. 그러다가 기존 글자의 뜻을 빌려서 쓰는 것인 가차(假借)가 성립하면서 일정한 동작이나 속성을 가지는 사람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었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대명사로도 쓰이게 되면서 그 뜻이 매우 넓어졌다. 사람, 놈, 것, 이것, 저것 등의 쓰임새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글자가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낮잡아 지칭하는 뜻으로 알려졌지만, 원래부터 사용하던 의미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을 가리켰다. 한자가 만들어져서 가차로 쓰일 당시 중국은 농업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농경을 하는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겼는데,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 商人이나 工人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천시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래서 者는 ~놈 정도의 의미로 쓰이게 되면서 상대방을 얕잡아 지칭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런데, 者는 더위를 나타내는 暑에서 해(日)와 결합해서는 아래에는 불이 있고, 위에는 불보다 더 뜨거운 태양이 있는 것으로 되어 그 뜻이 확장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지칭할 뿐 아니라(不僅是指人)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 현상을 지칭(還包括世界上的萬物)하는 것으로 넓어졌다. 그 결과 暑는 태양 아래에 있는 세상의 모든 사물 현상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외부에서 열이 가해져서 더운 것을 가리키는 더위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暑는 외부에서 오는 차가움을 나타내는 寒의 반대말로 쓰이게 되었는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람이나 유기체나 사물 현상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 뜨거워지는 것을 熱이라고 하여 暑와 구분해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熱은 유기체나 사물현상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 차갑게 되는 것을 나타내는 冷의 반대말로 쓰이고 있다.
이제 處의 뜻을 살펴보자.
이 글자는 形成字로 범과 보호한다는 뜻을 가지는 虎와 차를 마시는 책상의 옆이라는 뜻을 가지는 処(곳 처)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편안하게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이것의 뜻이 확대되어 안락한 거주, 존재, 집, 장소, 곳 등으로 넓어졌다.
그 과정에서 부정의 의미가 있는 또 다른 듯이 더해졌으니 멈추다, 물러나다, 끝나다, 쓰지 않다, 사용하지 않다 등의 의미가 그것이다. 處暑에서는 더위가 멈추다 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處女에서는 쓰이지 않은 여자,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처서는 더위가 멈추다, 더위가 끝나다, 혹은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것이 시작되다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게 됨으로써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절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쓴 󰡔우리말 사전󰡕 같은 책에서는 더위를 처리하여 처분(處分)하다 라는 의미로 풀이해서 발표했고, 이것을 포털사이트 등에서 백과사전의 대표적인 뜻으로 올려놓음으로써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아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해석이 아주 많이 틀린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처서라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풀이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처분한다는 말은 처리하여 치워버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처서의 절기는 더위가 치워져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으면서 맹렬한 기세가 멈추거나, 꺾인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절기 중에서 더위를 나타내는 명칭으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소서(小暑), 대서(大暑), 처서(處暑)의 절기가 그것이다. 이것을 각각, 초서(初暑), 중서(中暑), 말서(末暑)라고도 한다. 마지막 더위인 처서는 여름 더위에 비하면 아주 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더위가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낮에는 매우 덥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둘어진다고 하듯이 가을을 막을 수는 없는 것도 분명하다.
처서의 15일간도 5일씩 나누어서 삼후(三侯)로 구분한다. 첫 5일인 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아 제(祭)를 지내는 것처럼 하고(鷹乃祭鳥), 다음 5일인 中侯에는 천지에 식물을 시들게 하는 기운이 돌고(天地始肅), 마지막 末候에는 벼가 비로소 익는다(禾乃登)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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