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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삼단 같은 머릿결의 유래

by 竹溪(죽계)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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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 같은 머리에서 왜 삼단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삼단 같은 머리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숱이 많고 긴 머리라는 설명만 있을 뿐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 이런 표현이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그리고, 인터넷상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나 유래, 이유 등에 대해 서술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선조들은 숱이 많고 긴 여성의 머리를 왜 삼단 같은 머리’, 혹은 삼단 같은 머릿결이라고 말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유래와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그에 해당하는 표현이나 어휘를 훨씬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풍부한 어휘력과 표현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표현에서 중심을 이루는 어휘는 머리, 혹은 머릿결이지만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삼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삼단()을 묶은 단이란 뜻을 가지는데,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무엇이며, 과거의 일상생활에서 어떤 용도로 활용되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은 마약 성분을 가지고 있는 대마초의 원료를 만들어내는 식물이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이 식물을 키웠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것을 이용하여 삼베라는 직물을 만들어서 옷을 해 입었다. 고려 시대에 문익점이 목화를 들여오기 전까지 우리 민족의 중심되는 옷이 삼베였다고 보면 된다.

 

대마, 아마, 저마, 마닐라삼 등의 다양한 종류로 분류되는 식물을 통틀어 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속껍질을 분리하여 실처럼 만들어서 천으로 만든 것이 삼베다. ‘은 한해살이풀로 온대 지방에서는 3m 정도의 키로 자란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었다. 삼은 촘촘하게 심음으로써 높게 자라면서도 잎은 윗부분에만 달리게 하는 방식으로 재배하는데, 다 자라면 베어서 적당한 크기의 작은 단으로 묶는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잎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 열을 가해 찌기 위해 더 큰 크기의 단으로 묶어서 거꾸로 세워 놓는다.

 

삼을 단으로 묶어 놓았을 때는 가느다란 삼 줄기가 푸른 빛을 띠면서도 아래로 늘어져 치렁치렁한 모습으로 윤기가 반들반들하게 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바로 삼단이라고 부른다. 혼인하지 않아 비녀를 꼽는 쪽을 올리지 못한 처녀의 머리는 길고 윤기가 나는 모습을 가지는데, 이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삼단 같은 머리, 혹은 삼단 같은 머릿결이란 말이 되었다. 삼단은 그 뒤로 여러 과정을 거쳐 실처럼 가공되어 베틀을 거쳐 하나의 천으로 만들어지거나 밧줄, 포대, 노끈 등 다양한 생활 도구로 활용된다.

 

이 표현은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지만 문학 작품에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 이상화가 지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는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라고 노래했다. 또한 한무숙의 생인손에서는 어멈은 아침마다 푸른빛으로 윤이 흐르는 삼단 같은 머리를 얼레빗으로 빗어 내리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엇인가를 효율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선조들이 사용했던 언어 표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삼단 같은 머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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