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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2

더위의 끝을 잡고

by 竹溪(죽계)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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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의 끝(末暑, 處暑)을 아쉬워함.

오늘은 더위의 끝, 혹은 마지막 더위라는 뜻을 가진 처서다.

처서는 말서라고도 하는데,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세 가지 중 마지막 것이다.

더위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小暑, 大暑, 處暑의 세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가을에 들어섰다고 본면 된다.

시절을 아는 자연은 너무나 정확하여 이틀 전부터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절묘하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더위는 우리를 많이 괴롭혔지만 그래도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서운함이 앞선다.

입이 삐뚤어진 모기와 헤어지는 것도 시원섭섭하고, 짜증을 내면서 원망하던 더위가 물러가는 것도 약간은 서운하고, 푸르기만 하던 잎들이 서서히 시들어간다는 것도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그래도 가을에 들어서면서 느끼거나 얻는 것들이 더 많으니 섭섭하고, 서운한 것들은 금방 잊혀질 것이다.

그런 재미에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처서를 꼭 기념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짧은 나들이를 하여 경기도 백석읍 기산저수지에 다녀왔다.

뭉게구름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모양도 좋았고, 강렬한 햇빛에 여물어가는 열매를 보는 것도 즐거웠으며, 아직은 푸른색을 띠지만 곧 누런색으로 바뀔 사마귀를 찍어보는 것도 아주 괜찮았다.

 

호수 위에 묘한 구름 만들어지면 그대인가 바라보고, 평상 아래 벌레 소리 들리면 그대의 노래인가 귀 기울이네, 머지않아 흰 이슬 곱게 내리고 찬 서리 몰아치거든, 하얀 눈 맞으며 돌아오는 그대 버선발로 반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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