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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227

一字一言, 敎 지금과 같은 시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자가 바로 敎(가르칠 교)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 의해서랄 것도 없이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교권을 무너뜨렸고, 학습권은 사라지게 했는데, 그런 상태가 바로 작금의 교육 현장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럽고, 어려우면 처음, 혹은 기본을 생각하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敎의 초기 모양은 爻(본받을 효, 엇갈려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효)와 攴(최초리로 칠 복)이 좌우로 결합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면서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글자의 왼쪽 아래에 추가되었고, 이를 說文解字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爻는 耂(늙을 로)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어른은 많은 것을 알고,.. 2023. 7. 30.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의 유래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 어린 시절 키가 작은 아이를 놀릴 때 우리가 많이 하는 표현 중에 ‘팔마구리만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거나 힘없는 사람이 크고 힘이 센 사람에게 덤비거나 할 때, 혹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 말로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라고도 한다. 이 말은 어릴 때 유난히 키가 작았거나 싸움할 때 상대에게서 주로 들었던 표현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거나 상대가 안 된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에 왜 팔마구리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 팔마구리는 산에 사는 나방의 유충인데, 번데기의 형태로 산에서 겨울을 나는 녹황색의 고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유리산누에나방이라고 하는 해충의 나방이 그것인데, 겨울을 나는 수단으로 만든 녹황색의 고치가.. 2023. 7. 17.
복날의 의미 伏날과 개의 관계 伏이란 글자는 개가 사람의 옆이나 발 뒤에 엎드려서 주인을 지키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엎드려 있다는 것은 복종하다. 순종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또한 숨어서 노리다. 기회를 엿보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을 숨기고 싶을 때는 대개 엎드리거나 누워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매복하다, 숨다 등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가 왜 여름의 절정을 의미하는 복날에 쓰이게 된 것일까? 의견이 분분할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이것이 더운 여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글자로 쓰이게 된 것은 제사(祭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여러 종류의 기념일을 만들어서 축하하거나 일정한 날을 기리는 행사를 많이 만들었는데, 冠婚喪祭와 名節, 節候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어느 집.. 2023. 7. 14.
존나, 혹은 졸라 라는 말의 유래 달팽이와 존나 빠른 거북이 달팽이는 여름의 진귀한 손님이다.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바깥 출입을 하는 경우는 비가 올 때인데, 장마가 시작되는 요즈음 한적한 시골길을 가면 볼 수 있다. 등에 집을 등에 지고 다닌다고 하여 집달팽이라고 하는데, 이런 참달팽이는 보기가 어렵다. 장마가 시작되는 어제 마침 보였다. 주로 논밭의 돌 밑, 풀숲에 사는 녀석들이 비만 오면 왜 바깥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달팽이와 관련을 지닌 말 중에 지금 우리가 아주 많이 쓰고 있는 표현이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상태나 일의 정도가 매우 심해서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를 가리켜 엄청나다는 말을 쓰는데, 이에 해당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아이, 어른을 할 것 없이 요즘 많이.. 2023. 6. 30.
속절없다 어원 ‘속절없다’의 어원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속절없다’, ‘속절없이’, ‘속절없는’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표현의 어원이나 유래 등에 대한 것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단념할 수밖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라고만 되어 있고, 유래나 어원 등에 대해서는 一言半句의 설명도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사전(辭典)이란 어휘의 뜻을 보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쓰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설명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현재의 언어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의미만을 실어놓고 있을 뿐 어원에 대한 것은 눈을 씻고 .. 2023. 6. 22.
이념 부재의 시대 이념 부재의 시대 뉴제주일보 2023.06.21 18:3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인류는 대대로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회적 이념을 만들고 간직하고 사용하면서 살아왔다. 일정한 성향을 지닌 이념은 사람들의 삶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을 주었으므로 정치의 동반자로 역사의 전면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일정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려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 행태를 보면 과연 저것을 이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이념을 말하지만 철저하게 주관적인 데다 아무런 원칙도 없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라고도 하는 이념은 체계.. 2023. 6. 22.
一字一言, 滅 없어지다. 멸하다, 죽다 등의 뜻을 지닌 滅은 기본적으로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글자이다. 滅은 사람을 죽이는 도끼나 창과 같이 전쟁을 하기 위한 무기,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물,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들이 모두 전쟁, 죽음, 없앰 등을 나타내는 글자들이기 때문이다. 무기와 물, 불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전쟁할 때는 불을 놓아 태워버리거나 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거나 하는 것처럼 되기도 하고, 물과 불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없애버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에 이런 것들이 붙어서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滅은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水(물 수), 불이라는 의미를 지닌 火(불 화), 전쟁할 때 쓰는 무기의 일종인 도끼라는 뜻을 가진 戉.. 2023. 6. 13.
진보는 죽었다 진보는 죽었다 뉴제주일보 승인 2023.05.30 19:5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진영의 대립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진영 간의 대립과 갈등은 점차 확산돼 국민 전체가 둘로 쪼개지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으며 감정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이 난무하다 보니 중도와 화합 같은 말은 누구 하나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거짓과 불공정,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사회지도층과 이기적이면서도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이 국가의 존립 자체를 통째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도록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커다란 책임을 져야 .. 2023. 6. 1.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대한 이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속담에 대한 이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급작스럽게 당하거나 상대방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 하는 말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 한다’, 혹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등의 표현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 문장에는 ‘아닌’, ‘밤중’, ‘홍두깨’라는 세 개의 구성요소가 있는데, ‘밤중’은 밤이 깊을 때라는 뜻밖에 없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의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닌’의 기본형은 ‘아니다’인데,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뜻을 가지고 있는 형용사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긍정이 아닌 부정문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뜻하지 아니한 엉뚱한 때’, ‘뜻밖.. 2023. 5. 27.
소만(小滿) 소만(小滿) 2023년 5월 21일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인 소만이다.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인 소만은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 보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 등을 중요한 특징으로 꼽는다. 앞의 것은 남쪽의 것이고, 뒤의 것은 북방의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만 때가 되면 남쪽에서는 점점 강우량이 많아지면서 시내와 강과 호수의 물이 점차 불어난다. 여기에서 滿은 빗물이 가득 찼다는 뜻인데, 소만은 아직 가득 차지는 않았음을 나타낸다. 이것이 남쪽의 소만이다. 남쪽의 소만의 시기는 물이 가득차기 시작하는 때가 된다. 반면 북쪽에서는 강우량이 많지 않고 보리와 같은 여름 곡식은 물알이 들기 시작하면서 익을 준비를 한다. 물알은 아직 덜 여물어서 물기가 많고 말랑한 곡식알을 가리킨다. 이것은 북쪽의 소만이.. 2023. 5. 21.
一字一言, 鄕 ‘시골’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발음은 ‘향’으로 하는 鄕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채로운 변화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흥미로운 글자다. 우리말에서 시골이라고 하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개발이 덜 된 지역, 혹은 도시로 떠나온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을 왜 訓을 붙여서 이해해야 하는지 의아할 정도다. 왜냐하면 鄕은 시골이란 뜻보다는 都市, 城市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골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설문해자에 등장하는 小篆과 같은 초기의 형태에서 鄕은 글자의 양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형상으로 된 사람의 모습이 있었고, 중앙에는 음식을 담은 그릇을 나타내는 모양의 글자가 있었다. 그러다가 楷書가 등장하기 전인 漢나라 시.. 2023. 5. 4.
마음을 용서하지 말라 마음을 용서하지 말라 뉴제주일보 승인 2023.04.25 19:0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삶을 영위하는 동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에게 관대해지면서 점차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이것은 어쩌면 사람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외부의 대상에 대해 자기가 가진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성품, 감정, 의사, 의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말이나 행위의 방향과 패턴을 결정한다.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면서 자신을 통제함으로써 올바르고 발전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마음이.. 2023. 4. 27.
어른 없는 사회 어른 없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3.04.03 19:3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근래 우리 사회는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절대적 가치가 되어 버려 존경과 본받음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어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해 행동하게 됨으로써 폭력과 충돌로 인해 생기는 갈등에 대한 중재나 평화적 해결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충돌이나 갈등은 모두 공권력의 판단과 법의 심판에 의지하게 되었고,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어른은 공동체나 국가 등에서 하나의 구심점을 이루면서 구성원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경험, 지혜, 지식 등을 공유하면서 .. 2023. 4. 4.
一字一言, 德 會意字이기도 하고, 形聲字이기도 한 ‘德’은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구실을 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자의 재료가 되는 구성요소 역시 각각 상당히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한자 중에서 德만큼 좋은 뜻을 가진 글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아예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德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오르다, 위로 올라가다(昇, 登上)인데,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도덕성과 인품 등을 갖춘 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되었다. 德은 彳(천천히 걸을 척)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이 결합하.. 2023. 4. 1.
가랑비의 뜻 ‘가랑비’의 뜻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비에 대한 표현이 매우 많다. 특히 봄에 비가 적게 내리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으므로 이때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비가 오신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봄에 내리는 비를 나타내는 말 중에 ‘가랑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어원이 매우 재미있다. ‘가랑비’는 ‘가랑’과 ‘비’가 합쳐져서 된 말이다. 비는 수증기가 높은 곳에서 찬 공기를 만나 식어서 엉긴 다음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물방울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비는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랑’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의 뜻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랑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판가름 난다. ‘가랑’에 대해서는 가루(粉)로 보는 견해, 가랑이.. 2023. 3. 9.
경칩 경칩(驚蟄)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를 지칭한다. 겨울이 완전히 끝나고 본격적인 봄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완전히 解凍이 된 것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는 말이 바로 이것을 가리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겨울의 끝은 소한과 대한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아직 겨울 기운이 많이 남아 있어서 매우 추우므로 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소한, 대한 다 지나면 얼어 죽을 거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잘 드러낸 것으로 보면 된다. 경칩에 대해서는 한자어에 대한 풀이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驚은 敬을 음으로 하고, 馬를 뜻으로 하는 글자로 ‘말이 놀라다’라는 것이 원래 의미이다. 敬을 소리로 하.. 2023. 3. 5.
범죄 공화국 범죄 공화국(뉴제주일보 승인 2023.02.23.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늘 범죄가 있지만 요즘처럼 잔인하면서도 비인간적인 범죄가 성행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반성하기는커녕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이 공권력의 최대 피해자라고 지껄이는 뻔뻔함을 소신처럼 드러내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는 사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의 약속으로 만든 규칙이나 법규를 어기는 그릇된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사회와 국가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와 모방 행위를 통해 넓게 전파되는 성.. 2023. 2. 23.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는 속담에 대한 이해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는 속담에 대한 이해 우리나라 텃새로 사람들과 가까운 주변에 살면서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새를 꼽는다면 까마귀와 까치를 들 수 있다. 까마귀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속담이 있는데,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라는 속담이 그것인데, 이것은 국어사전에는 등재가 되어 있지 않다. 일부 속담 사전에 올라 있는데, 누가 한 것인지 몰라도 원래의 뜻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을 빙자하여 남의 것을 빼앗음을 비유’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남의 것은 빼앗는다는 것은 맞으.. 2023. 2. 22.
雨水 雨水 2월 19일은 봄기운이 완연해진다는 우수다. 24절기의 하나인 우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앞의 雨는 동사로 비가 내리다 이고, 뒤의 水는 명사로 물, 혹은 비를 나타낸다. 그래서 그대로 해석하자면 ‘눈으로 오던 것이 물로 되어 내린다’로 된다. 원래대로 한다면 雨雨의 형태로 되어서 앞은 내리다 는 동사이고, 뒤는 비라는 명사로 되어야 하지만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 모양을 피하려고 水를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부터 눈은 잘 내리지 않고, 주로 비가 내리면서 비가 내릴 때마다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면서 기온이 점점 따뜻해져 가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물론 이것은 농경사회의 특징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눈이 아주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눈의 양을 점.. 2023. 2. 18.
一字一言, 春 봄, 젊음, 정욕 등의 뜻으로 쓰이는 春은 일부 한자 사전에서 풀(艸)과 해(日)가 결합한 모습으로 해 위로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보기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글자에 대한 이해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春은 3개의 木(나무), 1개의 日(해), 글자의 중간에 1개의 屯(새싹과 뿌리)이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글자이다. 그러니까 원래 형태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木과 日은 뜻을 나타내고, 屯은 소리를 나타낸 것으로 形聲字에 속한다. 원래 뜻은 “따뜻한 볕이 어루만지며 쪼이니 모든 초목이 번성하고 우거진다”이다. 그러므로 春은 생명이 있는 모든 식물이 새로.. 2023. 2. 15.
옹장물에 대하여 옹장물에 대하여 지금은 거의 쓰지 않거나 사라진 말 중에 ‘옹장물’이란 표현이 있다. 이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을 정도로 죽어버린 말이 되었지만, 선조들이 가졌던 삶의 지혜를 실감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옹장물’은 ‘옹장’과 ‘물’이 합쳐진 표현인데, 물은 지금도 쓰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옹장’은 ‘동물의 배설물을 모아놓은 구덩이’라는 뜻이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동물의 배설물은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처리가 매우 곤란한 것이 되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긴요하게 쓰이는 비료 중의 하나였다. 사람이 집에서 키우는 가축 중 우리에 가두어 사육하는 것 중에서 배설물이 많은 것은 돼지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으로 소, .. 2023. 2. 4.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에게 묻는다(問罪於吝) 입춘이 지나면 기러기는 북녘으로 돌아가고 여우는 죽을 때 언덕을 향해 고개를 두나니 황혼 맞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착한 마음으로 자신의 고향을 향해 늙은 머리를 수그린다네 자신의 존재를 過信하는 그대에게 묻고 싶다 생명을 만들어준 고향으로 갈 생각은 없는지 더 이상 민폐 끼쳐서 사람들 괴롭히지 않도록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돌아가기를 바라노라 2023. 2. 3.
어처구니의 유래와 어원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으며,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것만으로 볼 때는 두 표현에서 ‘어처구니’가 어떤 연결성을 가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이 어떻게 해서 ‘너무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설명 중에서 하나는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 되는 관계로 ‘어처구니없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어사전이나 여타 사전 등에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2023. 1. 27.
언어와 품격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3. 1. 26.
가는 날이 장날에 대한 이해 가는 날이 장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속담 표현 중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의 의미로 풀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뜻밖의 행운처럼 긍정적인 의미로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려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난 상태인 부정의 의미로 쓰는 것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이 속담을 처음 사전에 등재한 사람은 문세영(文世榮)인데, 1938년에 편찬한 󰡔조선어 사전󰡕이 그것이다. 여기에 긍정과 부정 두 가지를 등재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혼동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추정하건대 당시에 편찬자가 무엇인가를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속담의 정확한 표현은 ‘.. 2023. 1. 8.
도긴개긴에 대하여 ‘도긴개긴’에 대하여 소위 말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준어에 해당하는 표현 중에 도긴개긴이 있다. 이것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 이 설명을 기준으로 하여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재기’,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대동소이(大同小異)‘, ’이거나 저거나‘ 등의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 표현이 사전에 등재된 것이 최근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긴‘의 뜻을 지.. 2023. 1. 3.
매국노에 대한 단상 오피니언 제주시론 뉴제주일보 승인 2022.12.27 19:3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매국노에 대한 단상(斷想) 현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거미줄보다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초연결사회이다. 이러한 초연결은 과거에는 불가능하거나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일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하며, 전혀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개방성과 확장성, 대중성, 소통성을 기반으로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공유함과 동시에 개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증대시키는 초연결사회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해킹 같은 공격이나 고의적인 정보 유출 등으로 인해 빅데이터 체계가 무너지면 사생활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의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2022. 12. 27.
一字一言, 省 살피다, 깨닫다, 관청, 궁궐, 덜어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省은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글자이다. 商나라 시대의 초기 글자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글자의 윗부분에는 나무, 혹은 풀의 모양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의 눈 모양이 그려져 있다. 秦나라 시대에 와서는 目과 生이 결합한 모습으로 변했고, 漢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자에 대해서는 生과 目의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야만 그 본뜻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태어나다, 살다, 날 것 등의 뜻으로 쓰이는 生이라는 글자는 식물의 움이 돋아 싹이 나서 땅 위로 나온 모습을 본떠서 만든 象形字이다. 맨 아래의 一은 평평한 모습을 한 땅을 나타내고, 위의 것은 작은 풀이 흙 위로 나.. 2022. 12. 25.
질서의 붕괴 질서의 붕괴 뉴제주일보 승인 2022.11.24 18:2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를 진단한다면 사회적 질서가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치부터 국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게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건, 사고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에 ‘묻지마’가 붙으면 한층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정쟁, 투쟁, 폭력, 살인, 스토킹, 사기, 거짓말, 분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스스로에 의한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법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질서의 붕괴가 가속되는 양상인데, 이것은 사회구성체의 바탕을 이루는 체계가 뒤틀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체계란 일정한 원리에 의해 부분과 부분이 잘 연결되어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모양을 갖춘 전체이다. 그중.. 2022. 11. 25.
一字一言, 藏 감추다, 거두어 간직하다, 보존하다, 숨기다, 저장하다, 착하다, 알려지거나 발각될까 두려워 숨으려 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藏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으로 되어 있다. 풀을 나타내는 艹(풀 초)와 노예를 의미하는 臧(착할 장, 숨을 장)이 각각 위아래로 결합하여 만들어졌는데, 글자 아래의 구성요소에서 숨기다, 숨는다는 의미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는 하지만 글자의 위에 있는 艹(艸)는 원 글자가 草인데, 검은색 염색약으로 쓰이는 도토리, 또한 ‘하인’이라는 뜻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臧을 보조하는 구성요소가 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먼저 草부터 살펴보자. 풀을 나타내는 글자는 부수로 쓰이는 艹, 풀이 자라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진 艸, 떡갈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본적인 의미로 하..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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