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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잃어버린민속

복날의 의미

by 竹溪(죽계)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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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과 개의 관계

이란 글자는 개가 사람의 옆이나 발 뒤에 엎드려서 주인을 지키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엎드려 있다는 것은 복종하다. 순종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또한 숨어서 노리다. 기회를 엿보다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을 숨기고 싶을 때는 대개 엎드리거나 누워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매복하다, 숨다 등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가 왜 여름의 절정을 의미하는 복날에 쓰이게 된 것일까? 의견이 분분할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이것이 더운 여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글자로 쓰이게 된 것은 제사(祭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여러 종류의 기념일을 만들어서 축하하거나 일정한 날을 기리는 행사를 많이 만들었는데, 冠婚喪祭名節, 節候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어느 집에서나 치를 수밖에 없는 행사인데, 표면적으로는 기념하거나 축하, 기리는 것이 중심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사람들이 단백질을 보충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늘 영양이 부족했던 과거의 선조들은 이런 방법으로 영양소의 핵심인 단백질을 보충해주면서 삶을 살아 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이런 것들이 점차 빛을 잃어가거나 사라져가는 이유는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따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하늘이나 신, 조상 등에게 지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런 제사 중 가장 추울 때인 섣달과 가장 더운 때인 7월에 지내는 제사의 규모가 가장 컸다. 섣달에 지내는 제사를 랍제(腊祭)라 하고, 여름에 지내는 제사는 복제(伏祭)라고 했다. 이때는 모두 가정에서 기르는 가축을 희생제물로 해서 제사를 지냈다. 겨울에 지내는 랍제에는 소금에 절여서 말린 돼지고기(베이컨 같은 것)을 제물로 바치고, 여름에 지내는 복제에는 개를 잡아서 희생제물로 바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가장 더울 때는 뜨거운 성질을 지닌 개고기를 먹고, 가장 추울 때는 찬 성질을 가진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이다. 더울 때는 체온 조절을 하기 위해 땀을 배출함으로써 내장을 비롯하여 장기가 있는 몸의 내부는 오히려 차가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어서 차가운 속을 달래서 몸이 상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추울 때는 반대로 몸 안이 뜨거워서 찬 음식으로 열기를 식혀야 한다. 以熱治熱이란 말 같은 것이 나오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복제는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오는 경(-서쪽 경)일과 그 이후 열흘, 또는 이십일 째 되는 경일에 지낸다. 干支의 일곱 번째 天干인데, 성질은 찬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이며, 방향은 서쪽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은 음기가 강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가장 더운 때에는 납작 엎드려 숨어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금의 기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숨어서 기회를 엿보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짓날로부터 세 번째에 오는 庚日을 복날로 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때가 매우 덥지만 가을을 상징하는 찬 기운이 뜨거운 기운 밑에 엎드려 있어서 이때야말로 단백질 보충을 해서 기운을 북돋워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의 원래 뜻은 개가 사람 옆에서 주인을 지키거나 숨어서 기회를 엿본다는 것인데, 어째서 개를 죽인다는 의미로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은 발음은 복인데, 이와 같은 음을 가진 어떤 글자 때문이다. 그 글자는 바로 (버금 부, 도울 부, 쪼갤 복)인데, 과 같은 용도로 쓰여서 그렇다. 는 무엇인가로 가득 찬 그릇 같은 것을 의미하는 (가득할 복)과 칼을 나타내는 가 결합한 것으로 무엇인가를 쪼개서 죽인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돼지를 죽이는 것은 복저(副猪)라 하고, 개를 죽이는 것은 副狗, 혹은 伏狗라고 했다. 그래서 복날은 개를 죽여서 제사 희생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으로 바꾸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三伏의 시기는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집에 숨어 있으면서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에서 의미가 확장되어 엎드려 있는 개를 제사의 희생물로 하는 것으로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사의 기능은 점차 퇴보했고, 개를 먹는 것만 남은 것이 복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단백질 보충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冠婚喪祭 같은 것은 앞으로 점차 희미해지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삼복 제사가 바로 그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개를 식용으로 하지 말자는 의견이 너무 강해 함부로 말을 꺼내기도 어렵지만 원래의 출발이 그렇다는 것을 생각해 둘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복 날인 711일에는 삼계탕을 먹었다.

 

#삼계탕 #초복 #중복 #말복 #三伏 ##伏祭 #副狗 #庚日 #陰氣 #以熱治熱 #腊祭 #補身湯 #보신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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