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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는 속담에 대한 이해

by 竹溪(죽계)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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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는 속담에 대한 이해

우리나라 텃새로 사람들과 가까운 주변에 살면서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새를 꼽는다면 까마귀와 까치를 들 수 있다. 까마귀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속담이 있는데,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라는 속담이 그것인데, 이것은 국어사전에는 등재가 되어 있지 않다. 일부 속담 사전에 올라 있는데, 누가 한 것인지 몰라도 원래의 뜻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을 빙자하여 남의 것을 빼앗음을 비유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남의 것은 빼앗는다는 것은 맞으나, ‘비슷하게 생긴 것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원래의 뜻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 속담은 비슷하게 생긴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무엇인가를 무자비하게 뺏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까마귀와 까치는 비슷하게 생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성격 자체도 완전히 다르므로 비슷한 것을 빙자했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새 중에서도 까치는 집 짓는 선수다. 나뭇가지와 풀덤불 같은 것을 열심히 물어다가 집을 짓는데, 단단한 데다가 바람이나 비 같은 것에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어 놓기 때문에 다른 어떤 새집보다 튼튼하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동물이 그렇듯이 까치도 봄에 새끼를 치는데, 입춘이 지나면 새집을 짓기 시작한다. 따뜻해져서 먹이가 많아지는 봄과 여름의 시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다. 까치는 사람들이 사는 주변에 집을 짓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다. 약간만 주의를 기울여서 보면 들판 나무 위나 전신주 위 등에 나뭇가지를 열심히 물어서 나르는 까치 부부를 볼 수 있다. 까치가 사람들 주변에 있는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뱀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굴속이나 나무 위 등을 자유롭게 다니는 뱀은 까치뿐 아니라 쥐를 비롯한 여러 동물에게도 천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강제로 무엇인가를 빼앗는 것을 두고 우리 선조들은 왜 하필 까마귀와 까치의 관계에 비유해서 속담을 만들어냈을까?

 

그것은 까마귀의 속성을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까마귀는 까치보다 덩치가 크고 대뇌가 발달하여 학습 능력이 좋은 새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런 까마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집을 짓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동물인 까마귀도 새끼를 쳐서 종족을 이어야 하므로 번식기에는 집이 필요하게 된다. 집을 지을 생각도, 집을 짓는 솜씨도 없으므로 번식기가 되면 까마귀는 남의 집을 빼앗아서 그곳에 알을 낳고 새끼를 쳐서 기르고자 한다. 자신보다 덩치가 좀 작으면서 집을 짓는 선수인데다가 다양한 곳에 집을 지어 놓으므로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둥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결국 까마귀는 까치집을 뺏기 위해 공격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공들여 지은 집을 그냥 빼앗길 까치가 아니기 때문에 그때부터 두 종족 사이에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보통 까마귀 부부와 까치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 공격하고 대항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 싸움을 며칠 동안 밤낮으로 계속된다. 그러나 덩치에도 밀리고 부리의 세기에서도 밀리는 까치는 마침내 자기 집을 내주고 쫓겨나고 만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까마귀와 까치가 싸우는 소리가 귓전을 시끄럽게 했다. 주로 앙칼지게 울어대는 까치 소리가 밤낮으로 며칠 동안 들려오는데, 까마귀는 덩치와 힘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몰아붙여서 까치집을 자기의 집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까마귀는 솔개 정도는 간단하게 쫓아 버릴 정도이며, 때에 따라서는 독수리도 공격할 정도이니 그 힘과 싸움 실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독수리 머리 위로 올라가서 까마귀가 똥을 갈기면 그것을 맞은 독수리는 죽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우리 선조들은 까마귀와 까치의 이런 싸움을 소재로 하여 까마귀 까치집 뺏듯 한다라는 속담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형제자매가 많았던 과거에는 아우가 가진 것을 형이 무자비하게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었고, 그때마다 형제는 그야말로 처절하게 싸우는 일이 매우 잦았다. 부모도 함부로 말리거나 끼어들지 못하는 경우까지도 생기는데, 이 상황을 빗대어서 이런 속담을 자주 사용하곤 했다. 또한 공동체나 사회조직 등에서 남의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을 쓰곤 했다. 박경리가 지은 소설 󰡔토지󰡕에 보면, “까마귀 까치집 뺏듯 강청댁 없는 자리에 들앉은 임이네의 위치는 실상 그리 당당한 것은 아니었다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이 속담은 비슷한 것을 빙자하여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남의 것을 마구잡이로 강탈하는 행위에 대해 비유적으로 비판한 것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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