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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227

사법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 사법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뉴제주일보 승인 2024.06.13 16:43  20년 전 수십 명의 10대 남학생들이 어린 여학생을 오랫동안 성폭행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건이 있었다. 최근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으니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적제재가 행해지면 사법 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양쪽 의견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성폭력 피해자가 겪은 상처와 인권 유린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어 평생을 악몽 속에 살게 될 것이란 점과 당시 사법적 정의를 통해서는 어떤 해결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적제재에서 오.. 2024. 6. 16.
망종 망종(芒種) 2024년 6월 5일은 망종이다.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식물을 심어야 하는 시기의 경계라는 뜻이다. 까끄라기는 벼, 보리 따위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같은 것을 지칭한다. 봄보리, 벼, 기장, 봄보리 등의 파종 시기는 망종을 넘겨서 심으면 좋은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芒은 밀, 가을보리 등 까끄라기가 있는 식물의 수확을 의미하고, 種은 벼, 기장, 봄보리 등의 곡물을 심는다는 의미이다. 망종 절기가 되면 온도는 상승하고, 비는 자주 오며, 습도도 매우 높아진다. 바야흐로 식물이 자라기에 매우 적합한 시절이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때는 맞이하여 농작물을 잘 길러 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바쁜 시간이 된다. 그래서 망종 절기는 시간을 쪼개어 써야 할 만큼(夏爭時) 바쁘다고 .. 2024. 6. 2.
상과 벌 상과 벌뉴제주일보 승인 2024.05.22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전 과정을 통해 상(賞)과 벌(罰)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는 부모나 선생님 등 인생 선배들로부터 칭찬과 꾸중 또는 상장과 경고장 등을 듣고 받으며 성장해 가고,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보다 잘한 업적과 행위에 대해서 그것을 기리고 격려하는 상을 받기도 하고, 잘못한 언행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과 벌은 우리가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내내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은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주는 것이고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은 벌인데, 이것은 가법(家法), 조직법(組織法), 국법(國.. 2024. 5. 24.
'어이없다'에서 '어이'의 어원 ‘어이없다’의 어원 국어사전에서는 ‘어이없다’의 뜻을,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풀이하면서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어이’와 ‘어처구니’의 뜻을 찾아보면,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풀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표현의 뜻과는 아주 거리가 멀거나 전혀 엉뚱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실제 말을 할 때는 이런 뜻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설명을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어이’와 ‘어처구니’가 실제로 쓰인 문장에서 쓰인 뜻과 사전에서 말하는 뜻이 너무 맞지 않아서 아무리 봐도 사전.. 2024. 5. 17.
학창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학창 시절’에서 학창(學窓)의 의미 학창이란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배움의 창가라는 뜻으로, 공부하는 교실이나 학교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설명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풀이한 한심하면서도 매우 무식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窓이라는 글자를 막연히 창가로만 해석함으로써 그 뜻을 완전히 왜곡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으로 공부하던 시절을 학창 시절, 학창 생활 등으로 부르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창에서 앞 글자인 學(배울 학)을 먼저 살펴보자. 이 글자는 사람의 두 손(兩手), 본받는다는 뜻을 가진 爻(본받을 효), 집의 모양인 冖(덮을 멱), 아이를 나타내는 子(아이 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글자.. 2024. 5. 7.
一字一言, 窓 우리말로도 창이라고 말하는 窓은 집이나 방, 담장 등에 만든 네모난 구멍으로 빛이나 바람, 연기 등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창은 사람이 사는 집 지붕이나 방의 벽에 만드는 것과 담장의 중간에 만드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집에 만든 것을 窓이라하고, 담장에 만든 것을 牅(용)이라고 한다(在墙曰牅,在屋曰囱).  이 글자의 원래 모양은 囱(창 창)이었다. 이것은 채광창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집의 위에 하나의 구멍을 뚫어서 빛이 들어오거나 연기가 빠져 나가도록 만든 네모난 것을 나타냈다. 그 뒤에 구멍을 나타내는 穴(구멍 혈)을 더해서 窗으로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처음에는 象形字였으나 形聲字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현재도 窗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窓.. 2024. 5. 4.
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 ‘문디(문둥이)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떠군지듯) 한다’의 뜻 매우 싫은 것을 멀리하거나 얼른 치워버리는 행위를 빗대어 ‘문디 옻나무 작대기 떠딩기듯 한다’라고 하는 속담이 있다. 문디는 문둥이를 말하는데, 칠창(漆瘡)을 옮기는 옻나무를 만나면 끔찍할 정도로 싫어해서 멀리 던져버리고 만다. 무엇인가에 대해 매우 싫다는 뜻을 강력한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옻의 독이 사람에게 묻으면 염증을 일으켜 부풀어 오르면서 물집이 생겨 매우 흉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그러잖아도 문둥이는 보기 흉한데, 옻까지 오르면 더욱 흉하게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떠’는 동사 ‘뜨다’가 활용된 것으로 어간인 ‘뜨’에 종결어미인 ‘어’가 붙었다가 ‘으’가 탈락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뜨다’는.. 2024. 4. 22.
곡우(穀雨) 곡우(穀雨) 2024년 곡우는 4월 19일이다. 곡우는 24개의 절기 중 여섯 번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穀雨는 비가 내려서 모든 곡식을 키워낸다(雨生百穀)는 뜻이다. 이때가 되면 기온이 올라가고 비가 많이 내린다. 그래서 싹이 나온 온갖 식물이 그 비를 맞으면서 자라난다. 농촌에서는 모심기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가 못자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한다. 볍씨에는 부정을 타면 안 되므로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그곳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곡우 절기 역시 5일씩 셋으로 구분(三候)하여 나눈다. 1후는 개구리밥(浮萍草)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2후에는 산비둘기(鳴鳩)나 뻐꾸기가 날개짓을 하며 울음을 울고, 3후에는 오디새(戴胜)가 뽕나무밭에 보이기 시작한다. 곡우 바로 전에 따서 가.. 2024. 4. 17.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4.15 18:2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의 삶에서 주어지는 매 순간은 모두 사회적으로 정해진 법칙, 규범, 관습 등에 따라 해도 되는 것과 차마 할 수 없는 것, 혹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물론 자기 자신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이 조화를 깨뜨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순간 그 사람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다른 영역의 공간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2024. 4. 16.
一字一言, 老 늙다. 노련하다. 경험이 많다. 익숙하다. 오래되었다 등의 뜻을 가진 老(늙을 노)는 대상의 모양을 보고 그려서 만들어 낸 象形字에 속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서 쇠약해지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시간의 흐름을 누구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 많은 시간이 흘러 몸이 쇠약해져서 몸을 구부리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는 늙은이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글자가 바로 老다. 이 글자는 갑골문(甲骨文)에 등장하는데, 왼쪽을 바라보면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몸을 구부린채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나타난다. 갑골문에서는 老와 考(살필 고)와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은 .. 2024. 4. 11.
청명과 한식 淸明과 寒食 2024년 청명은 4월 4일이고 한식은 4월 5일이다. 청명과 한식은 같은 날이 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하루 차이다. 청명은 하늘이 아주 맑아 공기가 깨끗하고 온화하며(氣清), 봄빛이 좋아서 모든 풍경이 선명하고 고우며 아름다운(景明) 것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체가 다 자신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氣清景明을 줄여서 청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청명이 되면 따사로운 햇볕이 산과 들의 경치를 아름답게 만든다. 모든 풀과 나무에는 연초록의 싹이 나며, 온갖 꽃이 피어난다. 봄의 따뜻한 기운이 모든 것에 나타나면서 기온이 올라간다. 농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물을 잘 관리하면서 병충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한다. 청명절에 주로 하는 일에는 조상의 산소 돌보기, 바깥에 나가 산책하기(踏靑), 쑥떡 해.. 2024. 4. 1.
망국으로 가는 정치 망국으로 가는 정치 뉴제주일보 승인 2024.03.13. 18:3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는 혼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념도 없고, 체계도 없으며, 논리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모든 정치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면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인데, 정치인은 국민에 의해 위임된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수도 있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권력을 .. 2024. 3. 14.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노파심(老婆心)의 의미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노파심으로 하는 소리’라는 표현이 있다. 노파심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풀이하고 있는데, 노파심이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매우 긍정적이고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 하나가 좀 잘못되었다고 그게 뭐 그리 큰일이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온갖 매체를 비롯한 모든 자료에서 이를 근거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노파심이란 말을 부정적으로 풀이하게 된 이유를 짚어보면, 노파(老婆)를 늙은이, 할머니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파라는 단어를.. 2024. 3. 11.
혁신의 의미 혁신(革新)의 의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왜 그런 의미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같은 것은 없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뜻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이 표현에 대한 뜻을 설명할 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아예 잘못된 해석을 올바르게 된 것인 양 올려놓은 자료도 보인다. 한자어 표현인 혁신이란 말은 글자가 지닌 뜻을 제대로 알면 그 뜻을 훨씬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革新이라고 쓰는데,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글자는 革이다. 우리말로는 가죽 혁이라고 읽는데, 이것만으로는 이 .. 2024. 2. 22.
부모의 역할 부모의 역할( 뉴제주일보 승인 2024.02.15 17:28 )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되면서 크게 일그러지고 뒤틀린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식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공경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무리한 요구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부모는 자식에 대한 희생과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이 대부분 무너지면서 존속과 비속에 대한 살해나 폭력 등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2024. 2. 15.
一字一言, 雪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색의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雪이다.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모습인 雪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나타내는 비를 의미하는 雨와 사람의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가 변형된 형태인 彐(돼지머리 계)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甲骨文에서는 雨와 羽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리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문학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雨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象形字인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2024. 2. 8.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1.18 18:0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희생이란 어떤 일이나 사물, 혹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내가 가진 것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정한 대상이나 상대를 위해 진심으로 이바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발적 의지에 따라 진심으로 이루어지는 희생은 조직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그것을 행한 본인에게도 감동을 수반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 때문에 가정이나 국가가 잘 유지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러한 희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고 희망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그것을.. 2024. 1. 19.
여의도(汝矣島)의 어원 여의도(汝矣島) 어원(지명 유래) 한강 가운데에 있는 섬(河中島)으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속해 있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 금융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으며, 동쪽 끝에는 63빌딩이 있고, 가운데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 (IFC), LG트윈타워, 전경련회관, 파크원 타워, 증권거래소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의 사옥들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여의도는 대한민국 수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이 원래부터 중요시되었던 곳은 아니었다. 여의도는 조선이 세워지면서부터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제사 희생물을 공급하기 위해 돼지와 양 등의 가축을 기르는 장소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소속되어 음식을 만들거나 가축을 기르는 일을 했던 노비(典僕)들이 이곳에 거주하.. 2023. 12. 30.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란 무엇인가? 뉴제주일보 승인 2023.12.11 18:4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어 내는 중이다. 불법행위와 그것을 통해 취한 이득은 그 깊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는 데다 세상 어디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은 탄핵과 국민의 삶을 망가트릴 수 있는 악법들이 끊임없이 남발되는 현상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언행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당당하게 거친 의견을 개진하며 폭력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일들이 정당화되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추잡한 형태의 독재라고 할 수 있다. 홀로라는 뜻을 지닌 獨(독)은 싸움을.. 2023. 12. 25.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뉴제주일보 승인 2023.11.13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상은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다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처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혼란스러웠던 경우는 없었다. 외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일어나는 인구 감소로 인해 민족의 소멸과 국가의 멸망이 가장 빨리 실현될 나라라 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의식 역시 그러한 방향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노력 대비 결과가 비례하여 따라오지 못한다는 절망감,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몰아간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 2023. 11. 14.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뜻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 사납다. 2. (주로 같잖은 꼴로 쓰여서) 말하거나 생각할 거리도 못 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의미로 보면 말하려고 하는 대상(사람, 사물, 현상 등)에 대해 매우 무시하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의 구조, 어원, 속뜻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하는 사람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하찮은 존재라고 스스로 드러내는 뜻이 더 강해서 매우 흥미롭다. ‘같잖다’라는 표현은 ‘같지 않다(不似)’의 줄임말이다. 중세국어 표기로 하면 ‘ᄀᆞᆮᄒᆞ다+ᄋᆞᆫ하다’이다. 앞은 긍정이고 뒤는 부정이다. 이 두 개가 합쳐져서 지금의 ‘같잖다’라는 표현이 만들.. 2023. 11. 12.
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중에 ‘덧없는 청춘’, ‘덧없는 세월’ 같은 표현이 있다. 여기에서 ‘덧없는’은 허무하다, 헛되다 등의 뜻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덧+없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있다’의 반대가 ‘없다’이기 때문에, 없다는 부정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덧’이 붙어서,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게, 혹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등의 뜻을 가지는 표현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 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덧’의 어원과 뜻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덧’을 얼마 안 되는 퍽 짧은 시간이란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면 당장 드는.. 2023. 10. 15.
한가위(秋夕)의 어원 한가위(秋夕)의 어원 지금은 秋夕이라는 말이 음력 8월 15일 명절을 나타내는 대표적 명칭이지만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가ᄫᆡ’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가ᄋᆡ’로 되었다가 다시 ‘가의’로 된 후 ‘가위’로 변화한 것으로 본다. ‘가ᄫᆡ’의 吏讀 표기는 嘉俳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표기는 고려 시대의 속요인 ‘動動’에 등장한다. 순경음 비읍에서는 가장 약한 것이 ‘ㅂ’이기 때문에 이것이 먼저 탈락하고, ‘ㆎ’가 ‘ㅢ’로 되었다가 여기서는 ‘ㅟ’로 된 것이다. 한강에서 가장 크고 넓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너ᄫᅴ섬’에서 ㅂ이 탈락하고 汝矣島(여의도)라는 이두 표기로 된 것과 같은 이치다. 추석은 한가위로도 불리는데, 이것은 ‘가위’ 앞에 크다는 뜻을 가진 ‘한’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2023. 9. 28.
살아생전, 혹은 생전(生前)의 의미 살아생전(生前), 혹은 생전의 의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살아생전에’, 혹은 ‘생전에’ 무엇 무엇을 했다. 혹은 무엇 무엇을 말했다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생전이란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살아 있는 동안이라고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문으로는,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 생전에 통일이 되는 것을 꼭 보고 싶다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살아-생전’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이라고 하면서 예문으로는 ‘살아생전에 손자를 보고 싶다’, ‘살아생전 고향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자어인 生前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이라는 뜻을 나타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알쏭달쏭해진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자의 뜻에서 .. 2023. 9. 23.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3.09.20 19:0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개별적 존재를 강조하는 ‘나’만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임을 나타내는 ‘우리’가 없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우리’가 없는 사회가 계속될 경우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에는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다가 결국에는 폭발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일정한 경계가 설정된 공간 안에서 종교, 가치관, 규범, 언어, 문화 등을 상호 공유하고 특정한 제도와 조직을 형성해 질서를 유지하며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통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존속해가는 인간 집단이다. 사회에 속하는 모든 조직은 그것을 발전적으로 유지하면서 성장시키기 .. 2023. 9. 22.
백로(白露) 白露 2023년은 9월 8일이 백로다. 백로는 더위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處暑와 가을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秋分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15번째 절기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해지고 서늘하면서 찬 기운이 도는 때이다. 열기에 눌려 있으면서 힘을 쓰지 못하던 냉기가 수동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바뀌는 시간이 바로 백로다. 낮에는 덥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급강하함에 따라 음기(陰氣)가 강해지면서 수증기가 엉켜서 매달리게 되니(陰氣渐重 凌而爲露) 풀잎에 하얀 이슬이 맺히는 시기라고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이름하여 가을의 시작(孟秋)을 알리는 절기로 하늘은 높아지고, 기운은 상쾌한 시간이다. 추운 기운이 살아나면서 이슬이 맺히는 것을 백로라고 한 이유는, 이때가 오행(五行)으로 보면 금(金).. 2023. 9. 7.
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30 18:59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만 18세 미만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있는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완전한 성인이 된다. 미성년자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이끌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는 세 요소가 슬기로운 조화를 이루면서 힘을 합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교육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는 점차 피폐해지면서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출산율이 낮아져서 그런지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이기심과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져서 교육자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함으로써 .. 2023. 8. 31.
사나이의 어원 사나이의 유래와 어원 ‘사나이’라는 표현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온 어원을 보면, ‘사나이’는 ‘ᄉᆞᆫ’과 ‘아해’가 결합한 것으로 ‘산’은 장정(壯丁)이란 뜻으로 건장한 남자라고 풀이하여 건장한 남자와 아이가 결합해서 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1527년에 발행된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필두로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다른 몇 개의 문헌에서 ‘丁’을 ᄉᆞᆫ 뎡이라고 하고 있으니 꽤 오래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ᄉᆞᆫ’이라는 말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세 개의 문헌에만 나타날 뿐 다른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졌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즉, ‘ᄉᆞᆫ’을 장정이라는 한.. 2023. 8. 27.
성찰, 반성, 조언의 수용 성찰과 반성, 조언의 수용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02 18:42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시간만큼 생명을 유지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고 발전적이기를 희망하면서 살아간다.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과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것 두 가지가 상호보완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적인 성찰과 외적인 조언의 수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내면의 소리는 물론 다른 이의 충고나 조언에도 귀를 막으면서 소통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찰이란 자기 생각과 행동에 대한 회의(懷疑)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되돌아.. 2023. 8. 2.
칠월 백중 百中 2023년 8월 1일은 음력 7월 15일로 백중절이다. 중국에서는 중원절(中元節)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 하며, 일본에서는 오봉(お盆)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까지는 百種節이라고 했다. 도교의 행사에서 유래한 것인데, 민간에서는 조상과 부모에게 효도하는 명절이다. 백중날에는 새로 나온 과일이나 농작물 등으로 조상에게 제사 지내기, 호미씻이(풋굿), 토지신에게 제사 지내기 등을 한다. 우란분절은 불제자인 목련(目蓮)이 못된 행위를 한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고려시대의 노래인 동동(動動) 7월 조에, “칠월 보름에 온갖 종자(百種)를 늘어놓아 두고(排) 임과 함께 가기를 비옵노이다”에서도 알.. 202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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