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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by 竹溪(죽계) 202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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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중에 ‘덧없는 청춘’, ‘덧없는 세월’ 같은 표현이 있다. 여기에서 ‘덧없는’은 허무하다, 헛되다 등의 뜻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덧+없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있다’의 반대가 ‘없다’이기 때문에, 없다는 부정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덧’이 붙어서,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게, 혹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등의 뜻을 가지는 표현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 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덧’의 어원과 뜻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덧’을 얼마 안 되는 퍽 짧은 시간이란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면 당장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퍽 짧은 시간이란 말에 없다가 붙은 형태인 ‘덧없다’도 매우 빠른 시간을 의미한다고 하니 ‘없다’라는 부정어가 있으나 없으나 비슷하거나 같은 뜻이라면 굳이 왜 이것을 뒤에 붙였을까 하는 점이다. 부정을 나타내는 ‘없다’는 앞에 오는 말이 가진 것의 반대되는 뜻을 만드는 것이 분명한데, 무엇 때문에 이 말에서는 같은 뜻을 가지는 것으로 되었으며, 이럴 것이면 굳이 하나를 덧붙일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다. ‘생각 없이 굴지 말거라’, ‘속절없이 가는 세월’ 등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없다’가 붙는 표현은 반드시 반대되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덧’의 어원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생긴 오류로 보이는데, 국책 사업으로 한 국어사전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덧’의 옛말은 ‘덛’, ‘뎓’ 등인데, 조선 초기 문헌에서부터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1461년(세조 7년)에 간행된 󰡔능엄경언해󰡕에 보면, ‘刹那 아니한 더디라’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을 현대어로 해석하면, ‘찰나는 않은 덛이다’로 된다. 찰나는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덛’은 ‘긴’, ‘영원’ 등의 뜻을 가져야 한다. ‘아니한(않은)’이라는 부정어가 ‘덧’을 꾸미고 있기 때문에 ‘덧’은 이런 뜻이 되는 것이다. 즉, 찰나는 길지 않는 시간, 영원하지 않은 시간 등의 뜻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능엄경언해󰡕라는 것이다. 이런 뜻으로 쓰인 문장은 이 외에도 아주 많이 있기 때문에 ‘덧’은 ‘긴’, ‘영원’, ‘변함없는’ 등의 뜻으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덛’은 ‘덛덛’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두 말 모두 ‘늘 그러하다’, ‘항상’, ‘영원’ 등의 뜻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1431년네 간행된 󰡔오륜행실도󰡕에는 ‘死生은 덧덧한 일이니’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을 현대어로 번역하면, ‘죽고 사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니’로 되어 여기에서 ‘덧덧한’은 한결같다. 변하지 않는다. 늘 그러하다 등의 뜻이다. 이것은 현대어에 와서는 ‘떳떳하다’로 되면서 굽힘이 없이 당당하다는 뜻으로 변이 되었다.

이제 다시 ‘덧없다’로 돌아가 보자. ‘덧없다’가 아주 짧은 순간, 찰나, 시간, 허무, 헛됨 등으로 되는데, ‘없다’라는 부정어가 붙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덧’은 그 반대의 뜻을 가지는 것이 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덧’, ‘덛’, ‘뎓’, ‘덛덛’ 등은 모두 ‘긴’, ‘늘 그러함’, ‘영원’, ‘항상’ 등으로 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한 것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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