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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字一言, 雪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색의 눈을 가리키는 한자가 雪이다. 얼핏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서들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모습인 雪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나타내는 비를 의미하는 雨와 사람의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가 변형된 형태인 彐(돼지머리 계)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甲骨文에서는 雨와 羽가 아래위로 결합한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날리면서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며, 문학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雨를 살펴보자. 이 글자는 象形字인데, 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冂은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2024. 2. 8.
待春 요란하게 오는 봄 봄은 조용히 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계절 중 봄이 가장 요란스럽게 온다. 더우면 여름이 온 줄 알고 낙엽이 지면 가을이 온 줄 알며 눈이 내리면 겨울이 온 줄 안다. 봄은 색이나 기온 등으로 오기 전에 매우 다양한 소리로 저가 왔음을 알린다. 그래서 봄은 매우 시끄럽다. 이것은 자연을 조금만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다. 며칠 전부터는 뻐꾸기가 짝 찾는 소리 내더니 이틀 전에는 거미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고 오늘은 장끼가 꿩꿩 요란한 소리를 냈고 까치는 들뜬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 외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새로운 소리가 난다. 봄은 이처럼 매우 소란스럽고 호들갑스럽게 온다. 자연의 색(色)이 바뀌기 전에 나는 소리가 바로 봄이다. 2024년의 봄은 며칠 전부터 이.. 2024. 2. 1.
春雪 春雪 장닭이 맨발로 다녀서 오뉴월인 줄만 알았더니 백설이 어지럽게 흩날리니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그래도 흰 눈은 나름대로 질서 있게 내리는데 貪瞋癡에 사로잡힌 사람 마음 어지럽기만 하네 枯骨觀을 수련하며 그 마음 떨쳐내 보려 하지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날려 보낼 수가 없네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결심도 사라지려니 어느 때가 되어야 번뇌에서 벗어나 도를 얻을꼬 2024. 1. 22.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희생을 거부하는 사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1.18 18:07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희생이란 어떤 일이나 사물, 혹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내가 가진 것이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정한 대상이나 상대를 위해 진심으로 이바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발적 의지에 따라 진심으로 이루어지는 희생은 조직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그것을 행한 본인에게도 감동을 수반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 때문에 가정이나 국가가 잘 유지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러한 희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고 희망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는 그것을.. 2024. 1. 19.
눈 내리는 수요일 눈 내리는 수요일 새해 들어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서 우리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뒤처리가 까다롭거나 얼어붙어서 빙판을 만들기도 해서 불편을 주기도 한다. 눈을 의미하는 한자는 雪인데, 이 글자가 매우 재미있다. 글자의 윗부분은 비를 나타내는 雨이고 아래는 손을 나타내는 彐가 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에 눈을 나타내는 글자에도 쓰였다. 갑골문 같은 초기 글자에서는 현재와는 달리 아랫부분에 羽(깃털 우)가 쓰였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리는 눈이 마치 새의 깃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周나라 시대를 지나면서 빗자루를 나타내는 彗(빗자루 혜)로 바뀌었고, 그것이 다시 변형되어 현재처럼 彐(사람의 손을 나타냄)로 되었다. 이때부터는 깃털 같다.. 2024. 1. 17.
靑山四友 새해모임 2024년 靑山四友 첫 모임은 서울의 강남구 유적 답사였다. 조선 초기 한명회의 별장이었던 狎鷗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조그만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이 아파트는 한강 한가운데에 있던 楮子島(닥나무 섬)를 폭파한 흙으로 제방을 만든 후 1976년에 지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유적지다. 청담 근린공원 안에는 조선 중기 譯官인 洪純彦을 기리는 기념비가 함초롬히 서 있다. 약수터 부근의 쉼터 의자 바로 앞에 있다. 이분은 명나라에 갔을 때 妓樓에 들렀는데, 그날 처음 나온 기생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공금으로 기생의 빚을 갚아주었기 때문에 돌아온 뒤에는 공금 횡령죄로 감옥에 갔다.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태조 李成桂 아버지의 성.. 2024. 1. 6.
謹賀新年 甲辰年인 2024년은 푸른 용의 해이다. 청색은 동쪽을 뜻하고,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니 희망과 생명이 충만하다. 올해는 그런 해가 될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지난 어느 해보다 밝고 힘찬 일 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팔청춘의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을 염두에 두면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4. 1. 1.
여의도(汝矣島)의 어원 여의도(汝矣島) 어원(지명 유래) 한강 가운데에 있는 섬(河中島)으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속해 있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 금융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으며, 동쪽 끝에는 63빌딩이 있고, 가운데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 (IFC), LG트윈타워, 전경련회관, 파크원 타워, 증권거래소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의 사옥들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여의도는 대한민국 수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이 원래부터 중요시되었던 곳은 아니었다. 여의도는 조선이 세워지면서부터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제사 희생물을 공급하기 위해 돼지와 양 등의 가축을 기르는 장소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소속되어 음식을 만들거나 가축을 기르는 일을 했던 노비(典僕)들이 이곳에 거주하.. 2023. 12. 30.
送舊迎新 送舊迎新 2023년 토끼해는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었다. 오늘(12월 30일) 내린 눈이 어려웠던 모든 것을 덮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해는 한층 희망적이고, 밝은 기운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눈이 많이 내리자 모두 밖으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면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아빠는 아이가 탄 썰매를 끌기 힘들어지자 전기 자전거를 집에서 가져와 뒤에 묶어서 신나게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용은 하늘로 비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해가 더욱 기다려진다. 2023. 12. 30.
화이트크리스마스 성탄절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을 정말로 오랜만에 본다. 나는 1970년대 중반에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 생활을 했는데, 그때 이후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아주 오래되었다. 근력운동을 강하게 한 이후에 동네 주변을 가볍게 걸었다. 지난주는 그렇게 춥더니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아주 상쾌하게 한 운동이었다. 2023. 12. 25.
겨울과 여름의 거리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전체를 고해(苦海)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그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인생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조금만 변화가 와도 그로 인해 받는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과 즐거움에서 고통을 맛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고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 이상을 쉬어본 적이 없다. 특히 공부를 인생의 목표로 세워서 실천하기로 한 때부터는 거의 매일 .. 2023. 12. 25.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란 무엇인가? 뉴제주일보 승인 2023.12.11 18:4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어 내는 중이다. 불법행위와 그것을 통해 취한 이득은 그 깊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는 데다 세상 어디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은 탄핵과 국민의 삶을 망가트릴 수 있는 악법들이 끊임없이 남발되는 현상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언행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당당하게 거친 의견을 개진하며 폭력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일들이 정당화되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추잡한 형태의 독재라고 할 수 있다. 홀로라는 뜻을 지닌 獨(독)은 싸움을.. 2023. 12. 25.
또 한 해를 보내며 겨울 답지 않게 따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고,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어김없이 온다. 겨울이 춥지 않은 것은 얼핏 보아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병해중이 아주 많아지면서 사람과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성탄절, #연말연시 #새해 #2024년 #甲辰年 #청룡 #靑龍 #송구영신 #送舊迎新 2023. 12. 9.
한강 하류의 유적 비가 내리는 겨울 초입에 靑山四友는 한강의 서쪽 하류 지역의 유적을 답사했다. 20세기에 들어와 한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나루터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조선시대까지는 나루터가 강을 건너는 데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한강에는 여러 개의 나루가 있었는데,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공암 나루(孔巖津)는 색다른 의미를 가지는 유적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공암 나루터 바로 옆에는 양천 허씨의 시조가 탄생했다는 신화를 가진 허가바위, 혹은 孔巖(구멍 바위)이 있으며, 이 나루에서 강을 건너던 형제가 황금을 물에 던진 전설이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천 허씨의 시조인 허선문(許宣文)은 가야 김수로왕 30세 손으로 이 바위 구멍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강 바로 옆에 있는 바위 구멍이었지만 산업화에 밀려 지금은 아주 초라한 .. 2023. 11. 28.
겨울 초입의 낙산사 겨울 초입의 낙산사 의상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지만, 원효는 만나지 못했다는 곳에 세워진 홍련암과 낙산사. 낙산사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 위에 지은 절인데, 보타낙가산을 줄인 것이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오봉산이었으나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굴속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산의 이름을 낙산이라고 했다. 동해를 향한 절벽 끝에서 바다 위에 붉은 연꽃을 타고 나타난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지은 홍련암이고, 그 뒤에 대나무가 솟아난 곳에 지은 절이 낙산사이다. 아마도 붉은 연꽃은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해일 것이고, 그 위에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의상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낙산사의 법당은 圓通寶殿으로 그 안에는 관세음보살상만을 모시고 있다. 마른 옻칠을 한 보살상이기 때문에 乾漆觀音菩薩坐像이라고 부른다. 조선 전기 .. 2023. 11. 19.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뉴제주일보 승인 2023.11.13 19: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상은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다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처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혼란스러웠던 경우는 없었다. 외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낮은 출산율 때문에 일어나는 인구 감소로 인해 민족의 소멸과 국가의 멸망이 가장 빨리 실현될 나라라 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의식 역시 그러한 방향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노력 대비 결과가 비례하여 따라오지 못한다는 절망감, 가족이나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몰아간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 2023. 11. 14.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뜻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 사납다. 2. (주로 같잖은 꼴로 쓰여서) 말하거나 생각할 거리도 못 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의미로 보면 말하려고 하는 대상(사람, 사물, 현상 등)에 대해 매우 무시하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의 구조, 어원, 속뜻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하는 사람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하찮은 존재라고 스스로 드러내는 뜻이 더 강해서 매우 흥미롭다. ‘같잖다’라는 표현은 ‘같지 않다(不似)’의 줄임말이다. 중세국어 표기로 하면 ‘ᄀᆞᆮᄒᆞ다+ᄋᆞᆫ하다’이다. 앞은 긍정이고 뒤는 부정이다. 이 두 개가 합쳐져서 지금의 ‘같잖다’라는 표현이 만들.. 2023. 11. 12.
다시 찾은 수종사 빗속에 다시 찾은 수종사(雨中再訪水鐘寺) 11월 6일 월요일은 날씨가 참으로 묘한 날이었다. 비가 오다가 해가 나길래 그냥 올라갔더니 다시 비가 내려서 멈춰야 했고, 다시 해가 나길래 운길산까지 가려고 했더니 다시 비가 쏟아졌다. 비에 젖은 낙엽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에 결국 정상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변덕을 부리기를 열 번 정도 하고 나니 우리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도 동창들과 함께 옛이야기도 하면서 비를 맞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가을 비 내리는 수종사의 감흥을 몇 자 적어 본다. 水鍾寺에서 반세기의 벗들과 수종사에 오르려니 비, 구름, 바람도 함께 가자고 하네 세조 杏木은 裸木이 되어도 여전하고 二水頭 江山은 삼신산 옮겨온 듯하네! 북풍에 기러기 울음 맑게 들려오는데 구.. 2023. 11. 6.
늦가을(晩秋)의 감흥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서리 물든 가을 잎이 봄꽃보다 더 붉어서(霜葉紅於二月花)이기도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많이 걸어도 지치지 않고, 몸이 오히려 가벼워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오늘도 동네길 7킬로를 걸었는데, 晩秋의 풍경에 빠지는 바람에 걷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이제 비가 한두 번 더 오면 고운 단풍은 사라질 것이다. #단풍 #丹楓 #가을 #晩秋 #만추 #옥정신도시 #가을바람 #秋風 #秋風落葉 #추풍낙엽 2023. 11. 1.
보은의 말티재와 법주사 보은의 말티재와 법주사 말티재는 충북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에서 속리산면 갈목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하단부와 상단부의 높이 차이가 160m나 되기 때문에 매우 가파른 고개다. 이 고개를 말티재라고 부른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의 전설이 있다. 하나는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거처하는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왔을 때 이 고개를 넘기 위해 얇은 돌(薄石)을 깐 다음에 말을 타고 갔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속리산에 머물렀던 조선 세조가 가마에서 말로 갈아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것이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단풍 철이 되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전망대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한눈에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인 553년에 .. 2023. 10. 31.
가을의 수종사 이덕형 별서지(別墅址)와 가을의 수종사 한음 이덕형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때 대활약을 한 인물이다. 그가 말년에 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곳이 남양주시 조안면 용진리에 별서를 짓고 머문다. 이때 노계 박인로(朴仁老)가 그곳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곳의 풍광을 보고 사제곡(沙提曲)이란 가사를 짓기도 했다. 박인로가 경상도 도체찰사로 갈 때는 이덕형이 홍시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때 지은 시조가 조홍시가(早紅柹歌)이다. 네 수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것이 유명하다. ‘盤中 조홍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만은,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가 그것이다. 홍시와 육적(육적회귤(陸績)의 회귤(懷橘)를 연결시켜 효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이 별서터는 돌로 세운 표지석과 .. 2023. 10. 27.
요란한 가을비 단풍과 서리와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오랜하게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점차 추워질 것이다. #상강 #霜降 #가을비 #번개 #천둥 #秋雨 #겨울 #추위 2023. 10. 26.
온달이 전사한 곳은? 온달이 전사한 곳은 어디인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590년에 전사함으로써 비극으로 끝난다. 고구려의 장군이었던 온달이 전사한 곳에 대한 기록에는 阿旦城, 阿朝城, 阿且城 등으로 나온다. 아단성, 혹은 아조성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서울의 아차산이라는 주장과 단양 영춘의 온달산성이 있는 곳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두 곳 다 전설이 서려 있는 증거물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은 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록에 나타나는 증거를 중심으로 온달이 죽은 장소를 파악해 볼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공간이 온달의 죽음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분명한 증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영춘면.. 2023. 10. 18.
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덧없다 의미와 ‘덧’의 어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 중에 ‘덧없는 청춘’, ‘덧없는 세월’ 같은 표현이 있다. 여기에서 ‘덧없는’은 허무하다, 헛되다 등의 뜻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덧+없다’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있다’의 반대가 ‘없다’이기 때문에, 없다는 부정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덧’이 붙어서,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게, 혹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 등의 뜻을 가지는 표현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이 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덧’의 어원과 뜻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덧’을 얼마 안 되는 퍽 짧은 시간이란 뜻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면 당장 드는.. 2023. 10. 15.
상주 공검지와 세계 모자 페스티벌 상주 공검지와 세계 모자 페스티벌 경상북도 尙州는 영남지역의 중심지였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와 열차 중심의 교통이 발달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되었다. 경상도라는 명칭이 경주와 상주에서 두 글자를 취해 온 것이니 영남지역의 중심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는 한반도에서 농경문화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못(池)이 하나 있는데, 삼한 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공검지(恭儉池, 공갈못, 공강못)가 그것이다. 고려 때에 개보수하였는데, 현재는 규모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상주 모심기 노래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상주 함창 공강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발 줄밥 내 따줄게 요내 품에 안겨주소 모시야 적삼에 반쯤 나온 연적 같은 젖좀보소 많이야 보면 병난단다 담배씨 만치만 보고.. 2023. 10. 14.
가을밤의 드론쇼 2023. 10. 10.
가을날의 풍광 가을의 풍광 추수가 끝난 가을의 들판은 쓸쓸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분주하면서 아름답다. 겨울을 준비하는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자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무엇인가를 찾아 어디론가 가고, 냇가의 여뀌는 곧 돌아올 기러기를 맞기 위해 붉을 꽃을 피운다. 이름하여 紅蓼岸이다. 억새와 갈대 역시 씨를 만들어 종족 보존과 번식을 위해 열심히 꽃을 피워낸다. 작고 앙증맞지만 아름다움을 잔뜩 머금은 둥근잎유홍초도 부끄럽게 꽃은 피운다. 올해는 여름이 길어서 그런지 호박꽃은 아직도 피어 있고, 겨우 작은 열매가 맺히고 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그렁풀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다. 줄기를 자르면 누런 물이 나온다고 하여 .. 2023. 10. 8.
동네길 8킬로 걷기 동네길 8킬로 걷기 옥정동은 작은 신도시로 근래에 조성된 것이라 그런지 걷는 길이 잘되어 있다. 집에서 나와 바깥길로 한 바퀴를 돌면 약 8킬로 정도가 된다. 한가위를 지나니 가을 분위기가 더욱 선명해졌다. 가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모스와 붉은 여뀌꽃은 사방에 피고, 맑고 높은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떠서 흘러간다.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붉은 꽃은 여뀌임. 독풀로 시냇가에 주로 핌. 속설에는 기러기가 오는 것을 반기기 위해 핀다고 함. 이때쯤 기러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다. #옥정신도시 #코스모스 #여뀌 #紅蓼 #기러기 #조각구름 #높은하늘 #가을 #玉井洞 #걷기 #독바위 #선돌공원 2023. 10. 1.
한가위(秋夕)의 어원 한가위(秋夕)의 어원 지금은 秋夕이라는 말이 음력 8월 15일 명절을 나타내는 대표적 명칭이지만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가ᄫᆡ’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가ᄋᆡ’로 되었다가 다시 ‘가의’로 된 후 ‘가위’로 변화한 것으로 본다. ‘가ᄫᆡ’의 吏讀 표기는 嘉俳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표기는 고려 시대의 속요인 ‘動動’에 등장한다. 순경음 비읍에서는 가장 약한 것이 ‘ㅂ’이기 때문에 이것이 먼저 탈락하고, ‘ㆎ’가 ‘ㅢ’로 되었다가 여기서는 ‘ㅟ’로 된 것이다. 한강에서 가장 크고 넓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너ᄫᅴ섬’에서 ㅂ이 탈락하고 汝矣島(여의도)라는 이두 표기로 된 것과 같은 이치다. 추석은 한가위로도 불리는데, 이것은 ‘가위’ 앞에 크다는 뜻을 가진 ‘한’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2023. 9. 28.
살아생전, 혹은 생전(生前)의 의미 살아생전(生前), 혹은 생전의 의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살아생전에’, 혹은 ‘생전에’ 무엇 무엇을 했다. 혹은 무엇 무엇을 말했다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생전이란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살아 있는 동안이라고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문으로는,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 생전에 통일이 되는 것을 꼭 보고 싶다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살아-생전’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이라고 하면서 예문으로는 ‘살아생전에 손자를 보고 싶다’, ‘살아생전 고향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자어인 生前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이라는 뜻을 나타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알쏭달쏭해진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자의 뜻에서 ..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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