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洗美苑(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인 兩水里(두물머리)에 세미원이라는 경기도 지정 정원이 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연꽃을 비롯하여 여러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데다 걷기도 좋고 두물머리 나루터로 연결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미원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알아봤더니 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온 것으로 莊子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장자와 관련된 기록에는 이런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자의 본고장인 중국의 자료에도 없는데, 양평군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설명을 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글쓴 사람의 실력이 모자라서 근거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양평군에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觀水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하며, 의미가 깊은 말이다. 공자와 맹자 등이 물을 보는 방법에 대해 설파하였고, 다른 기록에도 이에 대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옛 선인들은 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과 인생은 공통점이 너무 많아서 물을 제대로 관찰하기만 해도 한층 올바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과 인생은, 첫째, 곧게 흐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둘째, 장애물을 만나면 휘어져서 흐르기도 한다. 셋째, 움푹 파인 웅덩이를 만나면 그것을 매운 후에 흐른다. 넷째, 강력한 장애물을 만나면 그것을 부순 후에 흐른다. 다섯째, 거슬러 흐르지 않는다. 여섯째, 세차게 몰아치기도 하고, 부드럽게 껴안기도 한다. 일곱째, 고요하기도 하고, 큰 파도가 일기도 한다. 등에서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성현들은 물을 잘 보라고 일깨웠던 것으로 보인다. 觀은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본다는 뜻이니 섬세하고 세밀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觀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물을 제대로 보고 그 성질을 파악한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觀水洗心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표현이 매우 절묘한 것은 틀림없다.
觀花美心은 관수세심보다 더 근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냥 누군가가 만든 말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花는 나름대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글자는 艹(풀 초)와 化(될 화)가 결합한 것인데, 풀이 변화해서 꼭대기에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이 글자 이전에는 華가 꽃이란 뜻으로 쓰였다. 化의 초기 글자는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이 등을 대고 있는 모습인데, 하나는 산 사람을, 다른 하나는 죽은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化는 죽다, 망하다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 뜻이 확장되어 변하다. 바뀌다 등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花는 풀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면서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꽃이다.
觀花, 혹은 看花는 꽃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변화에 주목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그런지 唐나라 때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장안에서 꽃을 보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꽃에 나타난 변화를 읽고, 본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꽃의 진실은 아름다움, 향기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아름다운 것이 생기는지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세상의 이치와 물리 등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觀花가 중요하다. 세미원에서는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美心)고 했으나 그 이상의 뜻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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