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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우리문학현장기행

효녀설화와 심청전, 그리고 백령도의 인당수

by 竹溪(죽계) 200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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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설화와 심청전

 

     판소리로 불려지다가 소설로 정착된 작품들을 판소리계 소설이라 부르는데, 춘향전, 심청전 같은 작품이 이에 속한다. 심청전은 유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효를 강조하는 작품으로 갈등을 최대화한 구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반부의 설정은 슬픔과 고통이 중심이 되고, 후반부의 설정은 기쁨과 환희가 중심이 되게 함으로써 갈등으로 인한 긴장과 이완의 폭이 극대화하면서 광범위한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웅이야기의 일반적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실부모(早失父母)라는 상황,  동냥으로 끼니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경제적 궁핍상,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맹인이라는 점, 그런 아버지의 득안을 위해 상인들에게 제물로 팔려 가는 것 등이 전반부의 설정이고, 용궁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는 것, 상인들에 의해 왕궁으로 가는 것, 맹인 잔치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는 것, 신분상승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 등이 후반부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완의 폭은 긴장의 강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전반부의 극한적인 설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서를 막론하고 설화나 소설 등의 서사에서는 극적 갈등의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극적 갈등을 통한 전반부의 긴장을 '감는구조'라고 한다면, 갈등을 털어 버리는 후반부의 해소를 '푸는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도 깊듯이 감은 만큼 풀어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따라서 전반에 설정한 만큼의 풀림을 가질 수 있도록 후반부를 꾸미는 것이 우리 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죽음이라는 비극을 통해 이완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서양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지닌 문화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동양의 비폭력성과 순박성을 지닌 문화가 만들어낸 예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심청전은 사람을 제물을 바치는 것과 영웅의 악마퇴치가 합쳐진 '거타지(居陀知)설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유래된 '인신공희(人身供犧)설화', 지극한 효성으로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부모를 봉양한 신라 때 지은(知恩)의 이야기 같은 '효녀설화', 향가에도 등장하는 맹인의 눈뜨기 설화인 '맹아득안(盲兒得眼)설화', 죽음과 살아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는 '재생설화' 등의 구전설화가 판소리 사설로 수용되었다가 영·정조에 이르러 유교의 중요 덕목인 효와 충으로 수렴되면서 소설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소설화한 심청전은 작품 속에 민요, 가사, 비속어, 속담, 생활민속 등이 녹아 있어 사회 각 계층의 문화가 아우러진 종합예술체로서의 성격과 함께 적층문학(積層文學)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 작품이라 하겠다.


      이러한 심청전의 무대인 황주의 도화동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황해도 황주군 청룡면 소곤리에 심촌이라는 동리가 있는데, 이 곳에서 성불사까지 가는 길은 봄이면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부근 아녀자들이 다레끼를 메고 가서 복숭아를 한아름 따오는 곳이라 하여 도화동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심청전의 무대가 된 것으로 보여지는 황해도 땅은 아직 우리가 갈 수 없는 땅이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중국으로 가는 길목으로써 심청이 제물로 바쳐진 장소인 인당수가 현재의 백령도에서 황해도가 바라다 보이는 곳의 바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여 이곳에 심청각을 짓고 물에 빠지는 심청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약간의 날씨 변화만 있어도 배가 뜨지 않기 때문에 갔다 오기가 쉽지는 않지만 죽었다 다시 살아온 심청의 길을 따라가 본다는 심정으로 백령도의 심청각을 답사해 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기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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