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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우리문학현장기행

해와 달의 정령인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by 竹溪(죽계) 200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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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와 달의 精靈, 연오랑.세오녀 설화


 

 태양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생명체가 살고 있는 우주의 에너지가 모두 태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태양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가 있었다. 태양 은 인류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태양숭배에 대한 의식이 없는 민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의 신화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에서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신라에 있던 해와 달의 정령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신라가 빛을 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심층의 의미를 분석해보면 태양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간 우리 민족의 이동경로와 문화의 흐름 등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신라 제8대 임금인 아달라왕(阿達羅王) 즉위 4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 (細烏女)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연오가 바다에 가서 마름을 따고 있던 중 홀연히 바위가 하나 있어서 그를 싣고 일본으로 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연오랑을 보고 이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하면서 왕으로 모셨다.

 그의 부인 세오녀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해변에 나가 찾아보니 남편은 온데 간데 없고 다만 남편이 벗어 놓은 신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위가 하나 떠오는 것이 보였다. 세오녀가 그 바위 위에 올라가니 바위가 또한 연오랑의 경우가 같이 그녀를 일본으로 싣고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이 보고 놀랍고 의아하게 여겨서 왕에게 아뢰니 부부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왕이 된 연오랑은 세오녀를 귀비로 삼아 나라를 이끌어 갔다.

 이때 신라에서는 갑자기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려서 온 세상이 캄캄하게 되었다. 천문을 보는 사람이 왕께 아뢰기를 해와 달의 정령(精靈) 이 우리 나라에 있었는데, 그 정령이 지금은 일본으로 간 때문에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 하였다.

 신라왕이 사신을 일본에 보내어 두 사람을 찾았으나 데리고 돌아올 수가 없었다. 연오랑이 말하기를 내가 이 나라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것이라 이제 어찌 돌아갈 수 있으랴. 그러나 나의 귀비가 짠 가늘고 고운 비단이 있으니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좋은 일이 있으리라 하면서 그 비단을 내 주었다.

 사신이 돌아와서 그 사실을 아뢰고, 연오랑의 말대로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 과연 해와 달이 전과 같이 밝게 빛났다. 그 비단을 왕실 창고에 두어 국보를 삼고 그 창고를 귀비고(貴妃庫)라 하며 하늘에 제사 지 낸 곳을 영일현(迎日縣)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이동경로와 문화의 흐름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 영일만이나 경주에서 동쪽으로 일직선을 그으면 일본 고대문화의 유적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이즈모(出雲)에서 찌바(千葉) 부근을 지나게 되고, 그 일직선상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적들이 바로 우리 민족 의 문화와 일치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연오랑.세오녀설화의 역사적 사실성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항에 있는 일월지(日月池)와 일월사당을 답사해 본다면 고대의 신라인들이 가졌던 태양숭배 사상과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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