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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망국적 이기주의

by 竹溪(죽계) 202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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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이기주의

삼다일보 2024.12.18 18:29

손종흠 한국방송대 전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생각과 행동의 중심을 이루는 것을 든다면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이기주의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진 나라이며 그것이 여러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주의란 세계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어야 하고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으면서 행동함으로써 일정한 상황에서 얻어지는 유무형의 이익은 당연히 자기 것이 최대여야 하고, 잘못이나 손해는 모두 다른 사람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어떤 대상, 혹은 개인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말과 행동을 올바름과 정의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것에 맞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악하고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은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무시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이 하는 행동의 목적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됨으로써 다른 사람, 사회적 조직, 집단 등은 모두 수단으로 될 뿐이기 때문에 수많은 충돌과 갈등이 유발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잘못을 덮어 보호하기 위해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는 사람, 재판을 받아 유죄가 나와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고사하고 정치적 탄압이라 우기는 사람, 다른 사람이나 조직 등에 피해와 손해를 입히고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물리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등은 모두 이기주의를 판단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런 언행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존엄은 물론 나라를 지탱하는 법과 질서마저 흔들리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음은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층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불러온 지금의 사태는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그 피해와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기주의가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시작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 국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나면 그것은 나라를 후퇴시키거나 멸망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나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점차 퇴보하다가 어느 순간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사회와 국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과 부패를 덮어서 자신의 안위만을 보전하기 위해 하지 못할 일이 없다면 이것은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고서도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그것은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보지 못한 지구상의 단 하나뿐인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를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을 말한다. 대표자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일원이면서 다른 모든 구성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함으로써 자기만의 독단으로 국가를 운영해도 된다는 망국적인 생각을 절대로 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선출해 준 그때의 초심을 기억해 국민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마음으로 국민만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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