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세계/觀看天下

퇴보하는 우리말

by 竹溪(죽계) 2024. 8. 9.
728x90
SMALL

퇴보하는 우리말

 

삼다일보 승인 2024.08.09 11:35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우리말을 보면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들이 많은 데다가 매우 거친 데다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심을 이루면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말이 주는 결과에 주목하여 지극히 조심하면서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금은 우리말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말이 퇴보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한글 전용과 그에 따른 한자 교육의 폐지라고 할 수 있다. 1948년에 대한민국 공문서는 한글로 쓰도록 한다는 법률이 제정되었고, 1970년에는 공교육에서 한자 교육을 전면 폐지했다. 문서를 한글로 표기하도록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자 교육을 완전히 없앤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만들어진 명사인데, 우리말에서는 이것의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서술어인 동사와 형용사, 수식어인 부사와 관형사, 관계어인 조사 등은 모두 명사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므로 문장으로 완성되는 말의 중심은 명사일 수밖에 없다.

 

한자어가 대부분인 명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지식이 절대적인데, 그것에 대한 교육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어휘에 대한 이해력, 언어의 구사 능력, 독해 능력 등이 현저하게 저하되도록 만들어 버렸다.

 

한자어는 20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우리말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이바지해 왔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한자를 주로 사용하는데, 지금 우리가 쓰는 한자는 두 나라와 매우 다르다. 중국은 간체자를 쓰고, 일본은 한자와 고유어를 연결하여 쓴다. 우리처럼 옛날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는 셈이다.

 

명사뿐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 부사 등도 한자어가 중심을 이루는 것들이 상당수 있으므로 한자어는 그냥 우리말, 우리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의 말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지식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자 교육의 폐지는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리게 함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말이 흘러가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스스로 말을 만들어서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나이가 젊은 사람들일수록 욕설, 비속어, 축약어, 파생어 같은 비정상적인 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욕설이나 비속어는 상대를 비하하거나 공격성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듣는 이의 감정을 상하게 하여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두 개 이상의 어휘나 문장에서 몇 글자만 따와서 만든 축약어와 기존의 용어에 접두사나 접미어를 붙여 새롭게 만들어낸 파생어도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소통이라는 언어의 중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수준 이하의 말이 된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한글을 잘 사용하자고 하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글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한자어와 한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은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한자어든 영어든 일본어든 다양한 표현을 통해 우리말이 풍부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것을 굳이 금지하거나 폐지하기보다는 상호보완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LIST

'문화의세계 > 觀看天下'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과 국가  (3) 2024.10.10
노 OO존의 위험성  (0) 2024.09.12
사법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  (0) 2024.06.16
상과 벌  (0) 2024.05.24
망국으로 가는 정치  (0)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