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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노 OO존의 위험성

by 竹溪(죽계)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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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존의 위험성

삼다일보 승인 2024.09.11. 19:21.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공동체적 사회란 상대방에 관한 관심과 애정,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상호 간의 협동과 보살핌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발전한다. 이것이 무너지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되고 계속해서 진행되면 붕괴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사회적 현상 중 하나로 누군가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막는다는 의미를 지닌 OO이 있다. 이것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결합한 것이면서 우리 사회가 퇴보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OO’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갈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이를 의미하는 키즈(kids)가 들어간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당 같은 곳에서 소란스러운 행위를 하여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는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령자를 지칭하는 시니어(senior), 노인을 뜻하는 실버(silver) 등이 들어간 구호와 공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층이 몰상식하게 행동하므로 젊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것들이 그냥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유행 정도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은 이 현상의 본질에 구성원들의 잘못된 의식(意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이 나오게 된 주원인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출산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출산이 급격하게 줄면서 아이를 금쪽보다 귀하게 여겨 무엇이나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부모가 가정에서 책임지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고 있으며, 교육이나 양육은 물론 아이가 배우고 익혀 제2의 천성처럼 몸에 배도록 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조차 가볍게 여겨 이기주의로 가득한 권리만 주장하는 상황으로 되다 보니 공중도덕이나 질서는 지키지 않으면서 도를 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함께 움직이는 현대사회에서야말로 개인이 곧 공동체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OO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과 각성이 먼저여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고령자는 자신들이 과거부터 가졌던 어른에 대한 관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말과 행동의 절제를 제대로 못 하는 바람에 노실버존과 같은 세대 갈등의 요인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사람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공동체에서 어른으로 자리매김하고 대접받기 위해서는 과거의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시대에 걸맞은 변화된 인식을 형성함으로써 원인 제공자인 고령층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현상들은 구성원들이 함께 사는 삶의 방식을 점점 멀리하도록 만듦과 동시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함몰된 생활을 하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것을 개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양보를 기반으로 하면서 다른 이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조심성이 사라진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다시 세우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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