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라 착각하는 사람들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삼다일보 승인 2024.11.14 17:00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암수의 상호관계를 통해 종족을 보존함으로써 같은 종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여자와 남자로 구별되면서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사람도 이성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형성된 부부 관계를 통해 2세를 낳아 인류의 영속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일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니 4B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비(非)연애, 비성관계, 비결혼, 비출산을 외치는 물결이 고조되면서 인구의 감소를 부추기고 있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 저항하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이는 싸워서 바로잡아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만 살면서 뒤를 끊어버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4B운동이 현실화된다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참혹한 테러가 될 것이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민족으로 우리나라를 꼽는데, 그 이유로 1명 이하의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작금의 사회적 현실을 꼽는다. 세계 평균 출산율이 2.5명 정도인 데 비해 우리는 0.7명 정도라고 하니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기 때문이다.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정해진 순리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발전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자연이 순리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재앙이 따른다.
사람도 자연에 속해 있는 존재인 만큼 이 원리에 순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도 언제부터인가 이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정한 삶의 원칙을 고집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국가 전체가 퇴보하며, 추락하고, 멸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
더구나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이유가 우리를 한층 어이없게 한다. 자신이 삶을 살아보니 이처럼 험난하고 참혹한 세상을 자기의 자식에게는 물려주거나 겪도록 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출산의 고통을 겪도록 하기 싫어서라고 말한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 상당수가 소위 고학력자라는 점이다. 부모의 가르침과 보살핌 속에서 비교적 좋은 환경과 사회적 혜택을 많이 누리며 살았던 사람들일수록 이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야말로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한심한 짓거리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의 운명을 부모가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신의 영역을 스스로가 대신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를 통해 자신에게 오는 생명체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정성껏 보살피고 온 힘을 다해 길러 내면 자식들은 가족과 나라와 민족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가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도 크게 비뚤어진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그처럼 성스러운 의무와 권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자신을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신과 같아지려는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헛된 일인지는 바벨탑의 교훈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일인데, 지금의 우리가 바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식의 운명을 부모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인지하고 깨닫기를 소망한다.
삼다일보 cjnews@samda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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