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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3

담양 면앙정

by 竹溪(죽계)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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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을 경영하여 草廬삼간 지어내니
한 칸은 명월이요 한 칸은 청풍이라
산천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송순이 이 시조를 짓도록 동기를 제공해준 정자가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俛仰亭이다. 면앙정은 제월봉 서쪽에 있는데, 넓은 들판과 가운데를 흐르는 강, 추월산을 주봉으로 하는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면앙정가는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자연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자 앞의 나무들이 너무 자라서 시야를 모두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무들을 정리해서 앞을 보이게 해달라고 여러 번 건의해 보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으로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고, 그렇게 되니 자연적으로 면앙정은 자꾸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정말로 최악인 것은 정자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을 모두 자물쇠로 걸어 잠가놓아서 사람들의 손길이 닿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모든 사물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윤이 나고 잘 보존되는데, 문을 걸어 놓았으니 사람들이 유적을 찾아갈 이유가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자 앞을 흐르는 시내가 五禮川인데,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100미터 정도 내려간 곳에서 보아야 날개를 편 학의 모양과 그 머리에 있는 정자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방의 나무가 자라서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 여러 면에서 면앙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흐르느니 눈물이요, 짓느니 한숨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구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 펼친 형국이나 하얀 백사장과 푸른 물이 쌍용이 뒤트는 듯이 서로 어르면서 흐른다고 노래한 면앙정가의 광경 같은 것은 이제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할 말은 하해와 같이 많고, 태산과 같이 높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다. 오호! 哀哉라!

정자 한편에 걸려 있는 현판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구부리면 땅이고, 젖히면 하늘인데, 정자는 그 가운데에 있네. 浩然之氣일으키고, 풍월을 부르며, 산천에 읍하고, 청려장(지팡이)에 의지하여 백 년(평생)을 보내리라(俛有地 仰有天 亭其中 興浩然 招風月 揖山川 扶藜杖 送百年).

이번 여름의 靑山四友 모임은 청산도를 다녀오는 길에 면앙정을 잠깐 들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여러 가지를 보거나 많은 것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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