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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위기와 기회

by 竹溪(죽계)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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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

 

뉴제주일보 2020.12.08. 18:12

손종흠 전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위기(危機)란 앞으로 닥칠 큰 어려움이나 불행한 일을 가리키는 표현 중에 위험한 고비나 시기라는 뜻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가 재앙 수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극도로 침체 된 경제와 함께 발전은커녕 후퇴하는 수준의 정치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그런데 위기라는 말은 위험(危險)+기회(機會)의 합성어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강조하는 뜻과 함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잘만 대응하면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높을 위, 두려워할 위, 아슬아슬할 위)(사람 인)이 위에 있고, 재앙이나 불행을 나타내는 (사나운 운수 액)을 아래에 놓아 만든 글자다. 액은 사람이 낭떠러지나 벼랑에 굴러떨어져 무릎을 꿇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으로 불행을 의미한다. 불행의 원인인 낭떠러지 위에 사람이 있는 모양이 바로 이 글자이므로 아슬아슬하다, 위태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 중에 달걀을 겹쳐 쌓아놓은 형국인 누란지위(累卵之危)라는 것이 있는데 위태하면서 위험한 상태인 현 시국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이 비록 어렵고 힘든 시기이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DNA를 깨워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릴 수 없다. 절망이 나라를 덮을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나 국난을 해결했던 역사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만 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면밀하게 살펴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둘째 사회적 지도층이나 통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솔선수범하여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것이며, 셋째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반목과 갈등을 조정하여 협치를 이루어내야 한다.

 

위기를 일으킨 문제점을 올바르게 짚어내기 위해서는 사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국가와 민족의 공익만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도층이나 권력층에 속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높은 도덕성과 철저한 책임감으로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아 깊이 있는 성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끈다면 불협화음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며 진정한 공동체의 선과 정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적대의식과 대결의식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앞장서서 선동하는 정치인과 통치그룹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진영논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절대 선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서로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토의하여 합의를 끌어내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단군 이래 최고로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는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사람들의 마음이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도자와 그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으면서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것 하나만 해결된다면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이 나머지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발전적으로 될 것이 틀림없다. 지도자와 통치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한층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깊은 성찰과 반성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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