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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질서의 붕괴

by 竹溪(죽계)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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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붕괴

뉴제주일보

승인 2020.08.20 17:41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동안 사회를 지탱하면서 발전적으로 이끌어왔던 여러 원칙과 장점이 흐트러지거나 사라지면서 질서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마음이 무겁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볼 때 분명히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나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그룹의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모두 가짜라고 하면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항변을 서슴지 않으며 사회 구성원은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에 빠진 나머지 자기 생각이나 이익과 충돌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질서란 국가, 조직, 사회, 사물현상 등에서 무엇이나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하는 순서나 차례를 의미한다. 질서는 우주의 모든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하나의 축이다. 질서가 무너지면 국가나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구성요소의 배치나 배열 또는 그 원칙들이 기준점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짐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 상황이 도래하고야 만다.

또한 국가와 사회는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의 현상과 다른 쪽의 그것을 분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국가를 운영하는 공적 존재인 통치그룹의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행동 역시 일정한 의미가 있는 사회 현상을 형성하면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압력이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 질서가 무너지면 사회 질서도 무너지고 사회 질서가 무너지면 국가 질서도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전체에서 가지는 비중은 어느 것이 크다고 하기 어렵지만 그것의 책임을 따지자면 정치인이나 통치자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를 이루는 일반 구성원들은 정치인이나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는 성향이 매우 강해서 그들의 생각이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모방의 본보기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반성하지 않는 통치그룹의 잘못된 행위나 삶의 자세가 질서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형태의 질서 붕괴는 오래 전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른과 아이의 차례, 남성과 여성의 구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정신 등처럼 전통적이면서 민족 고유의 질서원리였던 것들은 모두 거부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마음, 편향적 이념의 도취, 진영논리만을 위한 집단행동 등과 같은 것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행하는 언행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새로운 질서원리로 승화하지 못 한 상태이다. 이런 모습의 질서 붕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흉악한 범죄가 하루가 멀다 않고 일어나는 바탕이 되기도 하고 상대가 하는 잘못된 행위는 너그러움과 배려로 이해하기보다 법과 응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됨으로써 그 비용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질서의 붕괴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관계성의 황폐화를 촉진하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반성과 함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깊은 통찰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질서를 위한 발전적 원칙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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