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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프레임의 전쟁

by 竹溪(죽계)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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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의 전쟁

뉴제주일보 승인 2021.01.05 20:00

 

손종흠 전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프레임이란 현대인이 정치적, 사회적 현상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등의 관계를 규정하는 직관적 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로 정의된다.

 

이러한 프레임은 일정한 조건이나 현상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그것이 지닌 성격에 따라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을 바꾸거나 고정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편향성으로 인해 상식을 크게 벗어날 때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구성원의 생각과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나 통치 행위가 가지는 강한 편향성의 프레임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착화한 생각을 바탕으로 상대를 얽어매면서 물리적으로도 꼼짝 못 하게 하는 프레임의 정치는 늘 우리에게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에서 하는 프레임 씌우기는 훨씬 가혹하고 상식적이지 못하다.

세계적인 냉전의 시대였던 20세기 중후반의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적 프레임은 반공과 친북이었다. 군부독재를 비판하거나 항거하는 언행 또는 활동을 하는 사람은 모두 이 프레임을 씌워 법적인 제재(制裁)를 통해 물리력을 행사하여 인권을 심하게 침해했다.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적절한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은 뭐라 할 수 없지만,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해치기 위한 것이 되었기 때문에 이는 국민의 커다란 저항을 불러왔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현 정권이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의 정치적 프레임은 친일과 적폐가 중심을 이루었는데, 그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사람들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98월에 있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에 제기된 논란의 과정에서 폭발된 프레임의 전쟁은 나라 전체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민심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하면서 적폐와 친일의 프레임 씌우기는 모든 반대세력을 몰아치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자신들의 뜻과 함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구(守舊) 친일, 혹은 적폐세력으로 몰아가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실 왜곡과 조직적 탄압, 정치적 압박 등을 통해 집권당이 자행해 온 것으로 지난해 말까지 계속되었고, 지금도 진행형인 검찰총장 찍어내기라고 할 수 있다.

정권 초기에는 칭찬 일색이었던 검찰총장에 대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적폐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프레임 씌우기의 편향적 활용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나라를 일도양단하고 있는 지금의 프레임 전쟁은 법적, 물리적 제재를 중심으로 했던 과거의 그것과는 달리,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강성 지지자들만의 여론을 등에 업고 인민재판식으로 낙인을 찍어버리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한층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프레임 씌우기가 비교적 약했던 김영삼 정부로부터 이후 과거의 25년은 해당 정권에 대한 호불호는 다를지라도 민심이 지금처럼 완벽하게 두 쪽으로 나누어지지는 않았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할 만하다.

 

무엇이나 받아들여 갈등을 만들지 않으면서 묵묵히, 그리고 치우침 없이 자기 일을 해나가는 소를 본받아 신축년 새해에는 잘못된 프레임의 전쟁을 청산하고, 협치를 통해 상생과 발전을 함께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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