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의 기준
뉴제주일보
승인 2020.09.17 19:39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일상의 파괴는 수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픔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자유로운 바깥 활동이 제약받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심적인 부담이 가중돼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을 중심으로 하는 진영논리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와 통치 행위에서 기인하는 혼란으로 인해 국민이 받는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판단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 등을 구별해 결정하는 사람의 사유(思惟) 작용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신념 등에 의해 하나로 돼 있는 것을 둘로 나눠 어느 한 쪽을 취하고 다른 한 쪽을 버리는 행위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관한 판단이 제대로 되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에 따라 개인 혹은 사회가 움직이는 행동이나 방향이 잘되기도 하고 잘못되기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정한 대상에 대해 판정을 내리는 근거가 되는 판단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는 일정한 행위를 수반하고 사회적으로는 변화의 방향을 주도하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받아들인 정보에 대한 사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는 존재인데 이 과정에서 개인적 이념이나 신념, 이해관계 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상식을 덮어버릴 때 문제가 발생한다.
옳고 그름이 아닌 호불호에 의한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그 사람이 일반인인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공직자나 정치인 등의 경우에는 매우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자기 확신이나 확신 편향적인 기준과 판단에서 기인하는 행위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번져버릴 수 있으므로 늘 자신의 판단에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공직에 있거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은 사소한 잘못이라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비록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기꺼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판단의 기준에서 변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회적 규범이나 지식에 의해 만들어진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과 정의를 가장 위에 놓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신념, 이해관계 등을 그 아래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실패하는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무엇엔가 집착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오랜 과거부터 인류는 신이나 하늘에 의지해 정의와 공정에 관한 판단을 내리고 그 것에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에 의해서만 그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지금의 사회는 어쩌면 사회 구성원과의 사이에서 쌓아 올려야 할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림은 물론 자신도 행복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