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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분노의 그늘

by 竹溪(죽계)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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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그늘

제주일보 승인 2020.01.28. 18:56 손종흠 전한국방송대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나라 전체가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사회가 되었다.

매스컴을 통해 매일 전해지는 뉴스에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데 개중에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큰 사건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분노는 개인이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하락시키고 인간관계를 악화시켜 사회 전체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분노는 무엇인가에 의해 위협 당하거나 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개인의 지각으로 인해 생기는 반응으로 일어나는 일반적인 감정인데 불안과 초조, 심리적·언어적 공격성, 심장박동과 심폐운동의 증가, 폭력성, 부정적 시각 등의 특징을 가진다.

분노는 뚜렷한 이유나 원인을 제공하는 대상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생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분노를 참지 못할 경우 사람들은 위협적이거나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험한 말과 폭력적인 행동, 극단적인 범죄 등을 저지르는데 이러한 행위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고 듣는 것 중 운전자의 난폭 혹은 보복 운전, 이성간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저지르는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버스 기사 폭행, 유아나 여성 등 약자에게 행하는 묻지마 폭력, 동물 학대 등은 모두 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분노범죄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그 방법 또한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분노에 휩싸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공정이나 평등을 해치는 것으로 인식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키는 사회 지도층의 그릇된 행위는 많은 사람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들은 모든 언행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그저 가슴속에 깊은 분노를 품는다.

이것은 개인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소한 자극에도 상대에게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 사회적 분노의 대상은 주로 가족이나 동료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되는데,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종국에는 사회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노에 휩싸이게 되면 자신의 모든 상황에 대해 강한 피해의식을 가짐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올바르지 못 한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개개인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실패의 길로 나아갈 확률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사회적 책임으로만 치부한다면 결국 개인적 삶의 행복도는 계속 낮아지고 모든 국민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면목이 없기는 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고, 도탑고, 넉넉함(溫柔敦厚)을 늘 되새김질함으로써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온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과 사회의 건전함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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