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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비사육신관련/안평대군

해동잡록 이개전 안평대군 기록

by 竹溪(죽계) 2006.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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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잡록 3 본조(本朝)

이개(李塏) 



○〈팔가시선서(八家詩選序)〉에, “시(詩)는 아송(雅頌) 이후로 정성(正聲)이 차차 쇠미하여 제(齊) 나라 양(梁) 나라의 사이는 여럿이 지은 것이 새 지저귀듯 하였더니, 당 나라에 이르러 《시경》의 남은 운치가 있게 되었고 송대(宋代)의 대가(大家)라는 몇몇 사람은 당나라와 방불하여서 후일에 시를 논하는 자가 당(唐)이니 송(宋)이니 하는 데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러 시집들이 대단히 많아 두루 다 볼 수 없는 것이 병이다.” 하였다.


하루는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安平大君))이 이 점을 언급하고 시를 모아 선집(選集)을 만들고 싶다 하여, 곧 두세 선비들과 함께 분담하여 시를 골라 이것을 제정하였으니 당(唐)에 있어서는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위응물(韋應物)ㆍ유종원(柳宗元), 송(宋)에 있어서는 구양수(歐陽修)ㆍ왕안석(王安石)ㆍ황정견(黃庭堅)ㆍ소식(蘇軾)의 오칠언단구(五七言短句) 등 모범이 될 만한 것 약간씩을 10권으로 나누어 보기에 편리하게 하였다. 그 외 명가(名家)들도 적지 않지만은, 일일이 수록하게 되면 번잡함을 면치 못하므로 이 팔가(八家)만으로 자르고 다른 사람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책은 간편하면서 정교하고 전아하면서도 아름다워, 실로 《시경》의 우익(羽翼)이 될 것이요, 또한 장차 시도(詩道)를 진기(振起)시키고 아송(雅頌)을 만회할 시초가 될 것이니, 후학에게 줄 공이 어찌 얕다 하겠는가.


아! 비해당은 빼어난 자질로 부귀한 지위에 처해 있으면서 능히 담박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문장으로 스스로 즐겨 그 마음씀이 이와 같으니, 천백년 뒤에라도 이 책으로 인하여 그 고상한 풍치를 공경히 우러를 수 있을 것이다. 《동문선》에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