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이란 무엇인가?
典型이란 말은 문학 비평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일지도 모른다.
작품을 말할 때도 쓰이고 작품의 인물을 말할 때도 쓰이고 작품의 내용적 특성을 말할 때도 물론 쓰인다. 전형이란 말은 문학 비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전형이란 말이 가지는 개념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전형은 수많은 문학비평가들이
언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개념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한 두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우리들은 이 모든 것들을 알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둘 필요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문학비평서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고, 나아가 작품을 올바르게 분석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래에서 전형의 개념에 대해서 기초적인
것을 중심으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개별성과 보편성을 가장 폭넓게 반영한다.
전형은 특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수성이라고 하는 것 역시 여러 사람들이 개념 정의를 하고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용어이지만 특수성과 전형성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특수성은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형 역시 창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특수성은 개별성과 보편성을 가장
폭넓게 반영하고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이제 개별성과 보편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개별성은 대상으로 하는 범주 안에서 어느 한 개별자에게만 통하는 성격이나 현상
혹은 법칙을 말한다. 개별성은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개념에 의해서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는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개별성은 고유명사를 통해서만
언표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고유명사와 개별성은 지시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맞설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노예제 사회에서는
상품이라는 것은 개별성을 가진 것이었다. 왜냐하면 상품은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노예제 사회에서는 돈을 받고 파는 거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물건인 상품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서 사회 전체로 볼 때 개별성을 가진 정도밖에 힘을 가지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개별성은 특수성과 보편성과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다.
특수성은 보편성과의 관계에서 보면 개별성이 되고, 다른 개별성과의 관계로 놓고 보면 이 특수성은 보편성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대적 성격을
지닌 것이 개별성, 특수성, 보편성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개별성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보편성으로 이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보편성은 일반성이라고도 하는데, 객관적 실재의 개별적인 사물들과 관계들,
그리고 과정들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공통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대상으로 하는 범주 안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성격을 보편성이라고 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상품을 가지고 설명해보도록 한다. 노예제 사회나 중세 봉건사회에까지는 상품은
사회 전체에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품 거래는 거의 완전히 일반화되어 있다. 노예제 사회에서
상품은 지극히 개별성을 가진 존재였지만 그 속에 가지고 있던 자본주의적 맹아가 싹이 터서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는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상품은 보편성을 가진 존재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매개하는 구실을 하는 특수성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개별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가장 큰 범위의 보편성을 가진 것이 특수성이다. 그러므로 특수성은 대상으로 하는 범주 안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나 개별성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성격을 가진 것이다. 즉 정수는 개별성을 가지는 자연수이면서도 보편성을 가지는 실수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양자를 다 아우르면서
그 성격이 사라지지 않는 존재이다.
둘째, 전형은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문학에서 우리가 말하는 전형은 바로 이
특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형이라고 하는 것은 개별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가장 큰 보편성을 획득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써 바로 위에서
살펴본 특수성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다만 특수성은 논리학이나 수리학, 철학 등에서 사용되는 말이고 전형은 주로 예술적 형상에 사용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 문학작품을 예로 들면서 전형을 설명해보도록 하자.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이며,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진 홍길동전의 주인공은 홍길동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홍길동은 도술을 부리는 영웅의 전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홍길동은 영웅의 전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는가? 이것은 홍길동이란 인물이 가진 특수한 성격 때문이다. 홍길동전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당시 사회의 신분적 질곡이다. 조선시대의 신분적 질곡을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인물로 바로
홍길동은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홍길동은 작가 허균에 의해서 창조된 특수한 인물이다. 이 인물의 신분을 보면
한양에 사는 재상인 홍판서의 아들이면서 어머니는 몸종으로 설정되어 있다. 신분사회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신분적 질곡을 가장 폭넓게
반영하는 인물을 설정해야하는데, 재상의 아버지와 몸종의 어머니를 부모로 하는 홍길동이 제격으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재상은 그 사회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가진 존재이고, 몸종은 천민 중에서도 또 한 단계 낮은 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홍길동은 조선시대의 신분적 질곡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어머니가 중인으로 설정되었다면 홍길동도 중인신분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인 신분 이하의 사람에게서 태어난 인물의 신분적 질곡을 담을 수 없게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본다면 홍길동은 조선시대 신분의 모순을
가장 폭넓게 담고 있는 신분적 질곡이라는 범주 안에서는 어디에나 통용되는 보편성을 가장 폭넓게 획득한 존재이다. 또한 홍길동은 한양의 홍판서와
몸종의 몸에서 태어난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홍길동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재상과 몸종의 사이에 태어난 존재는 홍길동뿐이다.
그러므로 홍길동은 개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홍길동은 그 사회의 신분적 질곡을 가장 폭넓게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존재이다. 이
특수한 존재인 홍길동이 바로 영웅성과 신분적 질곡을 보여주는 전형으로 된다는 것이다. 전형은 특수성을 가지는 예술적 존재인 것이다.
셋째, 전형은 유형과 구별된다.
유형은 영어 type의 번역어이다. 유형은 설정된 성격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전형과 구별된다. 고전소설의 모든 등장 인물을 유형적 인물이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전형적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상으로 하는 범주 안에서 유형이라고 하는 것은 굳어져서 변화하지 않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말이 유형이고, 유형적
인물이라고 하는 말은 그 인물의 성격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소설의 주인공들을 보면 충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신이고, 간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신이지 충신과 姦臣이 중간에 바뀌어지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고전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유형적 인물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현대소설의 경우를 보면 등장인물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감자라는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
복녀는 처음에는 아주 얌전한 요조숙녀였다가 점점 그 성격이 바뀌어서 아주 타락한 여자로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고전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성격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런 인물형상을 우리는 유형적 인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형은 대상으로 하는 범주 안에서
무엇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추상화 과정을 거쳐 일반화된 개념이고, 전형은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인물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개별화된
개념이 된다.
넷째, 계급적 성격을 가진다.
전형은 생활의 본질과 사회발전의 합법칙성, 그리고 시대의
특징을 체현한 예술의 형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본질적 특징을 선명한 개성 속에 구현하고 있는 인물형상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 홍길동전의 홍길동은 바로 천민 신분의 계급성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실생활이 가지는 본질과 특징, 역사발전의 합법칙성 등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전형은 긍정적 인물의 전형도 만들어내지만 부정적 인물의 전형도 창조한다. 시대정신을 구현한 존재인 긍정적 인물의 전형은 인간 생활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세계를 사람들에게 펼쳐 보여주지만 부정적 인물의 전형은 사람들에게 증오심과 적개심 등을 심어주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전형은 어떤 형태로 창조되든간에 그것을 만들어내고, 즐기는 사람들의 계급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형은
기본적으로 계급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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