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과 非日常
인간의 삶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 자연은 세계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인간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바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가 없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자연의 영향아래 있을 구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을 자연의 법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것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풍족한가 아닌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고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인간은 자연이 없으면 한 순간도 생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지배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도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연은 가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무서운 재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무서워하면서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이와 같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이와 같이 상호보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은 늘 자연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을 대상으로 勞動을 하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생산물로 삶을 유지해나간다. 그런데, 자연은 인간보다 변화하는 속도가 느리며 순환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변화하지 않는 고정불변의 존재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지며 어떤 법칙에 의하여 일정하게 순환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자연이 법칙적인 존재이며 불변의 것이라는 생각은 인간의 인식이 과학적이지 못할 경우에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와 같이 자연은 늘 같은 모습으로 인간에게 비쳐지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일정한 법칙으로 파악하고 미래에 일어날 것들을 미리 예상라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자연을 日常的인 어떤 존재로 파악하는 것이다. 日常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칙적인 현상들 가운데 인간에게 다음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현상들을 가리킨다.
즉, 일정한 법칙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로써 예측이 가능한 것이 바로 日常인 것이다. 따라서 日常은 인간이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고서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들이며, 거기에 맞추어서 행동을 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들이다. 자연의 현상들은 인간의 능력으로 보면 늘 변화하지 않고 日常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은 늘 부러운 존재이며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인간의 삶은 자연에 비하면 너무나 짧아서 늘 불변인 것처럼 보이는 자연의 영원성이 인간에게는 항상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이다. 따라서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늘 日常的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변하지 않는 자연을 소재로 사용하여 여러 가지 예술양식을 만들어 왔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생각들을 표현해왔다. 특히 민요의 경우는 자연의 이러한 이랑이 꾸밈없이 잘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日常은 민요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보듯이 日常 만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연이 日常 만으로 성립하고 존재한다면 자연은 늘 그대로 있으면서 변화하지 않는 존재이고, 따라서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전혀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영원한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한편에 있어서는 자연도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日常 만으로 자연을 이해하던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늘 규칙적이고 일정한 질서가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 법칙이라는 것도 항상 변화 속에 있으며 늘 새로운 것으로는 탈바꿈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연의 법칙은 처음 생길 때부터 법칙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운동을 반복적으로 계속하는 속에서 그것이 하나의 법칙으로 된다는 것이다.
즉, 자연의 모든 법칙은 처음에는 법칙이 아니다가 그것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사람들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될 때 비로소 법칙으로 인식되어진다. 자연의 이러한 법칙성을 日常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법칙적이지 않은 상태에 있는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지칭할 수 있는 명칭이 필요하게 된다.
법칙적이지 않은 자연의 형상들을 일반적으로 非日常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日常과
대립되는 의미를 가진다.
非日常은 日常을 성립시켜 주는 기본 바탕이 되는 것으로써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非日常에서 시작하여 日常으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非日常은 日常을 성립시키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모든 非日常은 하나의 현상을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법칙인 日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국에 가서는 日常이 非日常을 언제나 압도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日常은 늘 非日常을 日常 속에 묻으면서 非日常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日常이란 인간에 의해서 인정될 때만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을 가진 것이 아니며, 또한 非日常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바꾸어 말하면 日常은 비규칙적인 반복의 부분에 의해서 형성된 非日常을 본질로 하여 형성된 것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성질을 가진 것인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非日常에 의해서 파괴되고 새롭게 조직될 때만이 日常으로서의 기능을 하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日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주는 非日常은 보통의 경우에는 日常에 압도되어 자신의 실체를 日常 속에 묻어버린다. 그러나 非日常은 日常의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어느 한 순간에 비약적인 변화를 하기 위하여 폭발을 준비한다.
따라서 非日常은 폭발적인 비약의 순간에 실체를 전면으로 드러내어 日常을 압도한다. 그러면서도 非日常은 日常의 새로운 도전을 받기 때문에 계속적인 비약을 통하여 日常을 압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변화를 낳게 하는 원동력이며, 역사의 원동력이다.
일상과 비일상은 이와 같이 변증법적 관계에 있지만 비일상이 일상의
본질이며, 일상이 일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주체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면, 일상이 자연을 움직이는 실체라고 생각하거나, 일상이 인간의 삶을
조직하고 지배하는 주체인양 신비화시켜 이해하게 되고 만다.
그러므로 비일상의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여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삶은 올바른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비일상의 세계가 일상의 세계를 압도하여 항상 새로운 일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조직할 때 인간의 삶이 진보적으로 되며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일상과 일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은 자연히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비쳐서 인간의 삶도 이러한 일상과 비일상으로 조직되고 움직여짐은 물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도 일상적인 삶의 부분과 비일상적인
삶의 부분으로 조직되고 변화되어지는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일상과 비일상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서 삶의
반영물인 민요도 이의 영향을 받게 됨은 물론이다.
'문학의세계 > 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연과 내포에 대하여 (0) | 2006.01.25 |
---|---|
우연과 필연에 대하여 (0) | 2006.01.25 |
형식이란 무엇인가? (0) | 2006.01.25 |
歌와 謠에 대하여 (0) | 2005.12.19 |
내용과 형식, 형태에 대하여 (0) | 200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