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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유행어모음

야누스적 언어 '즐'에 대하여

by 竹溪(죽계) 200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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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야누스적 화법 ‘즐’ (2004/4/13)

                   

다음 대화 중 밑줄 친 ‘즐'의 의미가 나머지와 다른 것 하나를 고르시오.

①철수: 저 밥 먹고 올 게요. - 선영: 밥 하세요.

②철수: 선영님. 겜하셈. - 선영: 님도 겜요.

③철수 : 나 내일 영화 보러 간다. - 선영: 응. 감 하구 와.

④철수 : 선영아 사랑해 - 선영: 즐이셈!

⑤답 없음

 

한 10년쯤 뒤에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가 출제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즐’이라고 하는 말이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서 ‘즐’의 1차적인 의미는 ‘즐거운’, 혹은 ‘즐기다’의 줄임말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위의 보기에서 ‘즐밥’하라는 표현은 즐거운 식사되라는 의미이고, ‘즐겜’은 즐거운 게임, '즐감‘은 영화감상을 즐겁게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어법은 생소하다 할지라도 그 의미는 다분히 긍정적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철수가 선영에게 어렵사리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고 나서 듣게 된 ’즐!‘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야누스의 얼굴과 같은 ’즐‘의 2차적인 의미를 설명할 수 있겠다.

 

‘즐’은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게임상의 캐릭터가 만나 채팅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후 대화의 종료 시점에서 상대에게 일종의 헤어짐을 고하는 인사말이 ‘즐’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사이버 공간이라고 해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전혀 없을 리는 없고, 가끔은 심한 욕설이 오고가는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심한 욕설과 상소리가 오가는 경우를 대비해 채팅창에 필터링을 적용시키다 보니 많은 게이머들이 정확한 맞춤법의 욕은 구사하지 못하고 ’즐'이라는 한 마디를 통해 못다 한 욕설의 의미까지 모두 함축시켜 사용하게 되면서 어쩌면 ‘즐’은 온갖 욕설을 응축시킨 무시무시한 저주의 표현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간혹 많은 욕설들이 남녀의 성기 명칭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만큼, ‘즐’이 갖고 있는 네거티브한 의미도 여성의 생식기 중 일부인 ‘질’의 명칭이 변형되어 쓰여 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즐‘먹으라고 할 만하다.

 

따라서 위 문제의 정답은 ④. 선영은 철수의 고백이 전혀 달갑지 않다는 의미인 것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newtoilet?Redirect=Log&logNo=10000164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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