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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우리문학현장기행

시대의 반항아 허균의 문학

by 竹溪(죽계) 200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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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교사회의 반항아 허균과 그의 문학

 

     우리 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인 조선조 중기에 활동한 문인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오십 평생을 사는 동안 열 번의 파직과 열 번의 복직이라는 정치적인 굴곡을 겪게 되는데, 이는 허균의 본질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열 번이나 파직을 당했다는 것은 그가 당시의 유교사회와는 절대로 융화될 수 없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열 번을 복직했다는 것은 그의 학문과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허균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강릉의 초당이 본가인 허균은 그곳에서 북쪽에 위치한 사천의 외가에서 태어났다. 12세에 부친이 세상을 떠난 이래 그의 형과 누이 등이 모두 요절하는 비극을 겪었고,

 

  자신도 오십이 되던 해에 능지처참의 형을 당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평범하지 못한 그의 행동 과 불의와 타협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 탓에 벼슬길에 나간 삼십대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파란만장의 생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부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적인 문학적 자질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25세 때 임진왜란을 피해 강릉에서 지은 시평서인 학산초담(鶴山樵談)을 시작으로 중국에까지 우리의 시가 알려질 수 있도록 우리 나라의 시를 골라 엮었던 국조시산(國祖詩刪),

 

   가장 불우했던 귀양살이를 하던 시기에 자신의 시문을 엮어서 펴낸 성소부부고(惺所覆 藁)등과 함께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에 이르기까지 그가 남긴 글들은 하나 같이 우리 역사와 문학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가 역적으로 몰려 죽은 관계로 허균의 글은 수 백년간 읽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가 죽은 후 허씨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고 그의 무덤조차 전해오지 못하게 되었는데, 다만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문중에서 조성한 가묘가 전해올 뿐이다. 여기에서 허균의 시 한 수를 살펴보자


   한가롭게 낮잠 자는데 비가 내리니/베겟머리에 훈풍은 전각 모퉁이서 불어오네/소리야 이른 점심 재촉하지 말라/꿈속에서 무창의 물고기를 먹고 있느니라(  晝睡雨來初/一枕薰風殿角餘/小吏莫催嘗午飯/夢中方食武昌魚)


 

    지방의 관직을 받아 나갔던 때에 지은 것으로 허균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름날 성중에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인데, 전반부에서는 세상에서 크게 쓰이지 못하고 지방의 관리나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비오는 날 불어오는 훈풍을 맞으면서 낮잠 자는 상태로 묘사하고 있다.

 

  유교의 이념과는 맞지 않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하는 행동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뿐이니 어찌 세상에서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하여  자신의 뜻을 조금이라도 펴고 스스로도 만족하는 방법의 하나로 꿈을 꾸게 되는데,

 

   이 꿈속에서 허균은 비로소 자신의 이념과 맞는 곳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무창은 중국의 유주(幽州)인데, 이 지방 사람들은 기개와 절개를 숭상하고 협객을 우대하는 풍속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생선을 먹고 있다고 묘사한 것은 바로 자신을 용납할 수 있는 그런 상태의 세상에 처하고 싶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짧은 시 한편에 현실과 맞지 않는 자신의 모습과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기개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 시대를 살다가지만 허균처럼 세상과 맞서 자신의 뜻을 펼쳐보려 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사회의 질곡에 대해 그가 가졌던 저항 정신과 혁명정신은 수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릉의 아름다운 산수와 함께 경포호 옆의 초당리에 있는 허균의 생가를 둘러보고,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사천의 교산 중턱에 서 있는 허균시비를 찾아보면서 허균의 삶을 반추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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