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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우리문학현장기행

숨은 코드로 부석사 탐방하기

by 竹溪(죽계) 2019.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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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코드로 부석사 관람하기

 

의상이 전파한 화엄(華嚴) 사상의 중심을 이루는 華嚴宗刹인 영주 부석사는 여러 가지 코드를 숨겨 놓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사찰을 탐방하면 보다 유익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람 건물의 배치 모양

부석사는 화엄종찰이다. 화엄사상에서 중심을 이루는 글자는 화()인데, 이것은 꽃, 맨 꼭대기, 빛남, 화려함 등의 뜻을 가진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부석사의 건물 배치는 의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코드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부석사 입구의 매표소 왼편에 있는 안내도라고 할 수 있다. 안내도를 잘 보면 입구에서부터 무량수전까지는 중앙을 꿰뚫는 길이 놓여 있고, 양편에 건물이 배치되어 있으며, 무량수전의 위쪽으로 조사당, 응진전, 자인당이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량수전 아래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좌우로 나누어져 있는 모양인데, 이런 모습을 연결해 놓고 보면 바로 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무량수전 황금색의 벽과 안양루의 공포불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누각은 安養樓. 이곳을 지나면 바로 석등이 있고, 그 뒤로 아름다운 무량수전을 마주하게 된다. 무량수전의 앞쪽 문과 지붕 사이의 벽 색깔을 보면 황금색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양루의 어떤 것과 연결되면 놀라운 소재로 변신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전통건축에서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부재를 공포(拱抱)라고 하는데, 안양루의 공포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공포는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목재를 짜 맞추는 것으로 그 가운데가 비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곳의 공포는 여섯 개로 되어 있으면서 비어 있는 모양이 부처가 앉아있는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양루 아래편 동쪽에 있는 보물전 지붕 정도의 높이에서 보면 부처 형상으로 된 공포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이것을 공포불이라고 한다. 공포불의 뒤로 보이는 것이 바로 무량수전의 벽인데, 이것이 황금색으로 되어 있어서 안양루에는 황금부처 여섯 분이 앉아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절묘한 구성과 색감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3. 실도 걸리지 않고 빠져나온다는 떠 있는 돌(浮石)

무량수전의 서쪽편에 보면 부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마치 허공에 뜬 것처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아래를 흙으로 메워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그 아래가 움푹 파인 골짜기 같은 모양이어서 아래에서 위를 보면 정말로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는 끈을 양쪽에서 잡아 바위 아래로 당기면 그대로 지나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공중에 떠 있는 돌이라 여겼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전혀 나타내고 있지 못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보였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부석이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란 점을 상기하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4. 善妙井

무량수전이 있는 자리는 원래 끝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수렁, 혹은 연못이었다고 한다. 명주실 세 꾸리를 풀어도 끝에 닿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데, 용으로 변한 선묘가 큰 바위를 공중에 띄워 놓아 잡귀들을 물리치고 연못을 메운 다음, 그 위에 지은 절이 바로 부석사다. 절을 지을 때 그 증거를 보이기 위해 한 부분을 남겨 놓은 다음, 문을 해 달아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는데, 그것을 구경하러 들어갔던 사람들이 실족하여 자꾸 물에 빠지므로 수 십 년 전부터는 아예 입구를 막아 버렸다. 보물전 동쪽 길을 올라가다 보면 물 빠지는 수로가 있는데, 중간 쯤에 네모난 형태로 된 작은 문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선묘정 입구다. 폐쇄했기 때문에 그 속을 볼 수는 없지만 잘 보면 흔적을 느낄 수 있다.

 

5. 무량수전 안의 불상

무량수전 안에 들어가면 불상이 중앙에 있지 않고, 서쪽에서 동쪽을 보면서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불상이 아미타불인데, 다섯 구원불의 하나로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부처다. 극락인 서방정토는 서쪽에 있고, 중생은 동쪽에서 서쪽을 보면서 왕생을 구하기 때문에 이런 구도로 불상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것 하나는 화엄종에서 모시는 주 부처다. 화엄종에서 주인으로 모시는 부처는 우주 만물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로 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은 끝없이 크고 넓어 어느 곳에서나 두루 가득 차 있으며, 어떤 모양으로도 현신이 가능하다.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석가모니가 득도하는 순간 비로자나불로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엄종찰인 부석사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것이 상식일 것으로 보이는데, 무량수전에는 아미타불이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의상이 화엄종을 펼칠 당시 신라에는 미타사상이 넓게 퍼져 있어서 아미타불을 믿고 따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무량수전에는 아미타불을 모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비로자나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에서 서쪽으로 일직선을 그려서 가면 백두대간의 일부를 이루는 소백산줄기가 뻗어 있고, 그 중간에 가장 높고 장엄한 봉우리가 바로 비로봉이다. 이 비로봉이 부석사의 비로자나불이라고 보는 것이 전체적인 구도상으로 볼 때 합리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6. 陸地龍宮 느껴보기

백두대간의 소백산 아래 봉황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부석사의 위치는 풍수지리상으로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서 남쪽과 서쪽 등을 바라보면 모든 산이 나지막하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실 주변에 있는 산들은 결코 낮거나 작은 것들이 아님에도 무량수전 앞뜰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지막하게 보일 뿐 아니라 구름이 덮여 있을 때는 드넓은 바다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육지용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여름이나 겨울의 오후 정도나 장마에 비가 내리다가 개일 때 등의 시기를 잘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구름이 들판과 산을 덮지 않으면 이 광경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무량수전의 서남쪽 뜰에서 반드시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구름이 걷히는 과정에 있을 때 이곳에서 서남쪽을 바라보면 구름 위로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느껴기기 때문에 바로 이 자리가 용궁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7. 사물(四物)의 의미

불교에서는 제도(濟度)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의 영혼을 다스리는 소리를 내는 네 가지의 물건이 있다. 그것은 梵鍾, 法鼓, 雲板, 木魚인데, 이것의 의미나 유래 등이 분명하게 정해지거나 알려진 것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일컬어지기는 동으로 만든 범종은 사람의 영혼을 다스리는 소리,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법고는 땅을 기어 다니는 짐승의 영혼을 다스리는 소리, 나무를 소재로 하면서 물고기 모양으로 되어 있는 목어는 물짐승의 영혼을 다스리는 소리, 쇠를 소재로 하면서 구름 모양으로 되어 있는 운판은 날짐승의 영혼을 다스리는 소리라고 알려져 있다. 부석사의 사물 중 법고, 운판, 목어는 삼층석탑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범종각 안에 설비되어 있고, 범종은 왼쪽 옆에 따로 설치되어 있다. 저녁 예불이 시작되기 직전에 승려가 나와 이것들을 쳐서 소리를 내는데, 안양루에 앉아 운해와 함께 이 소리를 들으면 내려오기 싫어지면서 머리를 깎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들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알고 본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부석사를 탐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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