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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3

雨水날의 외출

by 竹溪(죽계)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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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와 파주시의 경계에 있는 마장호수는 근래에 만들어진 출렁다리와 수려한 수변공원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호수가 있는 지역의 행정 주소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기산리(基山里)라는 지명의 유래부터 지역의 분할과 병합 과정에서 하나의 마을이 두 개의 시로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그런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산리라는 명칭은 1914년 일제강점기 때에 행정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시작되었다. 기산리 지역은 기곡리(基谷里), 내고령리(內古靈里), 중산리(中山里) 등의 마을이 있던 곳인데, 기곡리의 와 중산리의 을 합쳐서 기산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지금까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이러한 식으로 이름을 바꾼 곳이 수를 헤아릴 수없이 많은데, 원래대로 돌려놓거나 지형이나 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걸맞은 이름으로 하지 못했다. 언젠가 후손들의 비판이나 원망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명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경기도 북한강 중간 지점에 양평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양근(楊根)과 지평(砥平)을 합치면서 이런 명칭이 되었다가 해방 후에 지평은 독립하여 옛 이름을 되찾아 지금도 건재하고, 양평은 양근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 양근이란 이름은 고구려 때부터 써왔던 것으로 강의 가운데에 뿌리를 박고 서서 하늘을 정정당당하게 우뚝 선 모양이란 뜻이다. 양평이란 지명은 아무런 뜻이 없으니 시간이 흐르면 이 좋은 의미는 서서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평은 숫돌로 할 수 있는 돌이 나오는 데다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숫돌처럼 평평한 지역이란 점에서 지명의 뜻이나 유래를 알 수 있다.

 

다시 기산리로 돌아와 보자. 기곡이란 이름은 골짜기의 근본이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산에 둘러싸인 골짜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 골짜기에 기산저수지와 마장호수 등을 포함하여 아름다운 풍광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기곡인데, 기산이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되면서 이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가볍게 비가 내린 雨水에 이곳을 다녀왔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숙종의 아들이면서 조선 21대 왕인 英祖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묘소인 소령원(昭寧園)이 기산저수지 아래쪽에 있다는 사실이다. 숙종의 왕비였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나고 장희빈도 사형을 당한 후 왕비를 그리워하던 숙종의 눈에 들어서 동침한 후 낳은 아들이 바로 영조였다. 이분은 궁궐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아주 낮은 신분의 무수리였으나 세상을 떠난 인현왕후의 만수무강을 비는 모습을 본 숙종과 인연이 되어 신분을 상승시켰던 인물이다. 소령원은 탐방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서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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