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變德)이란 말은
사람의 성격이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시시때때로 변하여 종잡기 어려운 성질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변덕스럽다는 말은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면 듣는 사람도 매우 기분이 나쁠 뿐만 아니라
너무 직설적이라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도 별로 재미없는 문장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런 말을 할 때 사람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물현상의 성질에 빗대어서
표현하는 것을 아주 잘 했습니다.
예를 들면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 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미친 년 속치마 같다고 한다든지,
크고 우람한 소리를 우레 소리 같다고 한다든지
분해서 이가 갈린다는 말을 할 때는 송곳 같은 이가 멧돌 같이 갈린다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냥 직설적으로 할 때보다 훨씬 여유가 생기고
말의 강도도 줄어드는듯한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아주 현명한 말솜씨인 셈이지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선조들은 수사법의 천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자! 이제 변덕으로 다시 돌아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변덕을 왜 하필이면 죽에다 비유 했느냐 하면 그것은 죽의 성질 때문에 그렇습니다.
죽(粥)은 밥을 할 때 보다는 물을 많이 부어서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입니다.
변덕이 죽끓 듯 한다는 말에서 변덕을 죽에 비유하기는 했지만
그 중에서도 끓는 것에 비유를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이 끓는 모양과 변덕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이런 표현을 만든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밥을 살펴보겠습니다.
적당한 물을 부어서 밥을 할 때 끓는 모양을 보면
어느 정도 끓어서 물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끓는 곳이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밥이 끓을 때는 물이 잦아들면서 밥과 밥 사이에 생긴 구멍이 정해지게 되어서
일정한 곳으로만 끓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밥이 다 된 후에 보면 끓었던 구멍이 여러 곳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죽은 그렇지 않습니다.
죽은 물이 잦아들지 않기 때문에
끓을 때는 언제가 내용물과 물이 한데 범벅이 되어서 끓게 됩니다.
그런데, 내용물인 곡식과 물이 한데 엉겨서 끓다 보니
공기로 인해 생기는 수포와 더불어 퍽퍽 소리를 내면서 요란스럽게 끓어오르는데,
끓어오르는 구멍이 일정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마구 푹푹 튀어오른다는 것입니다.
즉, 죽이 끓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언제 어느 방향에서 끓어오르면서 거품이나 물을 튀길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의 성격이 괴팍해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을 부리는 사람을 보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말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빠진 글자, 틀린 글자 있을 수 있으니 눌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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