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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이 뒤틀린 심리상태를 그린 영화 " 마더"

by 竹溪(죽계) 200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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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 (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 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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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아들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모정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존재로 나온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경찰이 해내지 못하는 수사도 하고, 심지어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런 존재가 “마더”에 등장하는 어머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슬픔과 고통이 있다.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던 20년 전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죄책감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어머니는 아들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아들인 도준 역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있다. 다섯 살 때 자신을 죽이려 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그것을 잊어야 하는 망각 사이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다른 사람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영화 “마더”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러한 심리 상태를 스릴러물의 형태로 꾸미면서 사회 전체에 대한 감독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제 그것을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망각과 기억이다. 망각은 잊어버림이고, 기억은 되살림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망각은 죽음이고, 기억은 살아있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은 불행이고, 기억하는 것은 행복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과거의 좋았던 추억들을 꺼내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기억이라는 장치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망각은 슬픔과 회한을 동반하고 우울증을 안겨주기도 한다. 건망증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이 너무나 많은 우리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망각이 얼마나 큰 고통이고 불행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망각과 기억을 정반대로 뒤집어 놓은 상태를 그리고 있어서 충격을 준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기억은 고통이며 불행이고, 망각은 즐거움이며 행복이다. 젊은 시절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다섯 살 난 아이에게 약을 먹여서 죽이려한 것을 기억해내는 것은 끔찍한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것을 잊고 아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에 모든 정열을 쏟으며 살아간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망각의 20년은 그런대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준이 살인자로 몰려 감옥에 갔을 때도 어머니는 아들을 구해야겠다는 일념 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들인 도준 역시 어머니와 같은 심리상태에 있다. 비록 다섯 살 때이지만 자신을 죽이려 한 어머니에 대한 끔찍한 기억은 살아온 평생 동안 엄청난 고통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것을 잊어버리기로 하고 실제로 잊어버린다.

 

 

도준이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억은 고통과 불행이고, 망각은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각은 영원할 수가 없고, 물리적인 고통이 가해졌을 때 그것은 다시 기억으로 살아나지만 그는 그것을 다시 잊기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준을 사이코패스로 보아 어머니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생각된다.

 

 

망각에서부터 생겨난 도준의 이러한 행복과 즐거움은 외부에서 육체와 정신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감소되고,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자신을 고통의 늪에 밀어 넣는다. 그래서 그런지 감옥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을 기억해낸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망각과 기억의 엇갈린 심리상태에 대한 설정은 다른 인물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죽은 아정이와 연인 사이였는데, 그녀의 핸드폰을 찾다가 어머니와 준태에게 잡혀 두들겨 맞으면서 과거의 사실을 하나하나 기억해내야 하는 고등학생은 본드 흡입을 통한 망각 혹은 동영상의 지움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 때문에 고통을 당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하는 고물상 주인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잊고 주어진 넝마주이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은 행복했지만 자신이 봤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죽음이라는 고통이 시작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런데, 고물상 주인에 대한 것은 관객으로서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도준이 아정을 따라 가는 도중에 그녀가 갑자기 어두운 집안으로 들어간 후에는 포기를 하고 언덕을 올라가려고 할 때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그의 앞까지 날아와서 떨어지는 장면이다.

 

 

고물상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 돌을 던진 사람이 바로 아정이인데, 연약한 소녀가 과연 그처럼 큰 돌덩이를 그렇게 멀리까지 던질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건장한 남자의 힘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바로 돌이 날아오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고물상 주인의 진술은 스스로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이 감독이 만든 영화에 꼭 등장하는 것으로 “살인의 추억”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미치도록 잡고 싶었지만 잡지 못한 범인, 바로 그가 광주에서 발포를 명령한 그 범인이었지만 잡히지 않았듯이 아정을 죽인 범인 또한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고물상 주인이 진짜 범인이라면 “마더”는 “살인의 추억”보다 한걸음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모두가 미치도록 잡고 싶었지만 잡지 못한 범인을 영화 속에서도 잡지 못했지만, “마더”에서는 어머니의 힘을 빌어 복수라도 한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글쓴이의 독단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아정과 함께 사는 할머니 역시 그렇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인물이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막걸리만 마실 때가 그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나 기억이 되살아나서 손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고통과 슬픔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인물이 바로 아정의 할머니다.

 

 

그렇다면 아정은 어떤가? 그녀 역시 모든 것을 망각하고 원조교재에 몰두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러나 현실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되고 불행의 시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러한 기억의 고통을 그냥 잊어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지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축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어떠한가? 그들 역시 위의 인물과 마찬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사건은 그저 자신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 같은 것에 불과하다. 지나간 사건은 무조건 잊어버리려 하고 그것을 다시는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야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변명을 늘어놓아가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하는 존재이고, 아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망각이라는 가면으로 철저하게 위장한 존재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도 모두 하나씩 보호막을 쓰고 위장한 상태에 있다.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경찰은 그 약자를 범인으로 만들어서 업적을 올리려 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개개인의 인권을 지켜줘야 할 변호사 역시 재물과 성취욕에 눈이 멀어 본분을 잊어버린 행동을 거침없이 한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인줄 알면서도 고물상 할아버지와 고등학생들은 떳떳하지 못한 성관계를 아정이와 갖게 되고, 그것을 망각한 상태에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간다. 또한 교수란 존재들은 사람을 치어놓고도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골프장으로 뺑소니를 쳐 버린다. 자신의 입장에서 불리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모두 망각해 버리려는 대표적인 태도다.

 

 

이제 이쯤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차례다. 고통을 안겨다 주는 기억을 망각이라는 편리한 장치를 통해 열어가는 새로운 상황에 몰두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돌아보고 반성할 점은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더”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망각과 기억이라는 심리 상태가 거꾸로 뒤집어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 속에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이런 설정을 한 것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이 감독이 만들었던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다시 한 번 떠 올릴 필요가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80년 광주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처절한 비판과 반성이 있었고, “괴물”에서는 미국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이어졌듯이, “마더” 역시 현재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작품의 곳곳에서 섬광처럼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가장 소중하며, 가장 존귀하고,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강한 존재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이름을 등에 업고 가장 잔인하면서도 가장 무서우며, 가장 올독재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인 삶을 산다고 착각하면서 기억이 고통으로 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모두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마더”를 통해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뒤틀릴 대로 뒤틀려져 버린 인간의 심리상태와 옮고 그른 것이 완전히 뒤집어져 버린 사회에서 너무나 여유롭고 풍족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과연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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